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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Ah Aug 22. 2017

벌레들과 사투를 벌여야 하는 시골의 여름.

눈에 보이지않는 수많은 생물체들과의 전쟁


조금전 방세를 내기위해 주인 아주머니 에게 전화를 드렸다가 놀라운 소식을 들었다. 주인 아주머니가 진드기에 물려 광주의 큰 병원에 벌써 5일째 입원중 이시라는거다. 근처 군 시내 주변의 병원등에선 원인조차 모르고 전부 단순히 더위먹은거라고 해서 병원도 무지하게 옮겨 다니신듯 하다. 원인을 모르니 치료방법도 모를수밖에..


나 역시 온몸이 눈에 보이지도 않는 먼지만한 벌레들에 수없이 물려 피부가 완전히 여기저기 멀쩡한데가 없는데 그럼에도 그냥 간지럽다가 말겠지로 긁고 무시하면서 지내는데 물리고 재수없으면 목숨까지도 잃을수 있는게 시골의 벌레들인거 같다.


아무리 살생을 싫어하는 부처님이라도 인간과 벌레가 한공간에 공존하기는 사실상 불가능 하다. 하루에도 수십마리의 먼지만한 벌레들을 보이는 족족 휴지로 쓸어내고 있는데 며칠만 살생을 멈춰도 내방은 온통 거미줄 차지가 된다. 거미도 별의별 종이 다 있어서 눈에 보이지도 않을만큼 작은 녀석이 있는가하면 솔나무 잎이랑 똑같이 생긴 녀석도 소나무에서 봤다.


끈적이를 몇주 놔둔결과를 보면 파리 모기는기본이고 온갖 괴물스런 곤충들이 말라붙어 생을 마감해 있다. 지내같은 녀석은 다리를 다 때어내고 비참하게 죽어있고 벌인지 개미인지 구분이 안가는 날라다니는 녀석도 있고 동그랗게 말리는 녀석도 있고 먼지처럼 보이는 점들은 날파리 종류일 것이다. 한마디로 사람 사는 방이지만 정글이 따로없다. 눈에는 안보여도 지금도 내방에는 수백마리의 생물체들이 살고있다는 말이다. 먼지보다도 작아 눈에 보이지도 않는 생물체들이 용케 사람은 물어댄다.


이런 애들 한테는 모기장도 무용지물이다. 벌레들을 만만히 보고 도시처럼 니들도 생명이니 그냥 놔두자 하는 개똥철학을 가지고 있으면 방안곳곳 거미줄이 치는걸 보게되고 정상적 생활은 불가능 하다. 내 거주 공간에 들어온 이상 어떤 벌레들도 NO Mercy 다. 눈에 보이는족족 휴지로 쓸어버리고 끈끈이는 필수다. 움직이는 먼지는 무조건 적으로 간주하고 살충제를 발사한다.


피부가 온통 긁어 딱지가 지고 하면서도 살충제나 전자파가 싫어 그냥 끈적이로 때우려 했는데 아주머니 소식을 들으니 방역에 진짜 신경써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언제 퇴원하실지 모른다는 말에 포도 사온것이 무를것 같아서 일단 주인 아저씨 혼자있다는 집을 찾아가 인사를 드리고 전후 사정을 들어본다. 주인 아저씨에게 돈을 주면 혼자인데다 현찰 생겼다고 바로 술집에 갈까봐 일단 집세는 주인 아주머니가 퇴원하면 방문하겠다고 하시니 그때 드리기로 했다.


시골 토박이 사람들중 나이든 남자들은 대부분 피부가 벌건데 땡볕 영향도 있지만 더 큰 요인은 술때문이다. 별다른 엔터테인먼트가 없는 시골생활에서 술에 대부분 남는 여가시간을 보내는 분들이 대부분인데 식당가서 보면 백반을 먹어도 소주한병 반주는 다들 기본이다.


시골 식당들이 음식은 형편없어도 불평하거나 하면 안되는 이유중 하나도 밥집이건 고기집이건 중국집이건 간에 주민들이 아무때나 들러 소주한병을 그냥 꺼내먹는 광경을 아주 흔하게 본다.


중국집에서 자장면을 먹는데 한 아저씨가 들어오면서 대낮부터 냉장고에서 소주를 꺼내서 주인 아저씨에게 뭔가 하소연 하면서 물컵에 따라 깡소주를 먹는데 주인은 테블릿으로 게임을 하면서 말상대는 해주는데 단무지하나 내놓지 않는다. 둘다 지독하군.. 자장면을 먹으면서 생각해본다.


다른 경우는 삼삼오오 중국집에 몰려 들어와 소주를 먹으면서 안주로 메뉴에도 없는 오징어 한마리 삶으라고 주문한다. 정식 파는 메뉴가 자기들이 먹어도 맛이 없으니 그런것일테지..어쨋든 시골의 식당들은 대부분 메뉴와 상관없이 그냥 마을 사람들이 아무때나 들러 소주 마시는 장소로 이용되므로 음식이 맛이있다 없다는 별 문제되지 않는다. 다들 고향 선후배로 메뉴에 없는걸 그냥 대충 만들어 오라고 시키면 그냥 해서 나오는지라 음식을 잘만들 필요성이 없다. 아마 여기 중국집 주인들이 강남 사람들 몰리는 중국집 한번만 가서 먹어보면 자기들 자장면이 얼마나 형편없는지 바로 깨달을수도 있을테지만 그정도 성의와 열의를 가지고 장사를 한다고 해서 돈을 벌수있는것도 아니기에 주인들도 음식맛에 다들 관심들이 없는거다.


음식을 어떻게 만들건 손님은 똑같다. 아는 지인들이 와서 먹어주는것이니.. 그것도 정식으로 팔아준다기 보다는 그냥 소주마시는 장소로 대부분 이용되는 분위기라 나같아도 시골에서 음식 잘하는 음식점 열고싶은 열의는 안생길것 같다.


어쨋든 시골 생활에서 남자들 끼리의 교류는 백퍼센트 소주에 의존한다고 보면 되는데 내가 몸만 정상이었음 술 좋아하는 나 역시 매일같이 그 생활에 동참했을 확율이 매우 크다. 내가 병이걸린 직접적인 원인도 5년전에 호프집을 잠깐 하면서 일년내내 맛을 낸다고 연탄으로 구운 노가리와 매운 시즈닝이 된 터키산 닭다리봉을 연탄불에 구워 낮부터 새벽까지 맥주와 함께 먹어댄 영향이 가장 크다.


장사 시작부터 마시기 시작해서 끝나는 새벾까지 손님들보다 더 마셔댔으니 안망할리가 없고 결국 그 이후로도 계속 술과 고기안주로 식사를 대신했으니 몸도 안망가질 도리가 없다. 정말 술은 원없이 먹었다고 봐야 하는데 시골 생활 하는 남자들 대부분이 그런듯 하다. 그럼에도 시골 사람들이 대체적으로 건강한 이유는 낮에 자연에서 노동하고 먹거리 안주가 불량식품들이 아니라 그런것 같다. 도시처럼 스트래스 쌓인걸 풀려고 마시는게 아니라 심심해서 즐기려고 마시는것인지라 그렇게 소주들을 먹어대도 몸이 버텨주는것일 거다.


어쨋든 주인 아주머니에게 집세를 내고 다시 일년 시작하겠다는 계획은 주인 아주머니가 퇴원 하실때까지 당분간 보류됐고 진드기에 물리면 사람이 원인도 모른채 죽을수도 있다는걸 직접 봤기에 그동안 무심히 놔둔 살충제를 다시 잡는다. 눈에 안보이는 녀석들과 내일부터 대대적으로 방역전쟁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그냥 피부만 망가지는 문제가 아닌것 같다. 이제부턴 진짜로 어떤 벌레라도 내방에 침입한 이상은 죽음을 면할수 없고 자비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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