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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Ah Nov 07. 2017

희망은 없고 마지막 고통은 받으라..

희망없는 냉철한 의사의 진단...


“많이 커졌어요..”


어제 찍은 CT 결과를 두고 두명의 의사가 이구동성 하는말.. 10월달에 비해 한달사이 종양이 많이 커졌다고 한다. 한달동안 집안일로 받은 스트래스와 줄담배, 온갖 불량식품들이 그런 결과를 만든것 같다. 느낌이 한달전과 확실히 달라졌다..


사진을 보니 진짜로 한달전에 비해 무섭게 확장한게 드러난다. 위의 경우는 정상세포 보다 암에 잠식된 부분이 더 크다..전체를 도려내야 한다는 말이 실감난다.. 수술을 하려했던 담당의사는 3개월 후에 항암결과를 두고 보자며 항암 의사에게 미루고 일단 완전히 손을 땐다..


항암 의사는 가망 없다는 절망적인 진단을 서슴없이 내린다. 기대를 갖지 말아라... 수술은 불가능할것 이라고 한다. 수술하기엔 마진이 나오기 힘들다고 한다.. 살아날수 있는 남겨진 장기의 확률을 마진이라고 표현하는게 조금 인상적이다.


*나중에 알게된 마진의 뜻은 수술로 잘라낼수 있는 여유공간을 의미한다. 즉 나의 경우 갈비뼈에 암터진부분이 달라붙어 있고 너무 커서 잘라낼 공간이 안나올거라는 의미


내가 하는 항암치료의 목적은 치료나 완치가 아니라 단순히 생명연장에 목적을 두고 있으며 최장 일년정도 더 생존하는것을 목표로 일단 4회 정도 시작해 보자고 한다. 그러나 항암 중간에 터져서 사망하는 경우나 응급실 실려와 지금처럼 응급수술하는 경우도 염두에 두고 있으라고 한다. 중간에 사망하는것과 자신이 하는 항암치료와는 전혀 연관이 없으므로 중간에 죽어도 자기 책임이 아니라는것을 보호자로 같이온 형에게 미리 확실하게 못을 박아둔다



다음주 월요일날 입원해 가슴에 관을 삽입해 동전만한 마개를 달아놓는 캐모포트 라는 시술을 하기로 한다. 항암주사를 계속 정맥주사에 놓기가 힘들어 아예 관을 삽입해 통로를 만들어 놓겠다는거다. 쓸수있는 항암제는 어차피 한두개가 전부로 일단 4회 시행한다음 CT 결과를 보고 계속할지 중단할지 결정하자고 한다.


그냥 이대로 두면 내일이라도 당장 죽을수 있는 아슬아슬한 상황인지라 언제 죽을지 모르는 상태로 그냥 지내는가.. 일년 생명연장을 목표로 항암제를 맞기위해 가슴에 구멍을 뚫는가.. 갈등과 더불어 심정이 착잡하기만 하다..


내 진료를 마친후 같은시간 아버지가 수술을 한 일산병원으로 향한다. 담석을 제거하는 간단한 수술인지라 별 무리없이 끝난듯 하다.. 복강경을 이용해 배를 가르지 않아선지 아버지는 자기가 수술을 한지도 인식을 잘 못하신다. 아버지도 어머니도 노환이시긴 해도 당장은 큰 고비들은 넘기신듯 하다. 이제 진짜로 부모님 걱정보다는 내앞 마무리에 모든 시간을 써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당장 다음주 월요일날 관삽입 캐모포트 시술을 위해 입원해야 하므로 그전에 시골 거처를 확실하게 정리해야만 할듯 싶다. 이번주 밖에는 시간이 없으니 내일이나 모레 또 다시 장거리 여행에 나서야 한다.



착잡한 심정을 달래기 위해 하루종일 아이스크림과 과자 담배에 의존한다.. 조금이라도 달콤하고 행복할수는 없는가.. 본능적으로 과자와 아이스크림만 찾게된다. 집에서 엑셀런트를 다 먹고 병원 나서면서 파리바케트에 들러 연속으로 하드를 두개 까먹고 집에 와서는 바닐라 통 아이스크림을 사서 퍼먹기 시작한다.


회 같은 날음식 먹지말고 담배는 절대 피지말고.. 항암을 하면서 지켜야할 주의사항을 일러주는데 뭔가 희망이라도 주면서 그런 요구를 해야 지킬맘이 생길텐데 아주 운이 좋을경우 숨쉴수 있는 최대 일년간의 희망을 얻기위해 막대한 고통과 인내를 요구한다면... 짜증이 나고 화가나서 무시하게 된다.. 노력하는 인내에 비해 열매가 너무 보잘것 없다.. 누구나 그런 심정이 들것 같다.


희망을 갖지 말아라.. 언제든 죽을수 있다.. 이렇게 방치한 당신 책임이다. 운 좋으면 일년정도 더 숨쉴수 있는걸 목표로 가슴에 구멍을 뚫고 항암제 독극물을 4회정도 넣어보자.. 이게 결론이다. 병원에 올때마다 결과들은 매번 나를 비참함으로 몰아간다..  이전처럼 그냥 무시하기엔 배를 갈라놔서 병원 통원치료를 등질수는 없는 상황이다..


이제 진짜 정리의 시간들을 보내야 하겠다.. 조금의 행복만이라도 느낄수 있다면... 소중한 것들을 떠올려야 하겠다.. 깔끔한 마무리에 총력을 기울일 때가 온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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