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에서 하염없이 지루함을 못 견디던 녀석이 생애 처음으로 사냥을 했다. 녀석이 잡았다기 보다는 운없이 펜스에 날개가 걸려 제대로 날지 못하는 새를 녀석이 순간포착해 덮친것이다.
이 녀석 내가 현관 문을 활짝 열어놓고 외출하면 마당에서 들어가 집안에서 대기한다. 혼자 마당에 나와 있는것이 불안한가? 내가 와야 다시 마당으로 나온다. 일부러 실내에 있는 화장실 때문에 문도 열어놓고 외출하는건데..
녀석 행동이 다른 길양이들 수컷은 얼쩡대면 확실히 (내 백믿고) 내쫒고 암컷은 꼬시려고 별짓을 다해도 퇴짜만 맞고 유치찬란 그 자체다. 새까지 잡는짓을 다 하고 8년간 집안에서 혼자 지내던 녀석에겐 이번 여름이 확실히 신세계다. 매순간 새로운 경험일테니 잠을 안 잘만 하겠다.
죽일지도 몰라 내가 만류함에 잽싸게 집안으로 물고 들어간다. 그리고 새에게는 생사가 달린 녀석의 사냥 놀이가 시작된다. 살아있는 장난감이다. (쥐라면 잡으라고 놔뒀을지도 .. )
일단 살리고 보자. 녀석이 접근 못하게 울타리를 덮어 씌우고 분리 시킨다. 참새는 아닌듯 하고.. 제대로 날지 못하는것이 날개 아님 다리 어딘가 다친것이 분명한데.. 어찌해야 할지 고민하기 시작한다. 녀석도 먹이가 필요해서도 아니고 영역을 침범 당한것도 아니기에 딱히 죽일맘은 없다. 난생 처음 보는(?) 신기한 장난감을 빼앗김에 잠깐 양양댈뿐이다.
일단, 쌩초짜 사냥꾼 뒷발질에 잡힌 이 불쌍한 운없는 새를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해 보기로 한다. 자신을 살려준 나를 알아 차리는걸까? 나에겐 얌전하다.
이대로 그냥 다시 바깥으로 돌려 보내는것이 녀석에게 어떤 의미일까.. 그렇다고 내가 새까지 키울 지식이나 준비는 전혀 안 되어 있다. 녀석과 분리시키려면 공간도 그렇고 벌레 잡아줄 능력도 안되고.. 처리해야할 잡다한 일들이 쌓여가는 와중 생각이 하나 더 늘었다. 작아도 생명이고 새에겐 생과 사의 문제라 순리대로 가 본다. 다행히 외관상 눈에 띄는 부상은 없어 보이고 제법 조금씩은 날아 다니는데.. 일단은 녀석이 충격에서 벗어나 제대로 날아주기만을 바랄수 밖에..
* 새는 내상을 입었는지 다음날 아침에 보니 죽어있다. 착잡하구나.. 한삽만 떠도 될것같아. 시골인지라 주위에 산과 땅은 많다. 내 양지바른 땅에 낙엽으로 관 삼아 묻어 주노라. 미안하다 새야. 딱히 무엇을 탓할것 없는 일상의 죽음이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