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 자체로 아름다운 우주만물들..
아침부터 새소리 폭격이 시작된다. 어제 세시쯤 잠들엇는데 여섯시 된걸보니 세시간 잤나보다. 새소리 들으며 두시간 정도를 뭉기적 대다 방문을 열고 나오니 공기가 그렇게 맛있을수가 없다. 공기가 '맛있다' 라는 생각은 처음 해봤는데 정말 그렇다. 맛있는거 먹었을때 몸에서 나오는 엔돌핀이 시골에선 아침에 숨만 쉬어도 나오는것 같다. 몸까지 개운하니 '완벽해' 라는 탄사가 나온다.
아침에 일어나자 마자 행복감이 엄청나게 밀려오는데 이유는 몇가지 없다. 몸이 안 아프고 공기가 좋고 새소리가 들리고 날씨가 쾌청한것뿐이다. 그것만으로도 이 세상이 꿈속이라면 나는 엄청나게 행복한 꿈속에 있다..
내 방앞에도 꽃들이 피었다. 아침마다 인사를 나눌 이쁜애들이 여기저기 널려있다. 어제 전국의 관광지란 곳을 몇군데 가볼까 하다가 영 안땡기던 이유가 관광지란 곳들의 사진들을 보고나니 내 주위의 자연공간이 더 훌륭하다는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천혜의 자연속에서 지내면서 그보다 못한 인공 자연이나 비슷한걸 보러 궂이 돈까지 주면서 다니고 싶은 맘이 싹 가신다.
시골에서 내 나름대로 터득한 생활방식, 식사 패턴이 집에서와는 완전히 달라진다. 아침은 적게 먹거나 안먹던 습관에서 일단, 아침을 든든하게 나가서 사먹는다. 그러면 하루종일 뭐먹까 먹는거 스트래스를 안받게된다.
내가 다니던 한상 가득 차려주던 기사식당 백반집도 부페식으로 바꾸었다. 버리는 반찬이 너무많아서 라는데 그 이유도 있겠지만 건너편 부페 기사식당이 너무 독주하니 따라하려는듯 싶다. 건너편 된장찌개 까지 나오는 부페식 기사식당은 관광버스로도 단체로 오고해서 점심때 되면 수백명이 몰려드는 대박집이다. 7천원에 전국 어디가도 그렇게 푸짐하게 차려주는 곳은 없기에 오는 손님 모두 흡족해 하고 주인은 수백명 손님이 나갈때마다 일일히 '맛있게 드셨습니까?" 인사를 건넨다. 어차피 내가 먹는 반찬과 양이 한정돼 있기에 나는 양보다 입맛에 맞는 반찬이 더 좋다. 대박집은 가끔씩 된장찌개가 생각날때만 간다.
안녕 얘들아.. 잘 있었니? 미친놈처럼 꽃한테도 인사하고 나무한테도 인사하고 약수터에도 인사를 한다. 내가 사색에 잠기는 의자도 다시보니 반갑다. 정말 반가워 기분이 좋으니 입에선 노래까지 저절로 나오는데 인사정도는 마구 남발해도 괜찮다. 러시아 타잔걸 '아니스타시아' 가 아마 이런 심정이리라..
오늘부터 내 방앞에서 일광욕과 다스칼로스 할아버지 이야기를 읽는 즐거움에 당분간 푹 빠져볼 생각이다. 다스칼로스 할아버지는 가식이 없어서 참 재미있다. 대화를 녹음해 기록한것이라 분위기가 그대로 전달되는데 모르는건 모른다고 하고 확실치 않은건 내 생각엔.. 이렇게 솔직하게 대답한다. 나는 디팍 초프라 처럼 모르는것이 없는듯 말하는 사람들보다 그런 솔직하게 자기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 이야기가 좋다.
햇살과 독서, 맑은 공기와 새소리, 널려있는 꽃들과 나무들..더 이상 완벽할수 없는 행복한 꿈속에 잠겨있는듯 하다.인간이 행복할수있는 조건은 그리 까다롭지도 어렵지도 않다는걸 이번에 아파보면서 깨닫게된다..존재 자체의 행복감은 모든 생명체가 가지는 당연한 권리이다..우주 만물 모든것들은 아무것도 가진것 없어도 존재 자체로 아름답고 완벽하고 행복할 권리들이 있음을 알게된다.. 스스로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마음이 있다면 그것은 존재에 스며든 바이러스다. 바이러스는 치유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