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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Ah Aug 22. 2017

새로운 시작을 기원하며.

다시 시작되는 시골생활


어느새 시골 내려온지 일년이 됐다. 작년에 악성빈혈로 몇발자국 옮기기도 힘든 상황에서 내려와서 다시 그자리에 서있는 느낌이다.


펜션방도 처음 약속한 일년이 돼서 주인 아주머니가 혹시나 방 비워달라면 어쩌나 하고 걱정했는데 다행히 일년간 방값을 작년과 같은 금액으로 다시 지불하고 싶다고 말을하니 별말씀 안하신다.


호의를 베푸는만큼 나 역시 기본적인 예의는 지키고 살았기에 일년 연장이 가능한듯 한데 이전에 나말고 다른쪽 끝방에 이상한 할머니 한분이 주인 아주머니의 호의를 악용해서 주인 아주머니가 일년동안 속꽤나 썩은걸 알기에 나한테도 악영향이 끼칠까 나역시 같이 있는동안 스트래스 꽤나 받곤했다.


혼자 오래살면 사람이 그렇게 이기적으로 변하게되는것인지 원래 성격이 그래서 혼자 사는건지는 몰라도 세상엔 별의별 사람들이 다 있다는걸 그 할머니를 보면서 새삼 느낀다. 내가 살면서 만나본 엽기적 인물 상위권이다.


외진 시골이라 기름 보일러를 땔수밖에 없고 펜션 특성상 방이 아무리 많아도 중앙 난방식이 될수밖에 없다. 개별난방이면 각방을 세줘도 별문제가 없는데 중앙난방인지라 모든 난방비는 주인이 낼수밖에 없어서 나같은 장기 투숙객은 제가격 주고 투숙하던지 난방비를 잔뜩 내던지 난방을 아끼지 않으면 주인이 비용을 감당하기 힘들어진다.


나의 경우는 처음부터 전기세 난방비등 합의본 금액을 지불하고 들어온지라 신경을 안써도 되는데 그 할머니는 펜션 청소등을 도와준다는 말로 지인소개로 거의 공짜로 들어와 한 여름에도 난방을 24시간 돌려댔다. 봄 여름 가을 겨울 24시간 아예 난방을 끄는적이 없는 엽기적인 행동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며 지내서 일년넘게 주인 아주머니 속을 썩였다.


딱 작년 지금 시기에 내가 들어왔는데 그때부터 난방을 돌리고 있는데 단 하루도 기름 보일러가 멈추는날이 없었다. 심지어는 여행갈때도 난방을 틀어놓고 여름 가을엔 방문을 열어놓고도 방바닥은 따뜻한게 좋다고 찜질방을 만들며 에어콘과 난방을 동시에 돌리는데 그야말로 가뭄에 콩나듯 여름 주말에 잠깐 손님맞는거 빼고는 주인 아주머니는 공짜로 거주하는 그 할머니를 위해  난방기름 탱크를 계속 채워야만 했다. 나 같은 경우는 한 겨울에만 몇달간 잠깐 땠을뿐 항상 문을 열고 생활하기에 난방은 겨울외엔 손도 안댄다. 나에게 일년치 난방비를 미리 받은 이유도 그 할머니의 영향때문이다.


그 할머니의 엽기적인 행동에 기름탱크가 두달정도면 바닥나서 다시 채워야 하는 상황이 반복되자 주인 아주머니가 뭐라고 항의해서 가을에 다음번엔 자기가 한번은 채워놓겠노라 그러고 합의본거 같은데 나에게 달려와 나보고 난방 아끼라고 하더니 내가 새벽에 잠깐 때자 보일러 돌아가는 소리에 잠을 못잔다고 아예 보일러 전체를 꺼버리는 엽기적인 행동도 서슴치 않았다. 자기방은 낮에 계속때서 이미 데워놓은지라 자기방이 안돌아갈때 남의방에서 보일러 트는건 새벽에도 못참는다는 말이다.


다음번엔 자기가 채워 넣기로 했다고 그런 엽기적인 행동을 하더니 한겨울에 어느날 난방이 꺼져 주인 아주머니에게 전화하니 두달전 채워논 기름이 떨어져서 그렇단다. 그 할머니가 자기가 채워 놓겟노라 약속하곤 기름이 떨어질때쯤 돼서 장기 여행을 떠나버려 결국 주인 아줌마가 나때문에 다시 채워 넣어야만 했다. 일부러 그랬다는걸 실토하는걸 보니 얼마나 얄미웠는지 모른다.


"여행 잘 다녀오셨나요. 저는 기름이 떨어져서 이틀간 냉방에서 지냈어요'" 했더니만 " 왜? 주인 아주머니 에게 말하면 되잖아요? 내가 떠날때 간당간당 하더니 그럴줄 알았지.."


자기가 채워 놓기로 하고선 그렇게 말하곤 끝이다. 내가 냉방이 돼면 주인이 안채워 넣을수 없다는걸 이용한 것이라 정말 열통 터질수밖에..더군다나 내가 심각한 환자란걸 알고있으면서 난방문제로 스트래스 받지않게 해달라고 내가 특별히 부탁까지 해논 상태였는지라 더 화가났다.


결국 참다못한 주인 아주머니가 일년이 돼는 2월달에 나가라고 미리 몇달전 통보했음에도 갈데가 없다고 버티다 한 여름이 다돼서 난방을 안때는 6월이 돼서야 기름 실컷때고 나갔는데 사실은 돈도있고 갈데도 이미 있다는걸 나는 안다. 나와 같은 지인이 소개해준 분이기 때문이다. 도리어 본인은 주인이 처음엔 온돌방이니 따뜻하게 때고 마음 편하게 지내라고 하다가 말이 바뀌었다고 불평을 한다.


상식선에서 행동하면 아무 문제가 없었을텐데 황토 온돌방이 몸에 좋다는 말은 들어서 일년내내 찜질방처럼 지지고는 싶고 난방비는 내기싫고 공짜니까 아예 계절과 상관없이 신경안쓰고 여행갈때도 그냥 틀어놓은채 잊어버리고 지내는건데 그런 엽기적인 행동은 자기가 난방비를 내면 절대 할수있는 행동이 아니다.


남이 돈내는거니까 쓰는만큼 이익이라 생각하고 마음껏낭비하자란 이기적인 생각이 없음 할수없는 행동이다. 결국 호의로 소개해준 지인도 난감해하고 주인 아주머니도 괜한 호의를 베풀다 일년동안 몇백만원 그냥 남에게 난방비만 대주고 마음 고생한것을 지켜봤기에 나역시 일년이 돼면 쫒겨날수도 있겠다 내심 스트래스 받곤했다.


다행히 주인 아주머니가 나는 좋게 본것 같다. 미리 일년치 비용을 지불했다고 하지만 쓸데없는 낭비 안하고 난방도 한겨울에만 잠깐 때니 말이다. 아이러니 하게도 그렇게 이기적으로 사는 그 할머니는 영성공부를 한다고 세상 사람들을 무시하고 훈계하는듯한 말투를 자주 하는데 상식에 벗어난 행동들을 지인 아는 사람 소개라고 일년넘게 참아주는 일자무식 시골주인 아주머니가 내가 보기엔 살아있는 부처고 정작 근엄한 영성계 도인이라 행동하는 할머니가 기본인격 소양조차 덜된 사람으로 보인다. 인간 세상은 참 실체를 보면 진짜 코메디 같다..



시골은 도시에 비해 눈이와도 폭탄이 오고 비가와도 장대비가 쏟아지며 바람이 불면 왼만한 파라솔은 부러져 나간다. 건물등 커버해줄 건축물이 전혀 없어서 그런것인지도 모르는데 어쨌든 며칠간 비가 어마어마 하게 쏟아지더니 오늘은 덥지도 않고 아주 상쾌한 날씨를 보인다. 오늘 같은날 외출해서 처리해야 되는일들은 처리하는것이 좋을듯 해서 아침부터 움직이기 시작한다.



인터넷 뱅킹 공인인증서 비밀번호를 잊어버려 핸드폰 요금을 내려고 아침내내 씨름하다 인증서 없이도 원터치로 요금 납부가 가능하다는걸 알게 됐다. 이주동안 밥을 못먹어서 어질어질 하기에 다소 무리인줄 알지만 부페식 기사식당에 가서 조심스례 밥을 먹어본다. 남들은 배불리 먹기위해 부페식을 간다지만 나는 정 반대다. 일반 식당에서 나오는 밥한공기 분량을 먹을 자신이 없어서 조금만 먹기위해 부페를 간다. 빵과 과자 라면으로 때우다 이주만에 접하는 밥인데 밥한끼 먹는게 비장한 전쟁터 가는 기분이 든다.


장날인지라 장터에 들러 주인 아주머니 드릴 포도를 한박스 내가먹을것 한박스 두박스를 차에 싣는다. 선물용은 2만원짜리로 내가 먹을것은 15000 짜리로 골랐는데 앞으로 일주일만 지나면 포도가격은 또 떨어진다. 대부분의 과일 특성상 수확하면서 부터 시간이 지날수록 상품 가치는 떨어지게 되는데 무르기 시작하면 나중에는 한박스에 5천원까지 떨어진다. 작년에 즙짜먹는다고 상품가치가 막바지에 이른 녀석들을 한박스 5천원에 들고오곤 했다.



외출을 워낙 안한지라 이번 여름에 신으려고 산 샌들을 거의 신을 기회가 없었다.신어보지도 못하고 슬슬 가을에 접어드는 기분이 든다. 주인 아주머니 집을 방문하니 역시 낮에는 집을 비우시고 밭에나가 열심히 일하시는듯..


시골 사람들의 하루종일 일하는 단순한 삶과 검게 그을린 피부, 사는집을 보면 도시 사람들은 무시하기가 쉬운데 사실은 어마어마한 부자들이다. 주인 아주머니만 봐도 대궐같은 한옥펜션이 두채나 있지만 정작 자신이 사는집은 마치 달농네에 있을것 같은 허름한 집에 산다. 차라리 세들어 사는 내가 더 호화롭게 사는것 같다.


마을 지주인지라 주변 땅이 20만평 이라는데 이곳 땅값이 깡시골이지만 군청에서 지원해주는 한옥펜션 단지인지라 평당 50만원을 호가한단다. 얼추 땅값만 계산해도 천억대 가까운 부자라는 소리인데 아무리 적게 잡아도 수백억대는 된다. 거기에 소농장에 소가 백마리 가까이 있고 농사짓는데 필요한 농기구 차량만 왼만한 중소기업 규모다.


열몇가구 사는 이 시골마을 입구 도로에 새해에 현수막이 붙어서 봤더니 Audi 판매사원이 한해동안 감사했습니다 근처 주민들에게 새해인사 올리는 현수막이다. 도로 한복판에 있는 기사식당 주차장에 항상 서있는 그랜저 에쿠스는 주방에서 일하는 아줌마들이 타고다니는 출퇴근용 이다. 한마디로 힘들게 농사짓고 노동을 하지만 도시에서 쪼들리며 사는 삶들과는 거리가 먼게 시골 토박이들이다.


실제로는 일을 안해도 먹고 사는데는 전혀 지장이 없지만 주인 아주머니 내외를 보면 일하는게 생활인지라 돈쓸일도 없고 그렇게 소처럼 일만 하는듯한데 그렇게 재산을 불려놓으면 결국 나중에는 도시에 나가있는 자식들만 노나는듯 하다.



마당에 나와서 지금 글을적는동안 그토록 불평불만이 많았던 택배 아저씨가 왔길래 포도 한박스 산것에서 절반을 내주니 고맙다고 한다.


주말에 필요한것들 모았다가 한번에 시킨것인데 오늘이 화요일 이니 자기도 불평한게 미안했던지 하루만에 배달해준셈이다. 먹을건 이제 안시키고 멀티충전기와 무선 충전기, 타블렛 스탠드, 충전케이블등주로 IT 기기들을 시켰는데 이것저것 충전할게 많아지고 무선충전에 한번 맛들이니 그렇게 편할수가 없어서 아예 방안 이곳저곳에 하나씩 놓아두려고 세팅준비를 한다.


특히나 MP3플레이어로 사용하는 스마트폰은 들고 다니면서 자주 들었다놨다 하루종일 음악 틀며 작동되는 경우가 많아 케이블이 있으면 불편하고 충전을 자주 하는것도 불편하고 무선충전기가 여기저기 있으면 들고다니다 아무데나 내려 놓아도 하루종일 충전만땅 상태로 음악이 흘러 나오게 된다. 덕분에 블루투스 스피커는 24시간 파워온 상태다. 참 편리한 세상이야..


조금 있으면 CJ 택배도 올지 모르는데 나머지 포도 반을 주면 나는 다시 장에나가 사야만 하겠지..어쨋든 기회될때 기본 인사치례는 해주는것이 시골생활엔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 이상만큼의 혜택이 돌아오게 되어있다.


주인 아주머니 에게도 방세를 그냥 현찰을 봉투에 넣어 "일년간 잘 부탁합니다" 하고 포도 한박스 들고 인사 꾸벅하면 모든일이 술술 풀리는데 도시처럼 못 미더워 계약서 꼼꼼히 요구하고 계좌번호 이체등으로 돈거래를 하면 귀찮아서 그냥 나가라고 내쫓길 확율이 크다. 나 같아도 그럴것 같다. 돈벌라고 세주는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택배 아저씨도 마찬가지로 돈벌라고 물건들고 여기까지 오는것은 아니다. 몇백원 수수료 받자고 기름값도 안나오는 몇십킬로 산골을 들어오는것이 얼마나 하기싫은 일이겠는가..그런것을 일일히 도시처럼 따지고 들면 시골사람들과 어울려 생활하는것은 불화의 연속이고 결국 이전 할머니 처럼 남에게 민폐 끼치면서 자기 이익만 우선시 하다간 쫒겨날수 밖에 없다.


작년에 처음 내려올때 일년치 방세미리 내는거 임대 계약서라도 써야 되는거 아니냐며 불안해 했던 기억이 난다. 일년이 지나고 보니 옆에서 조언해준 선배말이 맞는다는걸 느낀다. '계약서 쓰자고 하면 방 안줄걸' 했던말이 맞았다. 그냥 아는 동생이 좀 내려와 있겠다고 방하나 내달라고 고향사람이 부탁해서 선심 쓰는건데 계약서를 쓰자고 하면 철저하게 손익을 따지는 관계가 되므로 아마도 집세는 일반적으로 집주인에게 수익이 보장되는 정상적인 금액이 책정돼야 그나마 성립될 확율이 있다. 나같아도 그까짓 한달에 몇십만원 받자고 낮선 타인을 아무리 방이 비었어도 내주는 신경쓰이는 짓은 하지 않을것 같다.


고향 마을 사람 말한마디로 공짜로 집을 얻어 살수도 있고 타지인이 돈을 아무리 줘도 세를 못얻을수도 있는게 시골인심 이다. 이전에 쫒겨난 할머니의 선례를 보더라도 공짜라고 그런 시골 사람들의 호의를 역이용하는 이기적인 짓만 안하면 모든 관계는 순조롭게 흘러가게 되어있다.



다시 시골에서의 일년 시작이다..지금의 다람쥐만한 길양이 새끼들이 내년엔 성인이 되어 있겠지..시골 길양이들은 정말 빨리 자라고 빨리들 사라지는듯 한데 잡혀가 약탕이 되거나 봄에 로드킬 당하는 일만 면하면 제대로 얼마나 살지는 나도 모르겠다..길양이 새끼들 크는거 보면서 일년 또 무탈하게 지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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