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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Ah Apr 05. 2024

야밤의 본능 해적 길양이 놀이

본능대로 사랑찾아 길양이 체험


녀석이 하고 싶은것은 무엇일까?

녀석이 추구하는 자유는 어떤것일까?

녀석이 원하는걸 전부 허용하면 녀석은 행복할까?


네다섯살 아이가 요구하는걸 다 들어주면 아이는 어찌될까와 같은 문제다. 아이는 TV 에서 보는 모든걸 갖고싶어 하고 보자기만 두르면 군대를 발아래 두고 우주의 악당을 무찌를수 있다고 생각한다.


겨울을 니는동안 어느새 거실은 녀석이 장악해 버렸다.


외출했다 밤에 돌아오니 녀석 표정이 부어있다. 못 나가게 해서 그런가 밤이지만 내가 담배피는 동안 마당에서 바람이나 쐬라고 문 열어줬다 또 한번 허를 찔린다. 녀석의 철딱서니 없는 외부 세계에 대한 호기심과 동료 자유에 대한 동경은 훈련한다고 억제될 문제가 아니다. 문 열자마자 녀석이 작심한듯 주저없이 금단의 선을 넘어 시야에서 사라져 버린다. 안락함에도 채워지지 않는 한조각 사랑(?)을 찾아 모험에 나선것이다. 춘풍이 부는 봄날의 유혹을 이길수가 없다.


녀석은 오매불망 기다리고 다가가면 걔는 무서워서 오다가도 도망가고.. 무식하게 쫒다가 더 멀리 쫒아 버리고..


녀석이 비슷한 덩치들에겐 견제 양양을 하는데 어린 얘들 한테는 경계보다는 관심을 보인다. 그 뒤로 오매불망 하는거 보면 기다리고 있는게 맞는거 같다. 너 임마 아무리 동물이라 해도 어느정도는 선이 있어야 되는거 아냐?  어릴때 중성화 되고나서 뒤늦게 청춘이냐? 넌 걔들한테 스쿠르지 영감이다옹 짝짓기가 아닌 그냥 동종에 대한 호기심 관심이라고 봐도 되겠다. 큰놈들은 무섭거든.


8년간 집안에 갇혀 잠만 자던 녀석이 자정넘어 한시간을 온동네 쏘다니고 먼지 투성이로 귀가, 당연하게도 목욕 전쟁이 벌어진다. 간신히 털 말리고 다 끝났나 담배한대 피러 마당에 나오니 야심한 밤에 이쁜갸가 사료 먹으러 온다.


형아가 알아서 잘 꼬셔줄께. 생선주고 츄루 주면서 잘 꼬셔주고 있는데 자는줄 알았던 녀석이 눈치채고 슬그머니 다가온다. 녀석이 직진으로 접근하니 이쁜이는 바로 도망간다. 녀석은 가지마옹 또 다시 전력 추격에 나서고 순식간에 시야에서 사라져 버린다. 호기심(?) 본능에 눈을뜨니 방금 당했던 지독한 목욕의 고문따윈 아랑곳 없다. 털 말리자 마자 또 사라져 버리니 허탈감에 허허..


녀석이 흙투성이로 실내 못들어오게 문을 닫자 처분을 대기중이다. 이번 여름은 녀석과 함께 밀집모자 해적단 놀이를 하며 행복해볼까 깃발까지 장만 했는데 잘될까? 너 캐릭터가 모냐?
해적 놀이는 너나해라옹 이다.



녀석이 시야에서 사라져 동네를 휘젖던 한시간 동안 많은 생각을 해 본다. 가출 청소년들 그리고 부모의 맘, 대부분 어린아이가 부모에게 체벌 당하고 한밤에 가출 흉내 내는건 부모속 상하라고 하는 시위다. 내가 어릴때 해봐서 안다. 부모는 여기저기 찾아다니고 내가 그 심정인데 녀석의 가출은 의도가 그게 아니다. 안정추구와 정 배치되는 감춰진 본능의 부활이다. 중성화 해서 그나마다.


다행히 한적한 시골인지라 도시처럼 위험 요소는 크지 않지만 오물들과 길양이들이 무수히 많다는것이 변수다. 녀석은 외롭다. 겁없이 다른 길양이들 소리만 나면 관심을 보이고 찾으려 하는데 길양이들 눈엔 세상물정 모르는 샌님의 순진함 이랄까..


https://youtu.be/GbpP3Sxp-1U?si=y2z-zUiEYn3bqDcL


형아는 울고 싶어라.. 너를 또 목욕 시켜야만 하겠구나. 녀석이 분위기를 눈치채고 양양 도망 다니기 시작하면 나와의 사이에 한동안 냉전 기류가 흐른다.


목욕 전쟁을 치루고 난 다음날 아침인데 일어나 커피내리고 움직임에도 녀석의 양양 조름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확실하게 삐진것이다. 마당에 나가 놀라고 하니 바로 금단의 선 입구에서 오매불망 갸를 기다린다. ‘이넘아 암만 바라봐도 너가 보임 갸들은 안온단다.


그렇게 대놓고 입구에서 기다리면 반대로 안오는걸 너는 그걸 왜 모르니 우


심하게 삐진 녀석을 달래줄겸 버리려고 마당에 내논 이전 화장실로 diy 해먹침대를 만들어 본다. (바닥에 보자기 하나 쪼매논것뿐이다) 역시 관심 없다. 버려야 한다. 녀석은 상심? 상사? 다시 우울감 닌자모드로 박스집에 숨다가 가끔씩 넘지 말아야할 금단의 선 앞에서 오메불망을 반복한다. 현재로선 녀석을 행복하게 만들수 있는건 다른 길냥이들의 방문뿐 인거 같다. 녀석의 행복은 왜이리 들쑥날쑥 단순함에도 가깝고도 먼것이냐.


녀석은 다 늦게 본능적 고양이식 본능의 열병을 앓고 있는거다. 중성화랑은 관계없다. 밤에는 절대 본능을 이기지 못한다. 날 좋은 야밤에 뛰쳐 나가고 싶은 고양이 본능에 대해 우리애는 절대로 그럴애가 아닐리가 없다. 녀석의 관심은 오로지 채워지지 않는 한조각 뿐인데 어젯밤에 난 니가 미워졌어. 쫒아 다닐수록 쫒아내는걸 너는 그걸 왜 모르니. 우! (70년 이전생만 아는 표현이다)


인간에게 조름의 밀당은 고수면서 동종과 사교에선 밀당을 전혀 모르는 녀석이다. 녀석의 일방적 다가가 친구 되기는 메이드 되기 힘들어 보인다. 왜? 녀석은 목욕도 무섭고 집안의 안락함을 포기하면서 까지 도망가는 갸들을 끝까지 쫒을수 없기 때문이다. 가만히 있으면 형아가 알아서 먹이주면서 꼬셔주고 너도 살살 접근하면 갸도 점차 마음을 열고 친해져 갈텐데 너의 순진함이 다 망치는거야 인간의 눈에는 그 구조가 보이는데 녀석은 연애초초짜다. 발정 나는대로 붙어먹는 길양이들 사이에서 집안에서만 지냈던 녀석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 나이만 먹었지 미묘한 밀당 연애의 매커니즘을 알리가 없다. (헉 내 얘기?.)


평상시 생활은 집양이가 좋고 놀때는 길양이가 되고싶고 중간의 목욕은 끔찍히 싫고가 녀석의 딜레마다. 동종의 친구가 없어서 생기는 문제같다. 여름날 되보면 답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 여름엔 사람도 그늘막 야외가 실내보다 좋다.


https://youtu.be/xwFYqoDStfY?si=CLhwFdyXMB-VvTKy

위 뮤지컬과 비교해보면 캣츠 영화가 왜 망했는지 안다. 뮤지컬 쑈로 보면 화려하고 재밌는데 영화로 보면 신난다기 보다는 요괴물처럼 기괴 무습다고 할까나..


*사전 투표날이다. 녀석의 오매불망 상심에 인간인 내가 위로해줄수 있는건 아무것도 없다. 투표나 하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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