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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Ah May 09. 2024

안락이냐 모험이냐, 다가오는 여름은 ?

Every Summer Night..


녀석이 슬슬 잔꾀를 부리기 시작한다. 집안에 가둠 당하기도 싫고 야외에서 뒹구는 대신 집안의 안락함을 포기하기도 싫고.. 결국 녀석이 자리잡은 주 공간은 현관 문앞 경계선 이다. 분위기 봐서 마당과 집안 양쪽 어디나 선택하겠다는 심상이다.  (문닫지 말란 얘기다.)옷을 입으면 마당 먼지속에서 마음껏 뒹굴어도 된다는것도 이해했다.



펜스를 친것에 대해 시간날때 마다 양양 염소소리를 내며 항의 하는데 자신이 못 나가서 그런게 아니라 다른 길양이들이 오지 못하게 막은게 서운해서다. 펜스를 치워줘도 알아서 금단의 선을 안 넘는것이 왜 펜스를 쳤는지를 이해했다. 자신이 가출을 안해야 다른 녀석들도 방문을 허락한다는 것을 한방에 알아 차린다. 보통 영악한게 아니다. ( 기껏 힘들게 펜스 설치하고 만족해 하는데 어느날 보니 바깥에 나가있다. “ 어? 너 거기 왜있어?”  녀석이 내 눈앞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10cm 정도 되는 펜스 가장자리 틈으로 바깥을 넘나드는 닌자 기술을 보여준다. 그동안 못 나가서 안 나간게 아니란거다.)


아침에 내가 방문을 열고 나오면 녀석의 기쁨에 찬 환호성이 계속 터져 나온다. 물론 나를 보고 싶어서 그런게 아니고 ‘너 일어났으니 빨랑 마당 나가게 문을 열어라’ 이거다. 기뻐서 소리지르는 강도가 비명 수준이다. 밤새 얼마나 마당에 나가고 싶어 했는지를 나타낸다.

(반대로 길양이들 울음은 발악과 통곡이다.)


심심해 외롭다옹 나보고 펜스 치우고 애들 데려오라 녀석이 양양거린다. 너 염소냐? 타이르지만 녀석의 심정도 이해간다. 내리 꽂히는 ‘아응-’ 은 아 짱나 그런 탄식이다..




성묘로 봤을때 살만큼 살았다고 봐도 무방한 녀석의 남은 여생은 회춘하여 행복한 시간이 되기를 바라노라. 장수하는 고양이 삶이라면 향후 십년 가까이 더 살수도 있을것이다.


하는짓을 보니 모든걸 다 내주어도 결국 채워지지 않는 열망 한가지가 바로 같이 놀아줄 동료 짝 이다. 햇살속에서도 시간마다 염소 소리내며 애처로운 연기를 한다. 다른 길양이들은 생존이 과제인데 녀석은 호기심과 따분함을 호소하니 혼혈왕자 다운 배부른 행복 타령이다. 그러나 어찌하리 모든 생물체들의 본능이 그러한것을.. 인간 역시 기쁘거나 슬프거나 어떤 상황에서도 남여는 끌리고 전쟁중에도 애들은 낳는다. 남자들 로망인 007 봐라 자기를 죽이려는 여자와도 몸매되고 이쁘면 무작정 사랑을 나눈다. 고양이들도 그래.


꾹꾹이중 인상 쓰다가 양미간에 이미 주름살 생겼다 너


녀석을 뒤늦게나마 짝 지어 주겠다는 생각을 한다. 안 그럼 녀석의 뒤늦은 이성에 대한 호기심과 안절부절 (중성화 해서 발정은 아니고) 사춘기적 춘풍은 안 끝난다. 어차피 자력으로 인연을 만들 능력은 없어 보이고 시간날때 입양 기관들 방문해 녀석과 어울릴만한 짝이 있는지 알아볼 생각이다.


성묘끼리는 새끼때완 달리 무작정 한 공간에 넣어둔다 해서 친하게 되지 않는다. 이미 본능적으로 영역권에 대한 개념이 생긴 이후라서다. 처음엔 분리시켜 놓고 조금씩 관심을 갖도록 해야 한다. 녀석은 무작정 직진하고 암컷은 도망가고 하는것이 패턴인데 처음에 잘못 관계가 설정되면 내내 싸워댄다.


고양이는 개와 정반대로 완전히 보수 방어적인 동물이다. 보수적 성향의 특징이 변화를 싫어한다. 한번 이것이다 하면 마음은 안 그럼에도 계속 같은 틀을 고집하는 경향이 강하다. 관계도 처음 방향을 잘 잡아 주어야만 그 길로 죽 간다.



녀석이 텐트에도 조금씩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다. 캠핑을 이어가려면 무엇보다 날씨가 중요하다. 기후가 예측 불가다. 작년에 물폭탄에 천막 지붕을 일부러 찢어야만 했고 겨울엔 눈폭탄에 기둥이 휘어 무너져 내렸다. 얼마전엔 황사가 가득 쌓여 청소하느라 진 뺏다.


미국 텍사스 사는 동생과 어제 통화 했는데 그곳은 한여름인데 뜬금없이 눈이 쏟아져 내렸단다. 반팔입다가 패딩입다가 종잡을수가 없어서 다들 여름인데도 차안에 패딩 하나씩 갖고 다닌다고 한다. 예전 같았음 기적이라고 토픽에 나왔을텐데 지금은 이상기후가 세계 곳곳서 일상이다. 땅 덩어리가 넓으니 그만큼 기후도 다양하겠지. 더 이상 여름이 예전처럼 청춘을 위한 낭만의 계절이 아니란거다.


아직 올 여름은 시작도 안했다. 녀석과 보내는 여름이 어찌 될지는 예측불가 일단 가봅세. 서두를건 없다.


https://youtu.be/UJ0m-NVeLrM?si=jJrZXMr5duUZkWZO

펫 매트니에게 있어 여름은 가징 행복했던 기억들 더미였으리리..

https://youtu.be/gFvfPvwD7Eo?si=JTb5aAFDZPjNKvjs

내가 사랑했던 청춘의 기억, 팻 매트니 그룹. 항상 그 자리에 있을것 같던 PMG 도 전설이 되어갈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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