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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Ah May 11. 2024

바람부는 [생명의 정원] 안에서

자유롭게 뛰어놀아 봤자...


녀석이 마음에 들어하건 말건 녀석을 위한 안전 공간이 점점 완성돼 간다. 계속 오매불망 펜스 바깥만을 주시하는 녀석의 시선을 차단할수 있을까 고민하다 알리산 보자기(?) 하나가 굴러 다녀서 붙여 놓으니 대문같다. 생명나무 그림에 맞춰 녀석이 뛰노는 이 공간을 ‘생명의 정원‘ 이라 내 명칭 한다. 올 여름의 추억은 에덴 동산에서 아담 역활인 녀석과 함께 하리라. (이브 만들어 준다고 갈비뼈 빼내는 짓은 안 하마.)


*고양이 삶으로는 충분한 중말년에 나에게 온것도 인연이 있어서 겠지만 녀석은 원 주인과 나의 오랜 20년간 인연에 대한 은덕을 제대로 입었다 할것이다.



밤에는 수많은 저가의 알리산 태양열 조명들이 놀이동산 야간개장 분위기를 낸다. 낮에는 일광욕 저녁땐 와인 한잔하기 딱 좋다. 오랜 벗이 찾아오면 가끔 고기를 굽기도 한다.


펜스 덕분에 녀석에게도 야간개장을 허가한다.


녀석의 조름에 요즘은 새벽에 잠이들어 새벽에 깬다. (새벽 1-3시 잠자리에 들어 5-7시에 기상한다.) 새벽 다섯시면 방문앞에 차렷 자세로 마냥 대기하는걸 아는지라 그 정성에 집사된 도리로 어찌 늦잠을 자리. (사실은 커피와 흡연이 땡겨서다.) 기척 소리만 나도 ’너 일어난거 다 알아 빨리나와‘ 애원하는 노래소리가 이어진다.


한두시간 토막잠을 중간중간 자면서 녀석은 하루종일 마당에 나와 펜스를 바라보는 것이 일과의 거의 전부다. 새벽부터 밤까지 먹는것 자는것 일체 관심이 없이 마당에서 오지않는 (동종의 길양이 친구(?) 만을 기다린다.



녀석이 오매불망 기다리던 꼬리잘린 퐁네프 암컷에게 심하게 까인후 풀이죽어 있다. (보호자로 따라 다니던 수컷은 사라져 안 보이고 암컷만 혼자 돌아 다닌다.) 밥 먹으려 하는데 그냥 달려가니 상대는 공격으로 느껴지기 마련이다. 암컷이 궁지에 몰리고 심하게 반항하다 얼굴 할퀴고 달아났는데 녀석은 마음의 상처가 더 크다.


안 보여서 어디에 있나 했더니 구석에서 벽보고 풀이죽어 수그리고 있다. 사교의 경험이 전무하니 차이는것도 처음일거다. 그렇게 아프면서 깨닫는거란다. (안아주고 위로해주니 다 큰녀석이 슬프다고 낑낑댄다.) 포복으로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접근한다고 먹힐리 없고 밀당없이 무작정 들이대기만 하는게 자력으로 짝 꼬시기는 애당초 틀렸네.


9년동안 다른 고양이들과 노는법을 전혀 배우지 못한 늙은 왕따애다. 암만 기출해 쫒아다녀도 암컷 절대 못꼬신다는걸 체험으로 깨달아서 이젠 가출 생각안한다.
자기 꼬리 잡기, 새끼때나 하던 장난을 다 큰놈이 할려니 별 재미가 없다. 재미없다옹~  칭얼대는데 다큰놈과 같이 놀아주기엔 나도 마찬가지다. 어쩌라고?


햇살이 좋은날은 혼자 뒹굴기나 자기 꼬리 잡기 놀이등을 하는데 얼마 안가 금새 따분해 한다. ‘애들 오게 펜스좀 치워다옹’ 염소 흉내 내면서 양양 졸라댄다. 뭘해줘도 결국은 짝을 만들어 주어야만 녀석이 행복을 누리고 안정화가 될듯하다. 아무리 중성화 한들 기본 본능이 그렇다니까.. (아예 바깥세상을 모르고 안봤다면 모를까 본 이상 호기심 불 들어왔다. 8년간 하루 20시간 자면서 실내 생활 했다던 녀석이 잠을 안자.)


화성에서 자기똥 비료삼아 혼자 농사짓고 사는것 보단 동종끼리 서로 영역다툼 하고 싸워도 치고받는 그 재미에 또 사는거라. 고양이에게 중생이상의 무엇을 더 바라는가.



인간들 역시 중생의 삶 테두리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먹이는 풍부해도 현대인들 마음은 길양이들과 더 비슷하다. 대부분 경쟁과 부족함에 짖눌린다.


생활은 변한게 없는데 지불해야 하는 카드 부채와 가난이라는 프레셔가 점점 조여오는 이유를 따져보니 고정지출 물가가 2년전에 비해 배로 올랐다. 없는 사람들은 배로 힘들어 진거다. 말세의 폭풍이 거세게 밀어 닥치는 중이라 삶이 상당히 조심스럽다.


짖누르는 치열한 삶의 기록 보다 고양이 얘기나 끄적대는게 그런탓이다. 인류 전체가 처한 말세기적 상황에 한숨만 나오고 나 또한 그 일원중 하나라.. 큰 고민에 작은 고민도 얹혀가고 작은 고민 큰 고민 그게 그거로 모든게 하나로 이어져 있다. 요즘엔 노부모 부양에 이런저런 잡스러운 생활속 문제들에 치인 나를 유일하게 웃게 만드는게 그나마 녀석뿐이다.


* 똑같이 어린아이 같음에도 아이와 달리 노부모 부양과 돌봄은 바라봄에 기쁨이 아닌 서글픔이 베이직 이다.


비 예보에 아침부터 거센 바람이 불기 시작해 천막 자체가 흔들린다. 오늘은 날씨가 왜 이런디냥? 주말내내 비워둬도 캠핑장이 무사할지.. 옷은 더우면 자기가 알아서 벗는다.


태풍이 오는건지 아침부터 바람이 세차게 분다. 캠핑과 야외 라는것이 일광욕이나 하고 마냥 늘어지는 여유로운 낭만만은 아니다. 자연과 직접 대면하는것이 때론 만만치가 않다.


조여오는 말세기적 상황이 날씨만 봐도 알수있다. 나오는대로 기록하다 보면 우려로 부정적 기운만 뭉태기로 나오는지라 글도 썻다가 지운다. 주말에 또 비가 온다는데 아침부터 거센 바람에 해적기가 난리가 났다. 아침부터 천막이 바람에 밀려 휘청거림에 줄로 단단히 기둥에 동여맨다. 예전에 제주도에서 자전거 투어하다 태풍 한가운데 고립된 경험이 있는지라 그 무서움을 안다.


주말동안 비워둬야 하는데.. 마당에 펼쳐논 캠핑장이 무사할지.. 천막이 흔들리고 바람이 세차게 불자 녀석도 날씨보며 이거 왜이래? 날보며 양양 소리치고 긴장한다. 너도 이런 날씨엔 집안에 처박혀 나 없는동안 편안히 잠이나 자거라..


https://youtu.be/6YXbrNDtaNk?si=NxayMcotfN6MHbTj


* 조금이라도 늘어진 천막 지붕에 폭우가 쏟아져 순식간에 물이 고일땐 무게로 기둥이 휘고 무너져 내리게 되는데 대처하려면 지켜보다 천막을 찢는수 밖엔 없다. 지난 겨울에 폭설로 실제 기둥이 휘고 무너졌다. 중국미국처럼 토네이도 같은것 오면 대책이고 뭐고 무조건 도망가야 한다. 한국은 그나마 산이 많아 다행이다.


https://youtu.be/FjL5hyYe2mE?si=a_kSWg4nETwi3px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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