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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Ah Nov 07. 2017

정상적인 가정 살림의 소중함..

모든것이 제자리로 돌아가길...


살림하는 사람이 한명만 있어도 집안은 제모습을 찾아간다..이번에 오신 가사도우미 아주머니는 제대로 프로페셔널 스탠다드 가정주부로 엄마와나 둘다 대만족이다.


할머니가 계셨을때..그간 네명 정도의 가사 도우미 아주머니와 함께 생활해본 경험이 있는데 사람마다 전부 개성이 다르다. 워낙 식구가 없어서 어떤 아주머니가 오시느냐에 따라 집안 분위기는 달라진다. 외부인이 살림을 하면서 함께 생활 할시는 일을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 정말 어떤 성향의 사람인지가 가장 핵심이다. 음식은 커녕 친해졌다고 어머니와 수다만 떨다 놀면서 시간만 때우고 놀러온 이웃집 아줌마 같은 가사도우미 아주머니도 있었다. 물론 외로운 노인의 말벗과 놀아주는 것도 큰 일중 하나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식사와 청소는 해놓고 놀던지 말던지 해야하는데 그 아주머니는 청소도 대충, 음식도 물어보고 생각없다면 안차릴때가 더 많다. 노인이 혼자 계시면 친해졌다고 무시하는 경우도 가끔 보게된다. 그래서 안나오셔도 된다고 짜르면 서운해 하고...


이번에 오신 아주머니는 무엇보다 음식을 제대로 한다. 특급 요리사는 아닐지라도 딱 정확하게 교과서에 나올만큼 정석 음식들을 만들어 주신다. 집에 오자마자 냉장고에 있는 갈치 조림과 콩나물, 시금치 나물 반찬을 보니 “ !!! “ 뭔가 느낌이 온다.


어제 어머니가 무국이 먹고싶다고 하시니 바로 장을 보고 무국을 끓이는데 어머니가 자기식으로 간섭을 하신다. 씹지를 못하니 고기를 갈아서 넣고 버섯가루를 많이 쓰라고 주문한다. 보통 아주머니들은 시키는대로 엉터리 레시피를 따를텐데 이 아주머니는 딱 거절을 한다. 맑은 국을 만들려면 가루 종류의 재료는 사용하면 안된다고 말하고 정석으로 만들어 주시는데.. 재료 써는 모양도 그렇고 딱 스탠다드 정석 무국이 나온다. 남은 무는 무채를 만들고..


엄마가 먹어보고 맛있다고 국물만 두 그릇을 먹고.. 나 역시 검사를 마치고 밤에 먹어보니 바로 이거야 !! 정석 집밥맛이다.. 맛있는 음식을 차려주는 살림꾼이 집에 있으면 식사에 어려움을 겪는 환자의 모든 걱정과 어려움이 해결된다..


몇십년 식당음식을 사먹으며 지내니 음식 못하는 아주머니가 워낙 많다는걸 알기에 정상적인 밥을 차려주는것 만으로도 하느님 감사합니다 이다.. 물론, 우리 어머니 음식솜씨도 꽝 이다.. 대충대충 남은 반찬들이나 재료들 아깝다고 아무거나 넣고 끓이는 찌개들 보면 입맛이 안생겨 차라리 밖에 나가 사먹게 된다. (김치찌개에 재료 남는다고 고기와 참치를 함께 넣고 끓이기도 하신다.)인생에 있어 옆에 맛있는 음식을 할줄아는 살림꾼과 함께 한다는건 정말 엄청난 축복이 아닐수 없다.


오늘 아침은 엄마가 아주머니 에게 김을 구워 달라신다. 파는김은 맛이 없어 도저히 안넘어 간다고.. 내말이 바로 그거야 ㅠㅠ.. 엄마는 귀찮다고 파는김만 젊을때부터 계속 식구들에게 내주고 내가 불평하면 대충 먹으라고 윽박 지르면서 자기는 맛없어 못먹으니 남에게 구워달라고 하신다..



설겆이 청소가 매일 이루어지고 제대로 된 식사가 마련돼니 비로서 집안이 제대로 돌아가는것 같다. 살림하는 사람 한명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게 된다.가사 노동이 얼마나 힘들고 금전적으로 가치있는 일인지를 알게된다. 제대로 매일같이 쓰래기가 버려지고 설겆이가 돼고 음식이 차려지고.. 청소는 내 이삿짐이 엉망으로 널려있는지라 대충  .. 기본 살림 일과를 마치면 내가 가져온 커피가 맛있다고 엄마와 이런저런 수다를 떠는 커피타임을 가지는데 음식 차려주는것 못지않게 노인들에게는 같이 말벗해주는 일도 중요한 일이다.. 모든면에서 완벽하게 해주는 프로페셔널 도우미 아주머니를 만난것은 큰 행운이다.. 지금 상황에선 음식만 잘해도 다른건 다 그냥 넘어간다.. 환자에게 제대로 된 식사보다 더 중요한건 없기 때문이다..


이 아주머니가 음식을 해주고 살림을 해주시면 나의 경우 궂이 요양원을 찾을 필요가 없어진다. 요양원 가려던 이유중 가장 큰 이유가 식사문제 때문이다.. 이런 아주머니를 놏치면 식사를 매일 맛없는 외식으로 때워야 하므로 어머니와 의견일치로 일주일 삼일 오시는 아주머니를 주말 제외 매일 오시게 하시는걸로 했다. 제대로 된 식사와 보살핌을 받고 어머니도 상태가 조금씩 회복되는 조건으로 요양원은 당분간 미루기로 했다. 회복이 안되면 어쩔수 없이 요양원 가셔야 된다고 말을 해놨다..


아침에 맛있는 무국을 보면서도 CT 검사 때문에 참으며 쫄쫄 굶고 있다가 검사 몇시간 남기고 점심때쯤 일을 저질렀다. 병원에 입원해계신 아버지에게 다녀온 형과 이런저런 상황 이야기를 하면서 형이 어머니 먹으라고 준비해논 과자 상자를 열고 먹기 시작하는데 나도 모르게 따라서 과자들을 집어먹은 것이다..기껏 하루종일 굶다가 도로아미타불..


어찌해야 할지 병원에 전화로 물어보니 언제 먹었는지 시간을 물어보고 최소 6시간 더 금식한후 저녁때 오란다.. 낮시간에서 저녁으로 예약시간이 바뀌어 채혈도 저녁때 업무 마치고 응급채혈실에서 했고 하루종일 굶어야만 했다.



올해만 들어 벌써 CT 촬영 세번째다.. 불과 한달전에 응급실 실려올때 했는데.. 몸에 엄청난 부담이 가는 방사능과 조영제의 부작용을 맞는다.. 다음에는 CT 찍자고 하면 무조건 MRI 로 가자고 거부해야 몸이 버텨나겠다.. 정상인도 CT 많이찍으면 암에 걸린다는데 내몸 상태에서 하루종일 굶고 조영제를 넣으면 몸이 어떻게 될지는...


어제 찍은 CT 결과를 놓고 오늘 항암담당 의사 선생님을 만나기로 예약돼있다. 아버지의 담석증 수술과 시간이 겹쳐서 큰고모가 와주시기로 하셨고 아마도 형이 시간맞춰 내 보호자로 올것 같은데 치료 처음 들어갈때 보호자는 아무나 할수 없다. 고맙게도 브런치에 보호자로 와주실수 있다는 분들도 계신데 치료 시작전에 필요한 보호자는 모든 의료사고에 대한 책임과 연명치료등이 발생시는 막대한 의료비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는 싸인을 해야한다. 남이 해줄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보호자 ( 향후 발생되는 모든 의료비를 책임지고 의료사고 발생시 책임을 묻지않을 권한이 있는 ) 싸인이 있기전에는 의사는 절대 어떤 액션도 취하지 않으므로 치료를 포기해야 한다..


치료가 시작된후는 옆에 간병인 처럼 도와주는 보호자가 필요하게 된다. 그것은 아무나 해도 된다. 나의 경우는 그냥 나혼자 버텨볼 생각이다. 항암제 맞고 운전하고 집에 돌아오는게 가능할지는 아직 안해봐서 모르겠다.. 뭐가 돼던 오늘부터 죽음과 직접 대면하는 시간들의 시작이다.. 항암을 해보고 안돼면 공식 치료 포기 판정을 받게돼고 호스피스 병동으로 가서 죽음을 기다려야 하는 코스가 일반적인데 나도 그렇게 될지는.. 일단 오늘 CT 결과를 놓고 의사를 만나보고 의견을 들어보면 대충 감잡을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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