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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Ah May 29. 2024

내가 지낼 환경을 마련해 놓거라.


확실히 아비시니안 종 특성이 있다. 그 안에서도 성격이 갈리겠지만 종이 지닌 특성은 대체적으로 공통적인거 같다. 가령, XX족은 사냥을 잘하고 호전적이다 라고 할때 다 그런건 아니어도 기본 성질은 비슷할수 있다. DNA 를 기반으로 삼는 혈통이란게 그런 작용을 한다.


아비종은 보통 성격이 지-삐 맞고 사람을 잘 따르는 개냥이과라고 한다.



새로온 이 아이는 확실히 (사람들이 말하는) 아비시니안종 기본 특성을 그대로 지녔다. 하루 정도는 침대밑에 숨어주고 기본 환경을 어느정도 파악하자 바로 자기 영역권 설정에 들어간다. 일주일 이상 걸릴줄 알았는데 적응 속도가 무척이나 빠르다. 낮설다 해서 주눅 드는거 없고 싫고 좋고 맺고 끊는것이 확실하다. 이틀 지났는데 벌써 먼저 코앞까지 다가와 나를 빤히 쳐다본다. ‘우리 얘기좀 할까?’ 라는 신호다. 아비종 특성이 그런건지 녀석 성깔이 그런건지는 좀 더 지켜보면 알겠다.


방안에 두고 무관심 배려로 내버려 두었더니 침대밑에 기어 들어가 숨은지 하루만에 (시트대신 알파카 카페트털로 바닥을 깐) 내 침대위에 올라가 주인처럼 자고있다. ‘이렇듯 푹신한 내집을 내놓아라’ 아니면 ’ 내 침대를 쓸테니 나보고 나가라는 ?‘ 당골찬 요구다. 이틀만에 배를 내보이고 잠을 자는건 경계심을 풀었다는 표현이다. 쓰다듬으면 골골송을 한다.


푹신한 털 장만해줄 동안 임시 수건깔고 다이소 박스집 만들어주니 밤에는 거기서 잔다. (한 녀석은 이미 거실 소파를 차지했고 얘는 내 침대를 차지하려 들고 각자 영역권 확보에 나서는거다.)


확실히 고대 왕족과 지내던 혈통이라 그런지 한성깔 야무진 구석이 있다.
고양이들은 털을 좋아한다. 잠자리 선택하라고 놔두면 전부 털위를 선택한다. 나도 털 좋아하고 셋이 전부 같은과다.
한 여름에도 체질이 바뀌어서  털 카페트와 솜 이불을 덮고잔다. 고양이 집은 일단 다이소 서랍박스다. 여닫이 뚜껑은 위로 제끼고 보자기로 입구커튼을 만들었다.


화장실은 작은건 성에 안 차고 남이 쓰는 큰거가 맘에든듯 자기것으로 삼기 시작한다. 남의 모래에 자기 채취를 새기느라 뒤비지고 엎고 분주하다. (서로 체취가 다를텐데.. 화장실 하나로 쓰면야 나야 편하고 좋다지만 일단 두고본다.)


* 이리저리 시험해 본 결과 화장실 위치가 문제다. 고양이들은 본능적으로 자기 집에서 멀리 떨어진곳에서 일을 본다. 야생 보호 본능적으로 적에게 체취를 남기지 않기 위해서다.


결혼을 사랑이나 성향이 아닌 집단의 이익 수단의 하나로 삼는것을 ‘정략결혼’ 이라 한다. 가진것이 많은 계층일수록 그 룰을 따른다. 그러나, 꼭 정략적 계산이 아니라도 동양과 중동등 많은 국가에서는 부모가 짝을 지어주는 ‘중매’  라는 제도가 전통이다. 우리나라도 조선시대때 까지 그러했다. 고양이들을 키워보면 왜 그러했는지를 잘 이해하게 된다.


연애라는게 성숙된 의식이 바탕이 되지 않으면 제대로 이루어지기 힘들다. 본능에 맏기면 힘의 논리에 의해 번식논리에만 충실할뿐 욕망이 충족되면 바로 갈라선다. 길양이들 사회가 그렇다. 인간들도 전쟁이 나면 어찌되는지 알지않나.


마당만 바라보던 녀석의 시야가 집안으로 바뀌었다. 집안에 있는 암컷에게 마음껏 환경을 익히라는 배려를 한다. 다가가면 도망가거니 숨으니 먼저 다가오도록 해야 한다.


첫눈에 반했다 할지라도 서로 이해할때 까지 시간과 정성을 들이는것이 관계이고 연애다. 상대가 마음을 열때까진 혼자 애태우더라도 서둘러선 안된다. 선을 넘지않게 밀당을 적당히 해야한다.


녀석의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전략이 왠 또라이냐? 웃기지만 위협적인거 보단 낫다. 그러고 슬쩍 집안으로 사라지니 ‘ 쟤 모냐? 웃기는 놈인데? ’ 암컷이 관심을 가진다. (지금은 그런 단계다.) 도망가는 길양이들 암컷 잡으려 달려들다 계속 까이면서 생긴 노하우다. 이제부터 한집에서 살아서 서두르지 않아도 된다는것을 녀석이 안다는거다. 더 이상 안 까이겠단 본능(?)이 겁을 내거나 신중함과 자제심을 발휘한다.


서로 친해지거나 직접 대면은 제지 당해도 일단 암컷의 존재감이 생기니 수컷은 안정감이 생긴다. 과거 무조건 부모가 중매 결혼을 시킴으로 인해 쓸데없는 청춘의 방황을 안하거나 줄이게 된다는 의미다. 고양이가 맘잡는다 해서 과거시험 공부할일은 없을테지만 부모(사람) 걱정은 덜어준다.


합사해도 될때까진 인간의 제재와 감시가 필수다. (외출시는 꼭 분리해 놓는다.) 녀석은 그간의 까임 경험으로 인해 낮에는 내 통제를 이해하고 잘 따르는데 밤이되면 본능이 솟구치는 광끼 타이밍이 있다. (괴상한 소리를 낸다.) 그때는 분리가 필수다. 녀석이 본능에 휘말려 무작정 힘으로 달려드는 순간 둘의 관계는 바로 파탄난다. (선택권도 없는 상황에서 싸워대는 관계가 되면 혹 때려다 혹붙인 결과된다.)


온 집안을 돌아 다니며 자신의 영역권에 대해 조사(?)중이다. 경계심을 풀때까지 최대의 배려는 노터치 무관심이다.


녀석의 전주인이 지어준 이름이 체리인데 ‘체리야’  부르니 아이폰의 시리가 자기 부르는줄 알고 항상 끼어들어 말대꾸를 한다. “너 말고!”  하면 ” 네 제가 찾은 결과 입니다.“ 너말고 들어간 노래가사들 죽 찾아주고 ‘체리야 자니?’  물으면 시리가 툭 잡아채 ‘네 저는 잠을 자지 않아요’ 말꼬리 잡고 놀자고 한다.


인식표 주문은 했는데 아무래도 이름을 새로 지어줘야 이 끝나지 않는 불편함이 사라질듯 하다. (애플 상대로 불편하니 시리 이름을 바꾸라고 전화할만큼 내가 힘있는 사람이 아니다.)


암컷과 수컷의 본성 그리고 둘 성격차이가 확연히 다르다는것이 보인다.


두 마리가 서로 호감을 보이고 주어지는 환경에 만족하는것 같은데.. 안정감과 평화로움이 확실히 한마리가 놀아달라고 매달리고 칭얼댈때 보다는 낫다. 합사가 언제 가능할지는 두고 보면 되고 궂이 합사를 안해도 상관없다. 어차피 둘다 중성화해서 새끼들 날일도 없고 기본 본성만 암수다. 외롭다고 징징대지만 않음 된다.


이 녀석 이틀만에 경계심 다 풀고 나에게 배를 내보이고 자면서 골골송을 한다. 겁보 녀석은  한달 가까이 걸렸던거디.


가깝지만 거리두기로 따로 친구처럼 지내는 연애질도 나쁠거 없다. 갑돌이와 갑순이는 안 그런척 했더래요 모르는척 했더래요 하다가 서로 다른데 시집장가 가서 달보고 울었다고 하지만 너희 둘은 그럴일은 없을테니 말이다. 안 싸우고 친구로 잘만 지내주면 된다.


https://youtu.be/wBeBGkCwmvI?si=dfLfoKfRePkgSd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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