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에고는 사랑이란 단어에 참 인색하다. 인간들 남녀의 사랑에 대해선 젊을때 홍역처럼 앓고 지나가는 쓰잘데없는 감정낭비 라는 생각을 하고 우주 만물이 주는 생명에 대한 사랑스러움과 인류애 같은것은 느끼기보다는 머리로만 이해하고 만다. 한마디로 에고는 사랑따윈 승패를 지닌 쟁취게임에서 이기기 위해선 전혀 도움이 되는 감정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받는것에만 관심있지 주는것엔 인색하다.
에고의 사랑은 그래서 언제나 매우 한정적이다. 에고가 말하는 사랑은 사랑 이라기 보다는 집착이라고 표현하는게 더 맞는말 같다. 한 사람에게 집착하고 가족들에게 집착하고 그나마도 이리저리 조건을 따지려 든다. 그것이 에고가 품을수 있는 사랑의 대부분 크기이다. 그러나, 예수같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성인들의 슈퍼에고가 품는 사랑의 크기는 스케일면에서 에고들이 말하고 원하는 사랑 과는 차원이 다르다. 전 인류를 가슴에 품는 거대한 사랑의 스케일을 보여주는데 그 사랑이 클수록 이타심도 커질수 밖에 없다.
성인들이 왜 자신을 점점 버리고 점점 더 타인을 위하는 이타심을 키워나가는지에 대해 그 본질을 이해하게 되면 그들이 행하는 인류에 대한 봉사가 사실은 본인 스스로를 그만큼 더 위하는것임을 깨닫게 된다. 타인과 생명에 대한 봉사와 사랑의 감정을 점점 키울수록 의식은 점점 확장되게 되고 세상이, 우주가 온통 사랑으로 채워져 있음을 스스로가 실감하게 된다. 즉, 거대한 사랑을 나눠주고 품을수록 본인도 거대한 사랑속에 파묻히게 된다.
에고들이 쟁취하려고 하는 남녀간의 작은 사랑은 부작용으로 배신의 상처와 질투를 낫지만 조건없이 베푸는 큰 사랑은 그런 부작용이 절대 없다. 우주와 합일되는 무한 행복감을 느낄수 있기에 성인들은 계속 더 큰 사랑을 품기위해 스스로의 제한을 조금이라도 넓히려 계속 노력하는것이다. 수퍼에고 에게는 타인에 대한 봉사가 바로 자신의 행복이 되지만 에고에게는 남이 알아주지 않으면 손해본다는 억울함과 억지로 하는 봉사는 행복이 아닌 불편함이 된다. 같은 봉사라도 그 차이는 크다.
오늘같은 날은 햇살이 너무 따뜻해서 환자모드로 있기엔 너무나 억울한 날이다. (근데 내가 환자 모드로 있던날이 있었나?) 나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췌장암 말기의 통증은 무시하기로 하고 소풍을 나왔다. 원래 통증 쌩까는건 내 전문인지라 즐거운 마음으로 호수공원 소풍을 나왔는데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벅적 거린다. 이번주 부터 꽃 박람회가 시작되고 유월엔 장미축제가 벌어질 예정이라 며칠 지나면 인산인해로 오려면 주차 지옥과 인파로 인한 난장판을 감수하고 와야만 한다.
완벽한 날씨가 주는 대자연의 사랑스러움에 사람들 모두 즐거워 보인다.사랑이 충만한 봄날의 공원 되겠다.
태어나 처음으로 먹어보는 '닭계장' 이다. 식당에 메뉴가 닭계장 딱 한가지라 지나가다 보면서 언제한번 먹어봐야겠다 벼르던 음식이다. 재료가 전부 국산이라는데 고추가루 라기 보다는 큰 고추조각들로 버무린 김치에 국에도 온통 고추가루 투성이라 절반밖에는 못먹었지만 그래도 먹어는 봤다. 내 취향은 아니지만 육계장 좋아하는 사람들은 아마 자주 먹을듯하다. 밥먹자마자 공원에 왔으므로 슬슬 산책하다가 맛있는 커피 파는곳에 들러 커피만 마시면 완벽한 하루가 된다..
나에게 있어 완벽한 하루는 사랑이 충만함 속에서 행복감을 느끼며 존재하는 날이다.
내가 느끼는 사랑은 누구에게 주는것도 받는것도 아니다.원래 우주 전체 존재 자체가 사랑으로 이루어져 있기에 그냥존재하는 충만함속에서 머물면 된다. 내가 누군가를 혹은 무언가를 사랑한다면 그것은 내것을 주는것이 아니라 원래 존재하는 사랑을 표현하는것에 다름 아니다. 사랑은 원래 대상이 있건없건 무조건 존재하는 것이니까..
내 안에 사랑이 충만할때 원하는 모든 대상에게 그것을 마음으로 나누어줄수 있다. 건강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보살필수 있고 평화를 지닌 사람이 타인에게도 평안을 줄수있는것과 마찬가지 이다. 자신이 먼저 충만하지 않으면 타인에게 나누어준다는것은 그만큼 어색하고 부담이 따르는일이 된다. 일단은 스스로 사랑이 충만하도록 충전부터 해야 하는데 만땅이 돼면 저절로 넘쳐서 주위에 방사가 된다..억지로 사랑을 만들어내는 가식적인 수고따윈 할 필요가 없다.
주변에 사랑을 마구 나누어 주어도 나는 사랑을 원할 이유가 없다. 존재하는 거대한 우주적 사랑속에 나를 녹이기만 하면 되니까..이미 존재하는거대한 사랑 속으로 내가 들어가기만 하면 되는것이다. 에고는 이것이 힘들다..그래서 에고의 삶은 단한사람의 사랑을 얻기도 그렇게 힘들어 하고 집착하고 스스로도 사랑하기 겁내고 벅차하는것 같다. 스스로가 그런 좁은 틀안에 갖혀있기 때문이다.
이 완벽한 봄날이 주는 충만한 사랑속에서 다시 사랑을 처음부터 하나씩 배우기 시작한다.그동안 에고가 생각한 사랑과는 차원이 다른 사랑의 본질에 대해서다..
보통 우리가 사는 지구, 가이아를 모든 생명의 어머니라 부르는데 그말에 깊이 공감한다.. 모든 지구상의 생명을 보듬고 키워주는 이런 위대한 사랑을 나눠주는 가이아 라는 존재에 대해 제대로 인식한다면 고마움과 사랑을 느끼지 않을수가 없다..정말 사랑은 위대하다....
살랑살랑 봄바람과 노닥거리며 그 사랑속에 잠기는 편안함과 가슴 뭉클거림을 즐긴다..당신이 가이아가 모든 생명들이 단순히 존재한다는것 만으로도 정말 눈물나도록 고마운것..그것이 사랑이 주는 위대한 감정같다.. 내 눈앞에 보이는 모든 사람들과 나무들..존재해 주어서 정말 고맙다..그 감사함에 눈물이 날듯한..지독히 사랑스러움이란 감정..커피와함께 그 뭉클거림이 주는 행복감속에 잠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