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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Ah Oct 27. 2017

존엄사와 안락사..죽을 권리에 대하여..

인간답게 시는법 그리고 죽는법..


얼마전 우리나라도 존엄사에 대해 인정하는 법률이 만들어졌다. 존엄사란 산소 호흡기등에 의존해 숨만 연장 시키는 회복 불가능 판정 환자에게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중단해 죽음을 허용하는것을 말한다.


안락사와는 개념이 좀 다른데 생명을 연장시키는 산소호흡기 등을 제거해 자연스럽게 죽도록 하는것으로 대부분 몇시간에 걸쳐 호흡곤란으로 환자가 사망에 이르게 된다. 비록 의식은 없다고 할지라도 몇시간 동안 숨이 막혀오는 질식의 고통은 느낄것 같다.


안락사는 그런 소극적 치료중단 행위가 아닌 능동적으로 약물등을 이용 죽음에 이르게 한다는 점에서 당사자가 원했다 하더라도 행위자에게 살인을 한다는 죄책감을 심어줄수 있고 논란의 여지가 많아서 스위스 같은 몇개국가를 제외하곤 허용하고 있지 않다.


안락사를 정면으로 다룬 2010 년 인도영화 '구자리쉬' (국내 개봉명 '청원' ) 시각 청각 장애인을 다룬 걸작 '블랙' 을 만든 산제이 릴라 반샬리 감독의 영화를 보면 안락사에 대해서 보다 구체적으로 고찰해 볼수있다.


국내에서 나만큼 인도영화를 광적으로 많이 본 사람도 없을것이다. 국내에 인도영화와 괴수물 영화들을 소개하는 블로그를 운영해 국내에 인도영화 팬들을 확산시키는데 한몫하기도 했고 구자리쉬 역시 인도에서 개봉하고 있을무렵 파일을 구해 내가 제일 처음 국내에 소개해 다음 메인에 소개되면서 블로그 하루 방문객 8만명을 기록하기도 했다.


블랙의 천재 감독에 인도 최고의 배우 아이쉬와라 라이 와 리틱로샨 주연이니 인도영화 광팬이라면 당연 개봉되자마자 눈에 불을 키고 보려고 하는게 당연한지라 내용도 모르고 무작정 엉터리 영문자막으로 봤는데 당시는 그저 안락사를 간절히 원하는 전신마비 장애인의 이야기로 감동은 받았지만 나와는 전혀 상관없는 다른 세상의 이야기인줄만 알았다.



실제 죽음을 항상 코앞에 대면하고 있는 현재 내 입장에서는 안락사를 항상 염두에 두고 있는데 실제 자기몸을 자기 의지로 다룰수 없는 입장이 돼면 죽는것도 맘대로 허용되지 않는다는걸 이번에 수술을 통해 실감하게 됐다.


병원 입장에서는 무조건 숨을 붙여놓는게 일인지라 수술후 식물인간이 돼더라도 일단 환자는 무조건 살리게 되어있다. 내가 가장 두려워 하는 것도 장기를 다 잘라내고 죽음이 아닌 비참한 고통스런 삶이나 연명치료로 숨만 붙어있게 되는것인데 솔직히 연명치료로 이득을 보는건 병원밖에는 없다.


얘기 듣기론 연명치료 몇달이면 치료비만 일억 되는건 순식간이라고 한다. 그 부담은 고스란히 남겨진 가족들의 몫이 된다. 무의미한 치료비로 왼만한 서민 가족들은 순식간에 빚더미에 안게되고 파산하기 쉽상이다. 존엄사를 허용하는 법으로 인해 그런 무의미한 고통이 줄게됨은 다행이라 하겠다.



불과 1년전, 쓰러져 병원에 실려가기 바로 전에 앞으로 어떤일이 닥칠지도 모르고 소풍을 즐기던 모습이다..이때가 내 인생에서 정상인으로서 마지막 시기였다는걸 꿈에도 생각 못했다.


암 판정받고 일년반이 지난 지금, 며칠전 병원에서 혼자 택시타고 퇴원하면서 기사 아저씨랑 암에대해 이런저런 잡담하면서 아저씨가 나이는 어떻게 되냐고 물어봐서 49라고 대답하니 아저씨 깜짝 놀란다.. 자기는 자기 나이 또래인 60대 초반으로 생각했단다..


원래 수염이 잔뜩나는 타입에 환자놀이 일년반 지나니 근래들어 흰수염도 나기 시작하는데다 (금새 절반가량이 흰수염이 됐다.)수염도 잔뜩 기르고 비쩍마른 몸이랑 얼굴을 보면 그렇게 보이나 보다..병원에서도 젊은 상담사가 나보고 아버님 이라고 난생처음 호칭하는걸 들어서 참 신선했다. 상담하면서도 아버님 아버님 ㅋㅋㅋ 속으로 계속 그 호칭만 떠올리며 허탈한 웃음이 났다.


사실 한국나이 50이면 보통 20대 자식이 있어도 크게 이상할것은 없다..어쨋든 그렇게 병원에서 세끼주는밥 억지로 먹고 시간날때마다 간식까지 먹으면서 체력 회복에 애를 썻음에도 결국 몸무게 50킬로 고지를 못넘기고 퇴원했다.


현재 내 상태랑 몰골을 보면 한마디로 살아있다고 말할수도 없으면서 시체가 걸어다닌다고 봐도 크게 틀린말은 아니다. 누가봐도 사색이 완연한 말기암 환자 몰골에 배까지 갈라놔 구부정한 자세로 걸어다니고 있는데 어제는 영광 장터에 나가 먹이를 구하러 돌아다니고 방안을 기어다니며 하루종일 청소하고 밤에는 잠이 안와 한잠도 안자고 지금껏 구닥다리 재즈를 들으며 탱자탱자..또 뭘 먹고 오늘을 버틸까 고민중이다.


병원에서도 세시간 정도 잤는데 이틀에 한번 자는 습관이 또 나올려나 보다. 조금있다 음료랑 과일을 사고 자동차 수리하러 시내를 나가볼 생각인데 마후라만 터진게 아니라 등까지 애꾸된걸 어제 저녁때 발견했다.


죽음을 항상 끼고 있는지라 죽음에 대해 무감각해진것도 있는데 현재로선 가장 조심해야 할것이 운전이다..



수술하면서 계속 마약성 진통제를 맞았고 현재까지도 마약 패치를 부치고 복용까지 하고있는 상황이라 원래는 운전같은건 절대 금해야 한다. 알지만 나를 돌봐줄 사람이 없는 상황에서 팔자좋게 환자처럼 널부러져 있을수 있는 상황이 아니므로 먹이를 구하고 주변정리를 하려면 계속 움직이고 운전하면서 돌아다닐수 밖에 없다.


마약류 진통제는 몸이 적응을 금방해서 효과를 지속하려면 용량이 순식간에 배로 늘어난다. 마약류 진통제를 부치거나 복용하면서 운전이나 기계조작은 절대 금물이다..주의사항 1번이다. 아차하면 대형사고가 난다. 조금이라도 어지럽거나 울렁거리면 바로 운전을 멈추고 휴식에 들어가야 한다.


어제도 점심때 밥사먹으러 영광 나왔다가 어지러워 차안에서 몇시간을 쉬다가 저녁때가 돼서 숙소로 돌아왔다. 원활하게 움직이고 운전하고 돌아다니려면 진통제 용량을 점차 줄여가는수 밖에는 답이없다. 계속 의지하게 돼면 마약중독자가 된다. 갑자기 끊게돼면 그것도 위험하다고 한다. 수술을 막 마쳤을때 비하면 많이 줄였다..차츰 줄여가면서 조금만 더 지켜보다가 아예 끊을 생각이다.


죽음에 대해 무감각 해지는 시간들.. 반대로 말하자면 살아있다는것에도 무감각 해진다는 말이다..살까 ? 죽을까? 내 의지대로 완전히 통제가 가능한것도 아니고 흘러가는대로 일단은 가보는것이 최선의 길이다..억지로 살려고 바둥대면 비참한 생각이 들어 역효과를 낸다.


모든것은 신의 뜻대로.. 나는 그저 망가진 육체에 얹혀 무념무상.. 주변 청소를 계속 하면서 움직이고 이 짜증나는 시간이 흘러 지나가는것을 무심히 바라본다..어찌돼던 내안의 신이 원하는데로 흘러갈테니 내가 할수있는 최선만 다하면 된다.


Anton Bruckner - Mass No. 3 in F minor - Kyrie:

https://youtu.be/ehayQ1blrI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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