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ooAh Apr 07. 2017

시골생활의 가장 큰 에로점 ' 먹을만한 식당'

수요가 없는곳은 모든게 형편 없다..


음식을 만들지 못하는 도시남자가 홀로 시골에 내려오게 돼면 매끼니 음식을 해결하는것에 사활을 걸수밖에 없다. '나는 자연인이다' 프로그램 처럼 직접 음식을 만들어 먹을 자신이 없다면 홀로 시골 생활은 아예 꿈도 꾸지 않는게 현명할수도 있다.


그래도 비교적 가리는 음식없고 건강한 사람들은 인스턴트나 일반 음식점들을 이용하며 버틸수 있지만, 음식을 가려서 먹어야 하는 환자나 입맛이 까다로운 사람들은 엄청난 음식에 대한 스트래스를 감당해야만 생활할수 있게된다. 나는 두가지 모두에 해당되기에 낭비되는 금액과 더불어 고충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우선 시골사람들은 도시 사람들처럼 건강에 대해 신경쓰며 음식을 가려 먹는다 라는 개념이 다르다. 몇개 안되는 식당들이 대부분 천편일률적인 메뉴를 가지게 되는데 대부분이 생고기 내장탕 순대국 추어탕 육류 내지는 단체인원 (최소2인분 이상) 이 와야만 먹을수 있는 매운탕,오리탕, 토끼탕, 닭백숙 등으로 외질수록 예약을 하지 않으면 문을 열지 않는 식당이 대부분이다. 내가 두도시를 넘나들며 9개월만에 된장찌개를 파는 식당을 발견한게 거짓말이 아니다.


도시에서는 과포화 상태를 넘어서 가장 피터지는 치열한 경쟁을 해야 하는것이 중국집과 커피전문점 이다. 왼만큼 맛에 자신없으면 문을 열 엄두조차 내지못할 정도로 어마어마한 경쟁속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맛에 그다지 자신없는 동네 중국집들은 배달이라는 장점을 활용해 주기적으로 간판을 갈아치우고 찌라시등을 통해 홍보하는 신장개업 전략을 쓰기도 하는데 제대로 간판걸고 영업하려면 내노라 하는 실력이 아니면 살아남기 힘든게 대도시의 중국집 들이다.


커피 전문점도 마찬가지로 별다른 기술이 없어도 창업이 가능하다는 장점때문에 한집걸러 한집이 커피전문점일만큼 과포화 상태인지라 맛과 가격으로 살아남기 위한 피터지는 경쟁을 치뤄야만 한다. 싼가격에 맛있는 커피는 기본이다.



시골은 이런 모든 경쟁에서 자유로운 대신 맛과 품질들이 엉망인 경우가 대부분이라 할수 있다. 커피는 말할것도 없이 전부 가장싼 원두만을 쓰고 도시의 아무런 중국집이라도 하나 진출하면 시골 동네 전체를 평정할수도 있을만큼 중국집들도 맛이 엉망이다.


실력이 왼만하기만 해도 시골 중국집에 주방장으로 있지는 않을것이기에 전문 주방장이 있는 중국집보다 주인이 직접 기본만 배워서 영업하는 집들이 대부분인데 당연히 손님도 없고 맛도 형편없다.


나같은 경우 자장면은 겁나서 못먹는대신 짬뽕을 가끔 사먹는데 면 시내에 있는 세군데의 중국집을 모조리 다녀봤지만 한 그릇을 다 비우는 경우가 없다.


세군데 전부 맛이 그지같아서 어디가 더 나은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주인 아줌마가 손님이 오면 뚝딱 만들어 내오는데 손님이 없는만큼 야채는 신선하지 않고 맛이갈것 같은 해산물만 그때그때 듬뿍 담아져 나오고 신선하지 않을뿐만 아니라 다듬는것도 대충이라 양배추는 검은 얼룩이 있고 고추는 꼬다리 까지 들어가는 대충짬뽕이 나온다. 급하게 만든 국물맛은 당연히 도심에서 먹던 그 짬뽕 국물맛이 아니다.


도시에 찌그러져 있는 아무 중국집이나 하나만 개업해도 현재있는 중국집 들은 모조리 초토화 될게 뻔한데 워낙 인구가 적은 외진 시골인지라 동네 싸움만 날뿐 돈벌기는 불가하기에 전문 요리사가 이런 시골에서 중국집을 여는건 미친짓 이겠다. 돈벌맘이 없는 사람들만 이런 시골에서 놀긴 뭐하고 음식점을 여는것 같다는 생각이다.



시내 장터에 나가면 얼마전부터 1호 푸드트럭이라는 트럭이 있다. 비교적 젊은 아줌마가 하는것으로 '옛날 토스트' 라는 메뉴가 메인이다. 계란에 설탕을 넣지 말아달라고 그렇게 부탁을 해도 결국은 설탕을 넣어주는데 설탕을 안넣으면 도저히 맛에 자신이 없어서 손님이 두번다시 안찾을까봐 노파심 때문에 손님의 주문을 억지로 거역하며 음식을 판다. 일단 먹어보면 맛이 괜찮지 않냐고 묻는데 내 사정을 설명하기도 뭐하고..원두 커피 역시 가장 저질의 원두맛으로 커피맛을 논하기는 무의미하다.


시골 식당들은 대부분 한식 중식 위주는 MSG 불패신화에 의존하고 빵등 종류는 설탕을 많이 넣어야 달고 맛있다 라는 단순한 개념에 충실하다.


대기업 빵집이 아닌 개인빵집의 경우 친분도 있고 가격도 저렴해 많이 팔아주고는 싶은데 모든 빵 종류가 설탕 덩어리들이라서 나같은 환자에겐 모조리 위험한 빵들뿐이다.


대형 마트도 하나로 마트가 내가 거주하고 있는 전지역을 모조리 독점했는데 독점하고 싶어서 한게 아니라 그만큼 인구가 적고 수요가 한정돼 있기에 시장성이 없어 다른 대형 마트들이 궂이 타 마트가 선점한 지역에 경쟁하러 들어오지 않는것이다. 결국 경쟁이 없는 독점이기에 산지임에도 대도시 대형마트보다도 농수산물 가격이 더 비싸게 된다.


오늘도 장터에 나온김에 유일하게 통밀빵을 파는 뚜레주르에 들러 통밀빵을 사면서 썰어주지 않겠냐고 했다. 건너편 빠리바케트는 통밀빵은 아예 들여놓지도 않는다.


" 우리도 통밀빵은 하루에 딱 한개만 만들어요. 지금 막 나와서 뜨거워 썰수가 없어요. 통밀빵 호밀빵 몸에 좋은거라고 들여놔 봤자 찾는 사람이 없어서 다 버리게 돼요. "


나같은 사람이 특별하게 안찾는날은 그나마 하나 나오는 통밀빵은 쓰래기통으로 직행하게 된단다.수요가 없으니 당연히 공급이 없고 나같은 환자가 아무리 먹거리를 찾아 다녀도 환자가 먹을만한 마땅한 음식점이 없는것은 당연한 일이다.



'나는 자연인이다' 처럼 식사를 혼자 해결할 자신이 없는 환자분들은 절대 선택하지 말아야할것이 시골에서의 '자연치유' 이다. 음식을 챙겨주는 간병인이 딸려오지 않는이상 나처럼 하루종일 먹을거리를 찾아 돌아다니는 수고를 해야만 하고 그나마 몇군데 주변 도시들을 샅샅히 뒤져 먹을만한 식당을 알아내는데만 수개월의 시간이 걸리고 많은 음식점들을 훝고 다녀야 하기에 많은 금전적 낭비를 감수해야 한다.


몸이 한참 생사를 오락가락 해서 돌아다닐만 하지 않았던 지난 겨울 당시, 굶어죽지 않기위해 하루에 생라면 하나를 생식이랍시고 뜯어먹으며 버틴 내 기행이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고 보면 된다.


목숨을 담보로 돌봐줄 사람없는 환자의 나홀로 시골행은 섣불리 선택하면 안된다고 경험자로서 강력하게 주의를 주고싶다.. 먹을것을 해결하지 못하는 시골 생활은 환자에겐 목숨을 내던지는 행위가 될수 있음을 명심하면 좋을것이다.


다행히, 나는 힘든시기를 지나 적응을 어느정도 해서 지금은 먹는것에 별다른 어려움 없이 해결해 나가는중이다. 장폐색으로 한두숟가락 뜨기도 힘들었던 상황에서 일반 식당을 갈수 있게된거 자체가 기적이다. 내가 가는 두개 식당이 나를 살렸다고 본다.


자신한테 맞는 식당을 찾아내고 먹을만한 음식들을 찾아내는 긴 시간동안 엄청난 고생과 낭비가 있었다.  지난겨울, 생라면과 인스턴트라도 먹으면서 굶어죽지않고 살아남은게 다행이다.


테너 '류정필' - '사랑속으로':

https://youtu.be/xgsKeXRWFMY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