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ooAh May 03. 2017

축복과 축제들이 넘치는 계절에..

부처님 오신날 꽃씨 흩날리고..


오늘이 부처님 오신날이다. 해피버스데이 붓다다..꽃씨가 마구 흩날리는 따스한 날인지라 부모님이 외식하고 싶다고 하셔서 아버지 전원주택 근처의 장어구이 집을 왔다.


확실히 요즘 사람들은 여유가 있다. 이 시골 구석까지 장어를 먹기위해 찾아올 정성들이면..시골 구석일수록 일반적으로 음식 가격이 도심지에 비해선 좀 비싼데 그렇게 싸지않은 가격임에도 점심시간 되니 주차장이 차댈데없이 가득하다. 장어를 구워서 먹기좋게 잘라주고 정리해주는 서빙 도우미가 처음부터 마무리까지 계속 달라붙어 서빙을 한다. 어린 알바같은데 좀 안쓰러우면서도 노부모님들을 모시고 온 입장에서는 친절해서 고맙다는 생각이 든다.



인간이 나이가 들어 몸 가누기 불편해지면 별다른 취미없이 맛있는것을 찾아다니는 식탐의 즐거움만 남는다던데 별다른 식욕이 없는 나와는 정 반대인지라 나같은 경우 내가 먹을 양만 몇조각 집어먹고는 마당에 나와 햇살을 쬐면서 흡연을 즐기는 중이다. 거동이 불편한 아버지는 모든 행동에서 보통 사람들보다 시간이 네배이상은 걸린다. 슬로우 모션으로 세상을 사시기 때문에 남들과 보조를 맞출수가 없고 식사를 전부 마치시려면 한시간은 더 걸리실듯 하다.


오늘 여기저기 절들에선 온갖 행사들이 이어질텐데.. 그러고보니 나비축제도 지금이 한창인데 아직 시골에 내려가질 못했으니 그냥 PASS 가 될것같다. 이런 날씨는 사람들을 가만히 집안에 놔두질 못한다. 내가 시골에 내려가는 것을 미루는 바람에 요즘 매일같이 부모님들을 모시고 외식을 다니는데 내가 없었음 이 좋은 봄날 부모님들이 TV 앞에서만 계셧을것 생각하니 내 여행을 좀 미루고 있는건 잘하는것 같다. 동생이 한국에 올때까진 아버지가 혼자서라도 자기 집에 계시는게 좋긴한데 동생이 한국오면 요양원을 알아보는것이 맞을듯 싶다..



내가 여름이 돼면 정말 가고싶은 축제가 있는데 바로 매년 여름에 전세계 천여명의 유명 재즈 뮤지션들이 참여하는 노스씨 재즈페스티벌 이다. 나중에 여유롭게 은퇴하면 페스티벌 기간동안 투어를 따라다니는 생활을 꿈꾸기도 했다. 북유럽의 노스씨를 따라 몇개국에서 며칠에 걸쳐 재즈 축제가 벌어지는데 예전에 내가 20대때 네덜란드에 있을때는 헤이그에서 열렸던것 같은데 지금은 로테르담에서 열린다. 규모도 그때보다는 많이 축소돼서 그때는 일주일은 한거 같은데 올해 일정을 보니 3일간 이다.



워낙 많은 세계적 뮤지션들이 여기저기 동시다발적으로 콘서트를 열기 때문에 자신이 좋아하는 뮤지션의 공연들만 찾아 다니려 해도 시간이 모자란다. 중간까지만 보고 나와야 하는 경우도 많고 더 보고싶은 공연을 위해 관람을 포기해야 하는 공연들이 수두룩 하다. 아침부터 그 다음날 새벽까지 재즈음악에 빠져 이성을 잃게 되는데 존 스코필드 같은 초거물들의 공연은 프로그램 마지막에 배치하는 배려를 보여주기도 한다. 그러면 시간에 구애없이 광적으로 앵콜이 이어질수가 있어서 내가 본 존스코필드 공연같은 경우 새벽1시에 끝나기로 된 공연이 관객들이 보내주질 않아 새벽3시까지 이어지기도 했다. 관객과 연주자들이 하나가되는 그야말로 무한 자유를 만끽할수 있는 음악 페스티벌이다. 그런 페스티벌을 찾아 즐길수 있는 날들이 다시 올련지 ... 현재 나의 미래는 백지 상태이다.. 당장 저녁때 일을 모르고 내일일을 장담할수가 없다.


계획을 세울수 없으므로 아무런 생각을 할 필요가 없기에 에고가 튀어나오거나 할일이 거의 없다. 스트래스 받을일이 없다는 말이다. 흘러가는 대로 맡기기만 하면 된다. 오늘도 흘러가는 대로 몸을 맡기다보니 꽃씨 흩날리는 좋은 날씨에 장어를 먹고 한가로이 식당 마당에 나와 햇살을 쬐면서 이렇게 브런치에 글이나 쓰고 있지 않은가.. 나쁘지 않은 평화로운 시간이다.


생각없이 떠다니는 하루는 결코 에고가 생각하듯 스트래스 받지도 않고 기분이 나쁘지 않다. 가만히 있어도 알아서 햇살이 내려쬐주고 새들이 지져귀어 준다. 배고프면 맛있는거를 찾아다니고 피곤하면 아무데나 널부러지면 된다. 에고들이 좋아하는 생각놀이에 얽매이지 않고 산다는게 마음도 가볍고 참 괜찮다는 생각이 든다..계획을 세우지 못하고 언제까지 그런 평화가 이어질지 알수 없다는게 단점이긴 한데..그런 걱정도 하지를 않으니 지금 순간만을 열심히 즐기면 된다..현재 아주 좋다..




매거진의 이전글 거대한 사랑속에 잠기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