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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Ah Mar 23. 2017

자연과 사람과 커뮤니티

자연속에서 만들어가는 인간사회


따뜻한 봄날씨는 에고의 오감을 자극해 마음속에도 살랑살랑 봄바람을 불어넣는다. 햇살이 따사롭고 꽃향기가 슬슬 사방에 퍼지기 시작하면 왠지 웅크리기 보다는 돌아다니고 싶어지는게 모든 생명체들의 공통적 특징인것 같다. 환자라고 해서 다르지 않다. 통증이 없고 몸을 움직일 기력만 있으면 그런 봄날의 유혹을 뿌리치고 가만히 요양하기가 쉽지않다.


그런데, 막상 혼자서 바닷가, 산, 호수, 공원등 사람이 없는 썰렁한 자연속을 혼자서 돌아다니려 하면 한두번은 좋을지 몰라도 시간이 멈춘듯 매일같이 같은 상황이 반복돼면 심심해지게 된다. 여가를 즐길만한 부대시설이 전혀없기에 에고의 눈과 귀는 뭔가 재미난 자극을 자꾸 조르게 된다.



시내 외곽에서 드디어 몇달만에 발견한 된장찌개 파는 식당, 외지인들이 이용하는 모텔에 딸린 식당에서 아침부터 된장찌개를 판다. 된장찌개 타령한 이후 눈앞에 저절로 나타난 식당인데 아마도 이근방에서 유일한 된장찌개 파는 식당이 아닐까싶다. 숙박하는 외지 손님들이 식사를 해결해야 하는 모텔을 찾아야 된다는 생각을 왜 못했을까...



시내에 나온김에 썰렁한 함평 엑스포 공원을 산책하다 보니 공원 전체가 공사판이다. 4월말에 있을 '나비축제' 를 준비하느라 새단장을 하는것인데 엑스포 공원에서는 봄에는 '나비축제'를 하고 가을에는 '국화축제'를 한다. 한장소에서 매년 두가지 축제를 여는 바람에 철거하고 새로 꾸미고를 계속 반복하는지라 일자리 창출에는 큰 도움이 되는것 같다. 그외에도 사찰에서도 이런저런 축제들을 열기 때문에 봄과 가을은 지역주민들에겐 무척이나 바쁜 시기이다. 각자 자신들이 농사지은 유기농 농산물들을 관광객들을 상대로 팔기 때문이다. 이 지역 농산물들은 유기농이 아니면 아예 취급을 안한다.



선배가 서울로 군단위 농산물을 팔러 떠난지라 형수를 태우고 로컬푸드 매장에 버섯을 납품하는 심부름을 왔다. 농사짓는 농민이 직접 가격을 책정해 손님에게 직통으로 유통하는 곳이기 때문에 품질은 A급 백화점에 납품되는 급들만 있고 가격은 그야말로 농민 맘대로 천차만별이다. 엄청싸기도 하고 일반 마트에 비함 다소 비싸기도 하는데 모두 유기농인데다 품질을 보면 어떤것도 절대 비싸지가 않다. 이런 정보를 모르는 외지인들은 시골에 와서도 대기업  마트를 이용하면서 도시와 마찬가지로 질낮은 식재료를 구하게 된다.


농수산물의 경우는 특A급과 일반 제품간의 가격은 하늘과 땅 차이이다. 같은 표고버섯도 1kg 에 7천원부터 20만원대 까지 책정된다. 대도시 부유층들의 경우 가격과 상관없이 최상의 제품들만을 찾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최상판정을 받는 제품들의 가격은 가끔 일반인들의 상상을 초월하는데 이곳에서는 그렇게 비싸지 않으면서도 최상급 제품들을 만나볼수 있다.


사진을 못찍게 하는 바람에 사진은 매장 내부 한컷만 있다. 워낙 시골인데다 외져서 사람들은 없이 썰렁하다..가격이 외부에서 파는것과는 달리 생산자가 직접 원하는 유통과정이 생략된 가격인지라 보안때문이다. 매년 수확량이 다르므로 정찰제 라는건 별 의미가 없다. 쌀때도 있고 비쌀때도 있다.



목장에서 직접 만든 유기농 요구르트 500ml 가 5천원이다. 음식을 만들어 먹기만 한다면 많은 농산물들을 삿겠지만 오늘은 요구르트 하나만...대도시는 값싼 중국산과 대기업 공산품들이 마트를 점령했지만 이곳은 대기업 마트도 있지만 대부분의 지역민들은 자체적으로 모임을 가지고 서로의 농산물들을 나누어 사고팔고 한다.


시골 사람들은 도데체 여가란것을 무엇을 하며 보낼까 궁금했던적이 있는데 시골에서의 여가활동은 극장이나 찜질방 헬스클럽등 혼자놀수 있는 시설들이 전혀 없기에 오로지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커뮤니티에 집중되어 있다.



대도시 사람들은 인구가 많지만 아파트 단지일경우 십년을 넘게 살아도 앞집에 누가 사는지조차 모르는경우가 태반이다. 시골은 인구는 없지만, 커뮤니티가 엄청나게 활성화 돼있어 대부분 주민들은 최소 2~3개의 모임등에 가입해 활동한다. 면시내만 나가도 서로가 대부분 아는사람들로 외지인과 현지인이 확실히 구별된다.


나의 경우는 작년, 사람들 만나는것이 벅차고 무엇보다 사람들간 모임의 주된 활동은 술과 음식을 나누어 먹는것이기에 팜파티등에 초대 받아도 거절해야만 했었다.


사람들과 어울려 음식을 나누어 먹지 못하는 환자는 인간사회에서 고립될수 밖에 없다. 사람들끼리 어울리기 위한 가장 기본은 음식을 나누어 먹는 행위에 동참할수 있어야 한다. 이것은 역사적으로 인간 사회가 시작되면서 부터 생겨난 관습으로 모든 인간들의 관계는 서로 음식을 같이먹는것에서 부터 시작한다. 남녀간의 데이트도 마찬가지이고 모든 교류의 기본이 식사초대나 음식을 함께 먹는것으로 교류를 시작한다.


내가 거주하는 펜션에도 여름이 돼면 주말마다 온통 바베큐 파티로 조용한 시골마을이 떠들썩 해진다. 대도시 사람들에게 시골은 바베큐 파티를 하는 장소라고 인식되어진 탓이다. 나역시 환자만 아니었다면 내방 앞에서 매일밤 바베큐 파티를 즐겼을지도 모른다.(거의 확실하다.).


내가 조금씩 일반 음식들을 먹을수 있게 되면 이런 인간들의 커뮤니티에 조금씩 동참도 가능해지고 사회생활도 조금씩 가능해진다.



작년에 선배초대로 팜파티에 갔다가 고추장이랑 꿀만 사가지고 분위기 망치지 않기위해 혼자 돌아와야 했던 기억이 있다. 올해는 조금 달라질수도 있을것 같은데..현지인들과의 정보교류가 없으면 시골에서도 대기업 마트에서 파는 쓰래기 음식들을 사먹게 되기가 쉽다. (현지인들이 생산하는 이런 최상급 제품들은 가격이 저렴해도 물량이 안돼서 대기업 마트에 납품이 불가능하다.)


시골에서의 생활은 먹는것의 비중이 거의 대부분이라 직접 음식을 만들어 먹을경우 농사짓는 현지인들과의 교류는 정말 큰 도움이 된다. 버섯도 농장에서 그냥 갖다먹으라고 다그치는데 내가 요리를 안하기에 안 갖다먹고 있다. 대도시에서는 키로당 20만원은 줘야 먹을수 있는 부유층만이 먹을수 있는 최상급 버섯도 맘만 먹으면 그냥 달래서 먹을수도 있는데 말이다.



대기업 마트를 제외하고 군 전체가 먹는것에 관해선 국내 최상의 유기농 제품들만 취급하므로 도시에서 이런 농산물들을 돈주고 사먹으려면 제법 여유로운 집이어야 가능하지만 이곳은 현지인들과 커뮤니티만 제대로 돼면 이것저것 공짜로도 얼마든지 가능하다..산과들에도 온갖 약재와 나물들이 널려있는데 내가 까막눈인지라 보석을 줍지못하는 격이다. 모두 내가 하기 나름이다..시골에서는 노력만 하면 최상의 유기농 제품들만 먹으며 살수도 있고 지금처럼 식당에서 파는 저품질의 음식을 돈주고 사먹지 않아도 된다.


환자라는 고립에서 벗어나 얼만큼 지역 사람들 속으로 들어갈수 있는가가 관건인데 역시 핵심은 '사람들과 음식을 함께 먹는것' 이 될수밖에 없다. 면역력이 어느정도 받쳐주면서 일반 음식점 음식들을 계속 먹고 있으므로 일정부분 사회생활 복귀 가능성은 점점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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