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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Ah Nov 05. 2017

한줄기 햇살이 소중해질때...

마지막 남은 가을의 햇살..


일요일에다 모처럼 날씨가 따뜻하니 좋다.. 소풍 가기 딱 좋은 날씨인데 아침에 어머니가 예전 맛있게 먹었던 횟집 정식이 먹고싶다고 조심조심 운전해 가보잔다.. 식사를 통 안하시던 참이라 정말 반가운 소리다.. 자식을 보니 그래도 마음이 조금씩 열리시는둣 하다..


어머니가 약을 먹은 이후로 한번도 외출을 한적이 없으셔서 한달만에 조심조심 외출 준비를 하는데 순식간에 중노인이 되셔서 지팡이에 한손은 내가 부축해 드려야만 거동이 가능하시다.. 불과 한두달전과는 완전히 달라진 모습이다.. 모처럼 어머니 모시고 힘들게 나선 외식 나들인데 그 식당이 일요일엔 영업을 안한다..


다른건 일체 속에서 받질않고 평상시 가던 국수집 국물이 먹고싶다고 하셔서 국수집에 가서 국물만 조금 먹고 나도 그렇고 어머니도 그대로 남겼다.. 그래도 이만큼 먹은게 근래들어 처음이라고 잘먹었다고 흐믓해 하신다..


이제 부드러운 대화로 그간 일어났던 상황들과 향후 어떻게 할지를 의논해본다.. 그렇게 고집을 부리시더니 결국 노인들에게 필요한건 옆에서 대화해주고 같이 음식 먹어주고 작은 보살핌이면 충분하다.. 진작 내말을 들었더라면.. 이제와서 고집을 꺽고 요양원 가시겠다고 나보고 신청하고 알아봐 달라는데 일을 처리해야 하는 내가 이모양이니.. 내 앞가림만으로도 벅찬 상황에서 앞이 캄캄해진다..


내 치료비로 준비했다 증발된 X천만원 미스테리도 풀렸다.. 나를 위해 썼다고 하는 비용은


납골당 4백만원... 납골당....


그말을 듣는순간 억장이 무너지는줄 알았다.. 아직 살아있는 자식의 치료비 대신 장례식 준비에 돈을 썼다는것 자체가 우울증이 빚어낸 촌극인지라 허탈해 웃을수밖에..


식구들 모두 거동도 잘 못하시는 어머니 손에서 증발된 돈에 대해서 관심없는 이유도 풀렸다.. 가족들 모두 사실은 조금씩 혜택을 본 공범이기 때문이다.... 몸도 잘 못가누는 어머니가 돈을 썻다면 누구를 위해 썻겠는가.. 어쨌든 계산기를 놓고 어머니가 썻다는 기억들을 합산해 보니 얼추 맞아 들어간다.. 나를 위해(?) 썼다는 납골당 비용을 빼고 이리저리 순식간에 치료비 명목으로 준비된 X천만원 이란 금액은 죽겠다고 작정한 우울증 걸린 어머니의 잘못된 판단으로 흐지부지 허무하게 사라져 버렸다.. 이백만원 남았다고 그거라도 주마 하신다..ㅋ 울어야할지 웃어야 할지..



거실에 아슬하게 가을 햇살이 비친다.. 담아두고 싶을만큼 아깝고 귀한 햇살인지라 커피를 타고 조금이나마 햇살 맛보기에 들어간다.. 이미 엎질러진 물들을 다시 담을수는 없는 노릇인지라 속상해 하기 보다는 수습 방안들을 생각해 보는게 현명하다.. 결국 지금 눈앞에 벌어진 가족 비극사는 우울증에 걸린 병들고 연로한 부모님을 외롭게 방치한 댓가인 셈이다..


내가 요양병원을 들어가려던 계획은 일단 접었다.. 당장 거동 불편하고 연로한 부모님 일을 처리하는게 우선 순위인지라 시골 거처를 완전 정리한 이후엔 어머니 모실 준비를 해야할듯 싶다.. 둘다 음식 장만이 불가능 하므로 당분간 살림은 지금처럼 가사 도우미를 쓸수밖에 없을듯 하고 내가 움직일수 있는 만큼 움직여 어머니 맛있는거 사드리고 어느정도 중환자 컨디션을 벗어나면 천천히 요양원 모실 준비를 하는게 순리인듯 하다..  요양원 비용을 충당하려면 등급신청부터 알아봐야 하는데 형이 자신이 처한 상황의 한계를 말하는게 내가 처리해야만 하는일이 될것같다.. 시골 거처를 정리하고 바로 내 요양원 알아보려 했는데 상황을 보아하니 불가.. 내가 뛰어다니면서 일들을 처리해야만 한다. 자신이 결심하고 말만하면 일이 처리되는줄 아는 부모님들에게 자식이 몸 움직이기도 힘든 중환자라는 사실은 고려할 대상이 아닌듯, 거기까지는 생각이 미치지 못한다.


사실은 내가 가장 중환자로 요양이 다급한 상황임에도 부모님의 노환앞에선 당할수가 없다.. 말기암 상태에 배까지 갈라놓고 몇달 남았는지도 모르는 판국인데.. 당분간은 나는 환자가 아니어야 한다..  마음놓고 아플 자유조차 허락되지 않는군... 상황이 어쩔수 없다. 스트래스에 따른 줄담배, 어제 오늘 소변을 보니 갑자기 나도 당뇨가 심해지기 시작하는것 같다.. 라디오에서 나오는 클래식 배경음악으로 꺼져가는 햇살을 필사적으로 쬔다..커피와 과자.. 줄담배에 한숨을 쉰다.. 숨쉰다... 그저 한숨을 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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