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ooAh Aug 24. 2017

오랜만에 마주한 고마운 밥상

평범함이 너무나 감사할때..


아침에 눈을 뜨니 어제 여우비가 오다말다 해서 그런지 날씨가 완전한 가을날씨다. 방문을 항상 열고 생활하기에 눈만뜨면 바로 날씨를 알수있다. 모닝 담배를 피러 나와보니 바람이 선선한게 외출하기 딱 좋은 날씨다. 몸 상태를 일단 체크해 보고 정상적인 식사가 가능할수도 있겠다란 생각이 들어 정말 오랜만에 된장찌개를 먹으러 나선다.


일단, 종양이 기세가 등등해서 딴딴할때 음식을 먹는건 자살행위와 비슷해서 장폐색으로 쇼크사 하던지 사경을 해매게 되므로 종양이 음식물을 무난히 넘겨줄지 만져보고 상태를 짐작해 봐야한다. 나만큼 몸이 마르면 뱃속 장기들이 전부 손으로 만져지기 때문에 음식물을 먹을시 먹은 음식물이 어디쯤 가고있는지 소화과정을 전부 만져볼수가 있다. 음식을 먹었다면 탈이 안나는지 하루종일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야 한다.



6개월동안 주변 도시를 샅샅이 뒤져 발굴해낸 유일하게 된장찌개를 하는 모텔부속 식당에 몇달만에 갔다. 아주머니들이 오랜만에 온 나를 보고 반가워 하면서 이것저것 또 챙겨주시기 시작한다. 앉자마자 참외를 먹으라고 내준다.


내가 시골에서 식당 칭찬하는 경우는 이 식당이 유일하다. 일하는 아주머니도 여러명인지라 어느 아주머니가 끓이느냐에 따라 된장찌개 맛이 다르다는 단점이 있어서 맛있는 된장찌개를 먹으려면 맛있는 된장을 끓이는 아주머니가 주방에 있는 아침 9시 이전에는 가야한다. 같은 재료로 같은 레시피로 끓이는데도 맛이 차이나는거 보면 확실히 손맛이란게 있는것 같다. 맛에 둔감한 사람은 아무리 가르쳐줘도 왜 맛에서 차이가 나는지 알지 못할텐데 재료 넣는 타이밍에 차이가 난다. 결과, 같은 재료로도 제각각 다른 된장찌개 맛을 낸다. 대도시에서는 기본으로 이정도는 끓여야 손님에게 파는 된장찌개라 할수 있지만 시골 식당에서 이정도 맛있게 끓이는 아주머니는 인간문화재로 지정해야 한다. MSG 없이 순수하게 해산물과 된장으로 제대로 된 맛을 낸다.


정성스례 차려주는 된장과 반찬들 밥상에 차마 남길수가 없어서 무리인줄 알지만 몇달만에 정상적인 분량인 밥한공기를 다 비우게 된다.그나마 맛이없음 불가능한 일이다.


"죽었다 살아났어요..아니, 아직 살았다고 말할 단계는 아니고요.." 그동안 왜 안왔느냐는 질문에 자세히 내 상태를 말할 성질은 아닌지라 그냥 넘어가는데 다음엔 양을 조금 적게 주고 서비스 음식등은 부담된다고 솔직하게 말하는것이 낫겠다란 생각이 든다. 기껏해야 밥한공기 비운것인데도 무리하게 과식을 해서 몸이 거북하다.



내가 국내 여행에 별로 관심없는 이유가 왜인지 확실히 알겠다. 이미 나는 여행 휴양지에 와서 거주하고 있고 다른 관광지나 휴양지를 가봐도 내가 있는곳이 훨씬 더 좋기 때문이다. 최상의 자연생태 한옥 마을에 살면서 어중간한 자연 보러 다니기가 썩 땡기지 않는건 사실이다.


바닷가를 갈까 하다가 일단 집에가는 중간에 있는 생태공원을 들러본다. 커피나 한잔 마실까 해서 왔는데 아침에 그렇게 선선하고 좋던 날씨가 갑자기 햇살이 예사롭지가 않다. 비가 안오니 또 다시 폭염경보가 내릴듯... 땡볕에 산책은 무리란 생각이 들어 그냥 집으로 들어와 에어콘 바람에 제대로 된 커피를 마신다. 산책을 즐기려면 아주 이른 새벽에 일어나서 움직여야만 한다. 대부분 시골 사람들이 여름이면 날만 밝으면 새벽에 바로 농사지러 나가는 이유도 땡볕을 피하기 위함이다.


오늘 먹은 식사가 무탈하게 소화가 되느냐 마느냐에 따라 내일부터의 일과가 정해진다. 매일 규칙적으로 제대로 된 된장찌개를 한끼라도 먹을수 있으면 그 어떤 보약보다 낫다. 내가 동생을 만나러 집에 올라가기전 컨디션이 거의 정상인 수준까지 됐었던것을 떠올려 보면 그때만큼만 몸이 움직여줘도 정상적인 생활 하는데는 지장이 없게된다. 아침마다 20키로를 운전하고 나가서 규칙적으로 먹은 이 식당의 된장찌개 덕이 컸다.


내일부터 이틀간 광주에서 국제음악 페스티벌이 열린다. 오늘 먹은 된장찌개가 어떻게 소화되느냐에 따라 내일 광주에 나가 페스티벌에 참여할지 말지가 결정된다. 광주까지 40킬로가 거리상은 그다지 부담되지 않지만 대도시 이기 때문에 교통스트래스는 감수해야 한다. 아침에 식당에 가는길 20킬로 정도는 저수지를 끼고 돌면서 한적한 숲길을 드라이브 하는것이라 시간도 금방이고 기분도 상큼하지만 광주같은 대도시 드라이브는 그야말로 짜증안날수가 없다.


집에오니 날씨가 또 선선하니 우중충해진다. 여우비가 또 오나보다..비오는게 뙤약볕보단 낫다.에어콘 바람 쐬면서 모처럼 영화나 봐야겠다..

작가의 이전글 벌레들과 사투를 벌여야 하는 시골의 여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