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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Ah Mar 22. 2017

사람들이 사는곳, 대도시 나들이

자연속에서 나와 사람들 속으로..


도시속 사람들은 날씨가 좋을때 자연으로 소풍을 떠난다. 나같은 경우는 평상시에도 항상 자연속에 있기에 반대로 문명들이 그리울땐 대도시 관광에 나선다. 썰렁한 겨울 바다도 질리고 산도 질리고 공원도 질리고 그리고 더 중요한것은 대자연이 그 최상의 아름다움을 드러낼때가 아직 안왔다는것이다. 4월 중순부터 대자연은 온갖 꽃들이 만발하며 생기를 뿜어댄다. 어차피 앞으로 질리도록 다닐곳들 인지라 지금부터 안달하며 산책다닐 이유는 없다.


오늘은 왠지 식사를 해결하기 위해 집을 나서면서 날씨가 좋아 어디로 먹이를 구하러 갈지 결정하기가 쉽지 않아 계속 망설여진다. 후배는 제발 새로운거 시도하지 말고 검증된 음식만 꾸준히 몇년 먹으라고 하는데 동물이 한가지 사료만 먹고 평생살듯 인간이 그럴수는 없는 노릇이다.


안정된 백반을 먹느냐 장터에 나가 김치찌개를 먹느냐 갈등하다가 중간에 차를 돌렸다.대도시로 가자...가끔 내가 미친짓을 할때가 있는데 그날이 오늘이다. 40킬로 거리인 대도시 광주 시내로 차를 돌린다. 광주는 서울과 다를바없이 도시가 주는 모든 문명 혜택들을 누릴수 있는 대도시이다.


광주 시내에 와서 무엇을 먹을지 고르지 못할땐 죽음의 음식들이 즐비한 부페를 와서 조금씩 맛을본다.단 한가지도 나에게 안전한 음식이 없이 독극물 수준인데.. 일반인들은 이런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먹고 산다.. 부페도 호텔부페냐 일반 부페냐에 따라 가격과 질이 차이가 큰데 어차피 나같은 경우는 몇가지 맛만보고 더이상은 못먹는지라 궂이 고급부페를 갈 이유가 없다.



일은 저질럿고 내가 내몸에 저지른 만행의 결과는 오늘밤 지켜보면 알게 될것같다. 먹자마자 고통이 시작돼던 이전과 비교하면 일단은 안정된 포만감이 상당히 정상인과 흡사한 패턴이다. 불량식품을 먹은 어줍잖은 후회보다는 혀에게 베푼 행복감을 저울질해 만족하는것이 낫다.


오늘의 산책은 광주 대도시 소풍이다. 행복한 식사의 마무리인 커피를 마시기 위해 근방에 있는 '펭귄마을' 이란 데를 들렀다. 서울의 인사동 거리같은 그런것을 기대했는데 생각과는 영 다르다. 커피 파는 카페나 음식점등이 전혀없다... 젊은이들이 가끔씩 찾는 70년대 추억의 고물상같은 낭만의 장소인데 좀 이해가 안가는 부분이다. 커피를 마시기 위해선 빨리 동네를 벗어나야 하기에 커피가 급한 입장에서는 제대로 된 구경을 할수가 없다. 커피 마시러 왔다가 허탕치고 다른데를 또 찾아가야만 한다.



근처 광주 사직공원을 찾아가 그밑의 찻집을 찾아 들어갔다. 실내가 족히 몇백평은 되는 엄청큰 통나무 집인데 평일 낮이라 그런지 사람은 나혼자이다. '아메리카노 한잔 마시고 갈께요' 왠지 썰렁한 곳에 혼자 들어온 어색함으로 그냥갈까 하다가 창가쪽 대형 테이블에 혼자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커피를 즐긴다.



잔잔한 뉴에이지 피아노 음악 소리가 편안한 오후를 감성에 젖게 만든다. 사람들이 모여 살며 형성하는 문명이란것은 그곳에서 태어나고 자란 사람들에겐 편안함을 준다. 나른함에 젖어 한적한 카페에서 즐기는 커피와 음악이 바로 그중 하나이다.


대자연속에서 혼자 있는것이 좋을때도 있지만, 가끔씩 문명이 그리울땐 대도시 나들이를 하게 하는데, 역시나 먹는 음식과 공해 교통체증에서 오는 스트래스는 환자에게 위험하다. 내가 오늘 내몸에 저지른 짓들은 자유방임이 주는 자연치유의 위험이 얼마나 큰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일이다.. 강제적으로 규제가 필요하다면 요양원을 가는게 치유에는 현명한 일일수 있다.


그러나, 사람이 산다는것은 꼭 교과서적으로 일률적으로 통제하고 같은 고정관념을 받아들이는것이 올바른 삶이고 치유로 가는길은 아니란 생각이다. 환자라는 이유만으로 모든 사람들이 같은 생각을 하고 같은 식사를 하고 정해진 시간에 자고 일어나고 심지어는 정해진 기도와 교육까지 받아야 병이 낫는다고 생각하는것은 개개인의 개성을 무시한 무식한 방법이다. 나는 그런 규율속에서는 단 며칠도 견뎌낼 자신이 없을뿐더러 행동을 규제받는 환자라는 절망감에 자포할 확율이 더 크다..


반대로 타인의 규제와 규율에 그저 따르는것이 편하고 자신의 치유를 타인의 손에 맡겨야 안심하는 사람들은 자연방임 보다는 병원 입원이나 요양원 생활을 해야만 병이 나을 확율이 커진다. 스스로의 생사를 스스로 책임져야 하는 나와같은 자유 방임은 그런 환자분들 에겐 죽음속으로 그냥 뛰어드는것과 다를바 없을것이다.



가축을 사육하듯 정해진 규칙에 따라 환자는 이래야 한다라고 규정짓는 고정관념부터 환자 스스로 탈피해야 행복에 좀더 가까워질수 있다. 환자가 얼마나 행복한가에 따라 왼만한 해로움도 감당해낼수 있다. 내가 흡연을 감당하는 이유도 그것에 있다. 환자니까 꼭 끊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나를 괴롭히면 나는 그만큼 마음의 규제를 얻어 행복하지가 않다.


인간의 몸은 원래 스스로 그 한계를 지키게끔 설계되어 있어 진짜 죽을거 같을때는 담배를 피라고 해도 못핀다. 내가 그랬다. 폐쪽으로 암이 전이되려고 폼잡았을때 진짜 냄새만 맡아도 죽을거 같아서 피려다 담배를 내던진적도 있다. 스스로 정화하고 감당할수 있는 한도내에서 카페인도 흡연도 즐기면 별탈은 생기지 않는다. 항상 그것을 못해 문제가 되는것이지만...


내가 오늘같이 일반 음식들을 먹을때도 매일같이 종양의 상태를 만져보고 체크하면서 먹기에 무턱대고 스스로를 큰 위험에 빠뜨리지는 않는다. 경험으로 터득한것들이다. 나 역시도 아직 미지의 돌발상황에 대해선 경험이 없기에 안심할수는 없다.역시 인간은 아직 의식도 스스로 책임질수 있는 육체의 조절도 갈길이 멀다는 생각이다..자신의 몸하나 통제나 제어를 못해 온갖 병마에 시달리기나 하니 말이다.


간만에 통나무 집에서 듣는 뉴에이지 음악과 커피와 햇살,이 조금씩 나를 아련한 그리움과 행복속으로 빨려들게 한다. 나 역시 젊을때는 음악에 인생 모든것을 걸었었는데...인간이 창조해낸 문명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것은 역시나 음악인것 같다. 꽃같은 청춘을 말도 안통하는 유럽까지 가서 절망속에 내 젊음을 몽땅 바쳤는데 덕분에 잃은것이많아 후회도 했지만 더 지나고 보니 잘한일인듯 싶다.


지난 모든것들에 대해 아무것도 후회하지 않는다..병에 걸린것도 현재 나에게 죽음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 깊은 감성을 선물로 주고 있기에 그다지 불행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나는 언제나 나에 대해선 옳다.. 설령 실패하고 잘못돼도 내가 저지른 일의 결과에 대해 언제나 책임지고 감당할수 있기에 후회같은건 할 필요가 없다..


실패한 결과에 대해 같은 상황을 다시 반복해도 역시 같은 선택을 할것이고 그러기에 '항상 나는 옳다' 라고 자신있게 말할수 있는것이다..나 자신에게 충실하게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럴것이다..아무것도 잘못한건 없어..모든걸 정말 잘했고 잘해왔어...스스로 토닥토닥


* 이날 미친짓한 결과로, 간만에 미적지근한 통증으로 욕을하면서 제대로 잠못자고 뒹군것으로 댓가를 치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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