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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Ah Apr 12. 2024

해적깃발 (장난처럼) 나빌레라

생존과 놀이는 차원이 다르거든.


올 여름 준비 새로 천막을 재건해 해적 깃발을 꽂았노라. 올해 멤버들이 하나둘 마당에 모습을 드러낸다.


진짜 해적다운 면모를 보이는 녀석들. 3세대 이상 길양이까지 있다. 삼색이라 부른다.
해적 집단속의 암컷은 새끼가 새끼를 낳고 짧은 생애동안 쉴세없이 임신 출산을 반복한다. 이쁜애를 낳으면 새끼는 사람들이 채가고 또 임신을 하고 또 낳는다. 중성화를 그래서 하는거다
새로 신고식을 하는 신입 길양이. 보아하니 집냥이로 크다 성묘가 돼서 버려진 놈이다. 살이 뒤룩뒤룩 하네.


처음엔 한살배기 애들만 봐도 겁내서 낑낑대던 녀석, 지금은 용기내 당당히 놀자고 나서는데 애들이 같이 안 놀아준다. 너는 아웅대는 놀이지만 걔들은 먹이를 먹어야만 하는 생존 차원이거든. 다시 집사 팔목 잡고 늘어지기나 하며 양양댄다.



 녀석은 체험을 통해 비교 선택을 한다. 양쪽을 다 경험해본 결과 당연하게도 해적이 되서 온동네 시골 들밭 쏘다니는 것보다는 집안의 안락함 쪽을 택한다. 한번 가출을 허용하고 집안에 못 들어올수도 있음을 인지 시킨 결과 지금은 밤에도 밖에 나가게 해 달라고 조르기보단 부드러운 털 위에서 꼬리 흔들며 잠드는걸 선택한다. 가출해 마음껏 놀아보니 자유란게 춥고 배고프고 그런거다. 대용량 사료 구걸해 먹는 다른 길양이들 보면서 자신만 혼자 (전주인의 배려덕분에) 연어먹는 특권층임을 녀석도 알았다.


매달리는 녀석 영상통화로 보여주며 녀석이 부리는 말썽 때문에 골치가 아프다고 친구와 심야 잡담을 나누던중 친구가 말한다.



 “너 걔 때문에 즐거워 보인다“


아이들 키우는 엄마가 내가 재땜에 못살아 복닥댐을 한탄 하면서도 행복해 보이는 그런거네. 투덜리우스 나는 근황에 대해 온갖 뒤치닥거리 투정을 말하고 하는데 사람들은 반대로 내가 즐거워 하고 있다고 느낀다. “잘 지내는것 같아 보기가 좋아요” 음 그말이 맞는것 같다. 매달리는게 진짜로 싫으면 내색만하면 녀석도 멈추고 털먼지 싫으면 마당에 내놓으면 된다.  선택을 쥐어줄수 있는 권한은 녀석에게 있지않고 나에게 있다. 내 생각대로만 하면 약자인 녀석에겐 폭력이 됨을 알기에 기꺼이 녀석의 밀당을 권한을 지닌 강자로서 받아주는 것이다.


 난 아이들 질색이야 (나처럼) 아이랑 놀기 싫어하는 사람들도 자기 자식 키워보면 태도가 달라진다. 녀석 떠맡고 대리로 조금이나마 경험 해보니 알겠다. 집안에 털 날리고 옷 넝마 되는거 정도야 동거의 교감만 형성되면 얼마던지 감당할만 하다. 털 날리는거 싫으면 방법이 있다. 매일 쓸고 닦고 하면 된다. 다른 방법으로는 빨아들이고 닦고 하면 된다.



생존과 놀이는 다르다는걸 녀석은 다른 길양이들의 비굴함을 보며 깨닫는다. 그렇다고 동종의 그런 상황을 깨닫고 개혁하려는 혁명적 체게바라를 동물에게선 기대할수 없다. 혹성탈출 시저 원숭이나 붓다급 고양이가 현실에서 나올리가. 종마다 제약을 걸어둔 감옥같은 매트릭스가 그런거다.. 녀석이 길양이들 우두머리로 리더로써 이끌어 간다면 녀석은 모세인거다. 모세도 이집트 왕궁에서 자랐어.


너 험악한 길양이들 사이에서 기죽지 말고 당당한 귀족 해적이 되어라. (원피스에는 그런 캐릭터 많다.) 어드벤티지 기득권을 지닌만큼 양보하고 배려해야만 왕따를 면하느니라. 그러나 너가 그리 좋아하는 해적 놀이는 낮에만.. 해적왕은 아무나 하는게 아니란다. 맘은 알겠는데 보자기 두르고 팬티 바깥에 입고 설친다고해서 다 슈퍼파워 생기지 않아. 선장이 되면 좋겠지만 무리같고 왕따나 면해보렴. 그것이 올 여름 너의 과제가 될것 같다.



녀석이 왜 다른 아이들이 안오냐옹 양양 나에게 투덜대는데 나는 그 이유를 알지롱. 길양이들이 녀석이 낮에 마당을 차지하자 녀석이 없는 밤에만 주로 오기 시작한거다. 있을때 잘 해야 하는거야. 녀석들이 마당을 주간반 야간반으로 나눠쓰기 시작하는데 조율해줄까 말까.. 내맘이다.


분쟁이면 갈림이 정리차원에서 맞는데 분쟁은 아니고 길양이들이 귀족 기득권인 녀석을 피해서 벌어지는 일방적 왕따다. 나이먹은 인간에겐 심심한게 평화라서 좋은데 배경이 되기싫은 녀석은 같이 놀고싶어 애들이 언제오나 애가 닳는다. 녀석도 이젠 심심한 평화를 즐길 나이인지라 곧 안정될 것이다. 동거해본 결과 녀석의 호기심은 (못하게 막지 않는이상) 허용하면 기간이 그리 길지 않다. 금새 관심이 식고 원래의 잠냥이로 돌아온다.



* 여름엔 거미와도 (모기 나방 때문에) 전략적 제휴를 맺는다. 벌 한마리 날아 다니는 것에도 심심해서 호기심을 보이고 펄쩍거리며 빙빙도는 녀석이 어떻게 자연의 여름에 반응할지는.. 에어콘 공기속에서만 지냈던 녀석에겐 마당의 햇살만으로도 잊지못할 멋진 여름이 되기를..


https://youtu.be/MZV-cqYpMXw?si=ow9Ch_136mv_ccel

스티브 바이의 기타는 살아있는 동물의 소리를 내는데 고양이들 내는 소리랑 비슷해 난 얘 볼때마다 기타 그만둔거 너무 잘한거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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