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사람들에게 깡촌 시골 생활은 그야말로 마음먹기에 따라 천국같을지, 아니면 짜증나고 화나는일의 지옥같은 곳일지가 결정된다. 도시 생활을 기준으로 생활 서비스등을 따지면 하루종일 화나고 짜증나는 일의 연속이다.
담배 한갑이라도 사려면10킬로 나가야 되는건 그리 문제되지가 않는데 나의 경우는 짜증나는 일의 90프로 이상은 식당문제다. 아직 정상적인 밥과 반찬등을 먹기엔 무리가 가서 요즘 일주일 가량을 집에서 라면과 빵, 인스턴트 죽과 컵스프만 먹으며 지내고 있는데 제대로 된 밥을 먹지 않는이상은 20킬로 이상을 나가서 사먹느니 집에서 인스턴트 먹는게 더 나은 경우가 태반이기 때문이다.
도시에선 화학조미료를 일체 쓰지 않는다는 문구를 적어놓은 식당을 자주 보게 되는데 여기선 '왜 당신들은 음식점을 하면서 화학조미료 범벅인 음식들을 내놉니까' 라고 항변해봤자 미친놈 소리밖에 안듣는다.
왜 이렇게 음식을 못하면서 음식점을 하는거냐고 윽박 지르고 싶은 충동을 매번 느끼지만 정작 음식을 만든 본인들은 자기집 음식이 맛이없다라는것에 절대 신경 안쓴다. 신경안쓴 티가 많이난다. 자기도 맛있는 순두부찌개나 된장찌개등을 먹어본적이 없길래 그런 엉터리 음식을 손님에게 꺼리낌없이 내놓을수 있을것이다. 시골 식당에서는 그저 여럿이 가서 고기나 구워먹어야 한다.
일년이상을 인터넷에서 파는 인스턴트 식품에 돈을 쏟아붓다보니 나름 먹을만한 제품 고르는 요령(?)이 생겨 예전만큼 샀다가 그냥 버리고 돈낭비 하는 경우는 많이 줄었다. 아침은 무조건 블랙커피와 코코아필링이 첨가된 웨하스, 일본제품인 보노컵스프에 치즈를 한장 녹여서 먹는데 보노컵스프는 뜨거운물만 부으면 바로 먹을수 있는 스프중에서 유일하게 내가 먹을만한 맛이다.
인스턴트 라면도 일본라면을 주로 먹는데 국내 라면은 너구리랑 사리곰탕면을 주로 먹는다. 죽도 여러가지가 인터넷에서 판매되는데 잘 고르면 자기 입맛에 맞는 먹을만한 제품을 고를수 있다. 이곳은 브랜드 대형마트라고 해도 시골마을 할머니 할아버지 상대인지라 내가찾는 즉석제품류는 거의 들여놓지 않아서 내가 가도 살게 진짜없다. 가격도 비싸고 대도시의 조금 큰 편의점이라 보면 된다.
인터넷 주문이 아니면 광주 대도시 까지 나가야 그나마 내가 필요한 식품들을 구할수 있는데 얼마전 택배 배달에 문제가 생겼다.
CJ 택배는 단독으로 주문하면 그래도 배달은 잘해주는데 중소 택배들은 연합이던지 재하청 이던지 한명의 택배 아저씨가 전부 맡아서 배달을 한다. 쿠팡 로켓배송 이런거 절대 없다. 작년에는 쿠팡 로켓배송을 일주일 넘게 배달을 안해주길래 차라리 그냥 오지말고 반품하라고 한적도 있다. 얼마전까진 남의집 툇마루에 계속 던져놓고 가서 택배 사장님에게 몇번이나 항의해서 이제는 내방앞에 배달은 해 주는데 올때마다 씩씩거리며 불만인것이 눈에 보인다.
그 연합택배 아저씨가 아이스박스에 들은 생물 배달은 도저히 못하겠다고 선언을 했기 때문이다. 대부분 음식들은 아이스박스에 포장돼 당일배송을 원칙으로 하기 때문에 택배 아저씨들도 아이스 박스를 위주로 먼저 배달을 한다. 특히나 더운 여름인지라 배달지연으로 생기는 변질등의 시비에 안 휘말리기 위해서인데 아이스박스 배달하려고 이 깡촌까지 우선순위로 들어오기가 힘들고 화나는건 충분히 이해가 된다.
택배 아저씨한테 가급적 음식은 시키지 않겠노라 약속하고 온라인 주문할때는 한번에 몰아서 하고 정 사정이 안돼면 내가 면시내까지 택배를 찾으러 나가겠노라 합의를 봤다. 도시에서 쉽게 누리는 서비스등이 형편없다는 이유로 불만을 가지고 생활하면 불만 아닌게 없다.
이틀전엔 자동차 스마트키가 건전지가 약한것 같아서 교체하려고 이리저리 군시내를 뒤지다 유일하게 하나있는 금은 시계방 한군데를 발견해 들어갔다. 전문가인척 보이려는 주인 아줌마가 자기가 해준다며 드라이버로 분해하는데 손놀림이 영 아니다..
결국 분해되자마자 내부 기기들을 매장 바닥에 다 쏟고 다시 줏어서 동그란 건전지를 빼려 하는데 그냥 손으로 잡아빼면 빠지게 되어있는것을 드라이버로 반대로 열심히 민다. 건전지 접합부분이 다 일그러지고 있는데도 이게 왜 안빠져 그러고 계속 밀길래 깜짝놀라서 지금 뭐하시는거냐고 그냥 빼면 된다고 했더니 아줌마 태연하게 '알어.. 내가 다알아서 할께' 전문가인척 하는 시늉을 계속한다.
그야말로 리모컨 건전지 하나 못갈아끼우는 기계에 일자무식한 우리엄마 수준인데 그래도 가게를 하고있으니 전문가 처럼 행동하고 건전지값이 아닌수고비 라도 몇천원 더 받자고 하는짓이다. 차라리 그냥 건전지 내주고 드라이버 빌려주면 내가 일분이면 했을텐데 온갖 난리를 피고 결국은 조립한뒤 망가져서 소리가 안나오는 증상이 왔다.
이상이 생기자 이상하다 만 연발하는 아줌마를 쳐다보며 할말이 없어 그냥 인사하고 나올수밖에..도시에서는 일어날수도 없는 일이지만 시골이기에 그런일들이 가능하다. 그렇다고 작은 시골마을에서 도시처럼 시비를 가린다고 시골 아줌마 상대로 싸울수도 없고 그저 허허 웃고말아야 한다.
파리 모기 거미 개미등과 눈에 보이지도 않는 무수히 많은 벌레들에게 시달리고 살생을 하면서도 나는 지금의 생활이 너무 편하고 좋다. 택배는 택배 아저씨 노고를 생각해 가급적 줄일 생각이다. 몸이 좀 괜찮아지면 광주까지 여행한다 생각하고 나가서 생필품들을 사오면 되고 자동차키 망가진거는 내가 시골아줌마에게 건전지를 갈아끼워 달라는 무리한 부탁을 한 내 잘못이라 여기면 된다.
워낙 인구가 적기에 서비스 정신이 없어서 생기는 사람들과 부딫치는 하찮은 일들에 마음쓰기 시작하면 시골 생활은 정말 짜증날수 밖에 없다. 도시가 아니란점, 시골 사람들에게 도시에서와 같이 서비스업의 정신을 기대해선 절대 안된다는것만 인정하면 짜증날일이 없다.
이곳에서는 모든 서비스업이 주인이 왕이고 손님은 주인이 주는대로 먹던지 싫으면 직접 해결하던지 둘중 하나이다. 경쟁이 없고 손님에게 별다른 선택권이 없어서 생기는 일들이다.시골생활이 불편하다고 짜증내는 경우는 본인이 시골 시스템에 적응을 못한거라 보면된다. 그것만 인정하면 자연속에서 얼마던지 낙원같은 생활을 누릴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