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ooAh Apr 26. 2017

에고가 잠든 마음의 평화

에고가 잠들수록 의식은 더욱 투명해 지고..


요 며칠 잔잔한 마음의 평화속에서 일상을 보내고 있다. 의식은 또렷한데 어느것에도 마음의 동요가 일어나지 않는것을 보면서 드디어 50년간 삶속에서 재미를 찾아 날뛰던 원숭이 에고가 어디론가 숨었다는것을 알게된다.


죽은걸까?.. 에고가 겁을먹고 죽어간다고 징징대는걸 외면했더니 진짜 죽었나? ..잠들었는지 죽었는지 숨었는지..뭐가됐던 내 의식 앞에서 알짱대며 까불대던 에고의 커튼이 사라져 버린 느낌..이것저것에 신경쓰면서 온갖 잡스런 생각속에 함몰된 원숭이가 사라져 버리니 의식이 한결 맑아졌다.


매운 갈비찜을 사먹고 후식으로 롯데리아 에서 초코시럽을 뺀 마블콘을 꺼리낌없이 시켜 먹는다. 며칠전만 해도 먹을까 말까 에고가 겁에질려 함부로 입에 대지 못하던 음식들이다. 죽어가는것은 나와는 점점 더 관계를 끊어가는 원숭이 니까 원숭이가 사라져 갈수록 나는 더욱 존재의식이 또렷해진다.



과일가게 앞에서 과일을 고르는데 예전같음 같은 1Kg 에 4천원부터 만원까지 다양한 딸기 가격을 보면서 많이 망설였을 테지만 즐거운 마음으로 가장 좋은 딸기를 고른다. 근래들어 외식으로 먹는것에만 돈을 아낌없이 쓰다보니 물가가 예전과 엄청나게 차이나는것을 실감한다.


현재 나에게 필요한 먹고 쓰는 생필품들이 정말 올랐다. 과일만 사먹어도 만원이상 든다. 아무리 머리를 굴려봐도 먹는것외에 지금 내 현재 상태에서 돈을 마땅히 쓸곳이 보이지 않는데 물건은 사봤자 쓰래기가 될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20년전과 비교해보면 공산품, 사치품들은 비교할수 없을만큼 가격이 떨어졌고 생필품과 먹는것들만 엄청나게 올랐다고 볼수있다. 한창 코스닥 열풍불고 명품바람 불었을때 우리나라 사치성 물건들에 붙는 물가는 정말 미쳤었다고 봐야 하는데 그때랑 비교하면 물가가 이렇게 쌌나? 어이가 없을 정도다. 그때는 일반 생필품은 너무 저렴해서 신경도 안쓰여질 정도였다.


생필품만 따지자면 그 당시 우리나라 물가는 유럽의 4분의1 정도 였는데 지금은 생필품 모든것 대부분이 우리나라가 훨씬 비싸다. 한마디로 여유있는 사람들이 소비하는 공산품과 사치품들은 옛날과 비교하면 정말 가격이 싸졌고 먹는것과 생필품만 올랐다는 말로 부자는 더 살만해졌고 서민들은 생필품 소비에도 세계 최고수준의 물가에 허덕여야 되는 나라가됐다는 이야기이다.


음식점 가격도 90년대 2천년대까지 내 소비패턴과 비교하면 당시는 오렌지족이 유행해서 앞구정동 주점에서 떡복이 하나만 시켜도 7만원 이었는데 그래도 사람들로 북적였다..특권층의 허영심을 만족 시키려면 무조건 비쌀수록 장사가 잘됐다. 지금은 그 가격받으면 미친가게 취급 당하겠지만 그때는 그랬다.


신사동 쪼그만 구석탱이 가게에서도 멕시코 양꼬치 몇개에 5만원 이상 받아서 둘이 조촐하게 식사해도 십만원은 넘어갔다. 새벽시장이란 막횟집은 30만원 받았었는데.. 당시는 비싸다는 생각을 못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 당시 강남 물가는 정말 비쌌다. 술한번 먹으면 5백만원 이상을 지불하는 룸도 유행처럼 널렸었다..그래도 사람들은 미어 터졌었는데..지금과 비교하면 물가가 싸진건지 비싸진건지 아리송송 하다. 강남의 음식점 가격들이 너무나 싸진거 같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강남 물가가 싸진것도 있지만 내가 다니던 식당들이 바뀐것이라고 봐도 되겠다.


아마 지금도 어딘가에선 둘이 간단하게 밥먹는데 십몇만원 드는 식당들이 성업중일테고 내가 그런곳을 안찾아 다니니까 없어진걸로 보이는것일 거다. 어쨋든, 90년대였던 몇십년전과 비교해 부유층이 애용하는 식당들은 더 싸졌으면 싸졌지 비싸지진 않았을것이다.


실예로,이십년전이나 지금이나 호텔 부페가격은 같거나 오히려 더 싸진데도 있다. 이십년전에는 뭐 먹을지 애매할때 보통 5만원 정도로 이용했던거 같은데 지금은 더 싼데가 많다.그런것에 비례해 일반 음식점과 삼겹살등 서민들이 애용하는 일반 고깃집 가격들은 상상도 못할 정도로 가격이 올랐다. 삼계탕도 만원이 넘고 치킨도 이만원 수준으로 몇십년전과 비교하면 수배는 올랐다. 담배값은 그 당시 최고비싼 88이 600원에서 지금은 4500 원이다.


여유있는 사람들이 누리던 것들은 몇십년전과 비교해 하나도 안 오르거나 더 싸졌고 서민들이 이용하는 음식점과 생필품들만 세계최고 수준으로 물가가 올랐다는 사실은 그만큼 없는사람들이 살기 더 힘든 세상이 되었음을 의미한다.



세상이 그렇게 변하다보니 에고들의 물질에 대한 집착은 인간 본성 자체를 변화시킬만큼 지독해진다. 특히나, 내 나이또래 친구들과 대화를 하려다보면 물질에 대한 맹목적인 집착과 그 틀이 너무나 단단해 도저히 깨어질 빈틈이 없는데 이 나라를 젊은이들이 헬조선으로 느끼게 만드는 핵심 세력이 40~50대 세대임을 실감하게 된다. 오렌지족도 그렇고 코스닥 열풍도 그렇고 돈이 모든것을 해결하는것을 보고자란 세대라 그럴것이다. 특히나, 물질적 성공에 올인하는 게임판에서 승자와 패자가 점점 확연히 드러나는 나이때인지라 그것에 따른 희비로 중년의 에고들은 더 갈등을 겪는다.


예전에 가난해 빌빌대던 후배가 지금은 세계적 중소기업의 총수가 되있고 부잣집에서 태어나 잘 나가던 친구는 부모가 물려준 재산마저 다 까먹고 점점 성격도 독해지는 모양을 보이기도 한다. 돈을 벌기 위해선 무슨짓이라도 한다..대부분 그렇게 변한다.


그런관심이 일체 사라진 나는 그런 물질주의에 철저하게 함몰된 중년 에고들의 대화에 전혀 마음이 가지 않는데 오랜 친구들의 연락도 그다지 반갑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게임판에서 밀려난 나를 보고 동정하는 친구들과 아직도 게임판에서 희비를 거듭하는 에고들을 동정하는 내 입장이 서로가 달라서 대화가 잘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대화의 공통분모가 잘 잡히지 않는다.



이리저리 두리번거리고 마음이 여기저기 끌려다니던 원숭이가 사라지면 의식은 항상 중심에 자리 잡게되고 모든것을 또렷하게 인식하면서 무덤덤하게 바라보게 된다. 삶을 연기하던것에서 바라보기로 전환되는 것인데 세상을 둥둥 떠다니며 사는 가벼움과 즐거움을 느낄수 있다.


의식이 가벼워지면 몸도 가벼워진다. 에고가 사라질수록 점점 더 가벼워진다. 의식도 몸도 점점 더 가벼워지기를 원하기 때문에 나는 에고를 이 기회에 더 철저하게 잠재우려 한다.아예 에고는 죽어도 상관없다. 에고가 사라질수록 나는 더 또렷한 나일수 있으니 말이다..


집에 올라와서 이것저것 맛있는거 사먹는것도 할만큼 한거같고 내가 바라던 날씨가 점점 익어가는것을 보니 슬슬 떠돌아 다닐 여행 준비를 해야겟다는 생각이 든다. 몸도 마음도 공기처럼 가벼워지면 정말 좋겠다..조금만 더 가벼워지자..

매거진의 이전글 항상 상태 그대로를 허용하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