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역 동물인 고양이들에게 있어 가장 스트래스 상황은 혼란과 변화다. 이사 하는날 처럼 거실과 마당이 난장판이 됐다. 계절이 바뀌면서 상황이 변했는데 사람인 내가 정리를 끝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름 낭만의 흔적들 산업 폐기물 자루 사다가 쓸어 담아야 한다.)
다른 말썽들은 원래 고양이라 그런거고 좁은공간의 동거에 있어 절대 금기 사항은 육탄전으로 싸워대는건데 같은 거실 공간을 두고 둘 사이의 아슬아슬한 긴장 상태가 결국 터지고 만다. 가장 우려했던 대형 사고가 터진거다.
이유야 어쨋건 녀석둘 싸우는걸 보니 젊은시절의 엄마 아빠가 가정 파투를 내고 별거의 시발점이 된 그날 아침을 보는듯 하다.
* 사람으로 대입해보면 둘 성향이 딱 우리 부모님 커플이다. 물과 불의 관계다.
어린 기억속에 각인된 가정파투날의 아침
열살때 인가 그랬을거다. 당시 엄마 나이는 기껏해야 30 초중반. 부부싸움 으로 엄마는 물건 내던지고 아침부터 울고불고 방안에 문걸고 안 나오고 이른 아침 출근전에 아버지가 어린 삼형제를 조르르 꿰차고 동네 해장국 집에가서 아침을 먹인다. 어린 나이에 난생처음 먹어본 (성인들의 음식인) 선지해장국의 기억이 그날의 아침이다. 그 뒤로 두분이 다시 합거 하기까지 엄마없는 하늘아래로 몇년을 지냈다.
탐군 입장에서 마냥 행복했던 봄날과 거실 생활이 달라진점은 첼양이 입주함으로 인해 공간 절반을 내주어야 하는데다 내가 새로 컴퓨터 세팅을 하느라 나 역시 공간이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마음껏 뒹굴던 거실 공간이 사라짐도 스트래스 인데 맨날 습관적으로 하악질 하는 첼양에게 소파 자리까지 절반 내주어야 하니 순둥이 탐군이 순간적 화를 못참고 첼양을 공격하게 된거다. 첼양도 처음 올때보다 덩치도 좀 더 커지고(?) 한 성깔 하는지라 당연히 대형싸움으로 커지게 된다. (덩치가 둘이 거의 비슷해져 간다.)
* 순둥이 탐군은 순간적 충동인데 반해 첼양은 공격 받으면 엑소시스트로 돌변해 말려도 쫒아 다니며 순둥이로 만만해 보이는 탐군을 기필코 앞발로 쥐어 박으려 든다.
모두가 해피할수 있었던 캠핑의 끝은 결국 파토로 끝나고 꼬인 모든 관계를 처음 원점으로 되돌리는 수습을 해야한다. 각자 스트래스 받지않을 최소 공간 확보가 우선이다. 사람도 불화가 일땐 넓은집에선 각자 생활이 가능하지만 좁은 공간에서 부딫칠땐 하나가 못견디고 나간다. 중간자적 입장인 사람이 같이 감정에 휘말리면 답이 없다. 감정은 삭제하고 냉정하게 사무적으로 중립을 지키며 문제를 조율해 풀어가야 한다.
우선 파토의 책임을 물어 탐군을 이동장에 30분 정도 가두고 천을 덮어 흥분을 가라앉히고 분리를 한다. 구속의 나쁜 기억이 생기지 않도록 동시에 츄르를 주면서 달랜다. 당분간 탐군은 실내 출입 금지 첼양은 하악질로 원인제공을 한 책임으로 마당 외출금지로 둘다 원하는 절반을 포기하거나 안 싸우거나.. 습식 캔 사료는 항상 둘이 모이는 순간 주는것으로 해서 둘이 마주칠수록 이익이 간다는것을 인지 시킨다.
엄포를 놨지만 반나절도 안 지나 흐지부지 된다. 문만 열면 마당으로 튀어 나가려는 첼양과 밤되면 춥다고 실내 들어 오겠다고 문앞에서 양양대는 탐군을 외면할수가 없어서다. 아침돼면 내보내 달라고 새벽부터 침실 문앞에서 또 양양 울어댄다.
엄마집에 갔다와 보니 언제 그랬냐는듯 당연히 실내에 있을줄 알았던 첼양이 마당 어디선가 튀어 나오는데 다행히 싸운 흔적은 없다. 암묵적으로 둘 사이 지켜야할 선이 생긴거다. 둘이 싸우면 둘다 불 이익이 생긴다는 걸 확실히 인지해서 내 앞에선 둘다 화평한 모습을 보이기로 연기(?) 뭐 그런거다.
탐군이 달라진 환경에 안하던 행동을 해서 나를 기겁하게 만들었는데 자기 영역권을 공포 하는 행동으로 천막 접어논 위에 소변을 본다. 소변테러를 하는 고양이들 대처방법 보니 적외선 장비 같은걸로 소변흔적 구석구석 찾아내 치워줘야 한다는데 오마이갓 이다. 유툽보면 조회수 올린다고 비싼 노트북 위에 고양이가 소변테러 하는거 조롱하며 찍고있는 기인도 있던데 나같은 소시민들은 기겁한다. 결국 전주인과 상의후 아직 추워지기 전까진 한달이상 여유가 있으므로 그때 문제는 그때가서 고민하기로..
좁은 실내에서 둘이 붙으면 모든 컴터세팅과 가구 박살 나는건 기본이고 불화 스트래스로 전부 정상 생활할수가 없게된다. 새끼들 싸움은 재롱 수준이지만 다 큰 성묘들 싸움은 맹수들끼리의 전투다.
대부분 (자기 판단에선) 어쩔수 없는 상태에서 파양을 하게 되는데 거의가 공간부족과 감정 관계의 꼬임 때문이다. 열살 어린 아이가
”낳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알아서 양치하고 청소하고 때 맞춰 밥 차려먹고 똥 싸고 잠도 제 시간에 맞춰 자고 혼자 잘 클테니 걱정 마시고 인생 즐기며 사세요“
이러면 영재소리 듣는데 하물며 고양이다. 5세 아이의 지능을 가진 노인네가 탐군인지라 같은 지능의 젊은 첼양에게 이해하라 할수도 없고 사람이 무리한걸 요구하며 야단쳐 봤자다. 말썽은 고양이들 본능이고 그게 싫으면 키울생각 하면 안된다.
다 큰 사람이 고양이랑 놀아준다고 동영상들 보면 새끼 데려다 노는데 고양이는 자라도 덩치만 커질뿐 성향은 아이랑 똑같다. 더 거칠게 뛰어 다닌다. 성묘는 장난감 가지고 안된다. TV 봐라 할수도 없고 그렇다고 다 큰 사람이 성묘랑 논다고 고양이랑 똑같이 우다다다 뛰어 다닐수는 없는 노릇이다. 미쳤다고 할거다.
스토킹을 좀 심하게 할지언정 다 늙어빠진 사람 이렇듯 애타게 애정을 쏟아내 주는 생물체에게 어찌 말썽좀 부린다고 구박을 하겠는가. 먹이나 주고 편안한 잠자리 제공받는것 만으로 만족할줄 아는 녀석들이다. 말썽은 부려도 범죄 같은거 안한다. 물건 좀 부서지고 옷이불 넝마돼도 고양이 상대로 화내고 감정 상해 하는것 보단 낫다. 물건 관리는 사람 책임이지 고양이 잘못이 아니다. 스토킹이 심할때는 부비던 말던 무관심한듯 거리를 두고 지켜보며 탈선하지 않도록 하는 관리감독이 최선의 대응이다.
아이가 아이를 키우는듯한 무지함이 대부분 단순한 문제들을 어렵게 꼬이게 만든다. 감정에 휘말려 인생을 어렵사리 살아오다 다 늙어 후회하는 부모님들 보면 인간도 아이나 어른이나 거기서 거기다. 중년 나이대 임에도 여전히 철부지로 날뛰는 모습들도 아주 흔한 풍경들이다. 특히나 어른이라고는 해도 신기술 AI 의 출현에 기존의 지식들이 전부 무용지물이 됐으니 나이만 먹었지 생존 스킬은 아이들과 똑같아 지거나 뒤쳐지게 되는거다.
먹고 자고 싸고 그냥 같이 어울려 살면 될것같은.. 아주 쉽고 단순한 문제 같은데 생활 이란게 왜 이리 안 풀리고 꼬이기만 하는걸까? 질문의 정답은?
원래가 삶이란게 쉽고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 풀기 어려운 문제였던 거다. 대 자연앞에 수많은 죽음이 일상일진데 그 광활한 공간에서 생존게임이 어디 쉽던가..
아이 둘이상 키우는 집엔 바람잘날 없다. 아직은 낮에 햇살이 가득한 마당이 셋의 자유로움과 평화를 보장하는중 이지만 날씨가 더 추워지기 전에 좁은 실내공간에서 평화를 누리고 공존할 방법을 찾고있다. 반팔 입고 지내는 사람도 많지만난 살이 없어 추위에 취약한 탓에 오늘부로 난로틀고 내복 꺼내 입었다. 좁은 공간에 세마리의 겨울나기 동거가 어찌될지는 가보는수 밖에 없겠다. 일단은 햇살이 버텨줄때까지.. 가을을 마지막 한방울 까지 누리는거다.
https://youtu.be/9rPhdh4W6rI?si=HvSuYVuLEcM88HP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