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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Ah Nov 10. 2017

작은 행복, 작은 기쁨 허용하기..

그리고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어머니가 약을 먹기전부터 화초들을 일부러 죽이려고 물을 한동안 안주고 있다가 다시 맘을 고쳐 먹으신듯 오늘은 물을주고 잎을 물티슈로 세수 시키며 “ 죽으라고 해도 죽지도 않고 사람이나 얘나 똑같어...” 하신다. 마음이 죽겠다는 생각에서 삶쪽으로 방향을 바꿔 잡으신듯해 다행이다..


삶이란 때론 드라마틱하게 전개되면서 크게 기쁘고 놀랍고 슬플때도 있다.. 감동받는 일들도 생기고 감정이 격해져 눈물을 흘리게 되는날도 있다. 그 모든 감정들의 격랑을 통해 살아있음을 생생하게 느낄때도 있다.


나의경우는 요 근래 엄청난 집안의 망가짐을 통해 극적으로 처지와 환경이 바뀌어서 더이상은 그만.. 제발 집안 환경도 내몸도 더이상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기를 오로지 평화로운 시간만을 바라게된다.


임시로 배를 갈라논 상황에서 지속적 관리와 치료가 필요해 병원측에서 가자는대로 갈수밖에 없는데 어쨌든 희망도 없이 더이상 내몸을 이리저리 구멍내고 째고 하는 짜증나는 일은 가급적 최소가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뿐이다.. 구멍뚫고 몸밖으로 삐져나온 창자를 보면 짜증이 안날래야 안날수가 없다.. 볼때마다 죽고싶다는 생각이 절로 나면서 이제는 또 약물 투입을 위해 가슴에 관을 삽입할 구멍을 뚫자고 하니 ㅠㅠ.. 막 신날리도 없고 안기쁜건 당연하다.



마약 진통제의 가장 대표격 약품은 펜타닐 성분의 약들이다. 아편으로 진통 효과가 모르핀의 200배 헤로인의 80배 달해서 마약 진통제로는 제왕격이라 할수 있는데 그 강력한 신경마비 효과에 비례해 부작용도 무시무시 하고 치사율도 상당히 높다. 주로 말기암 환자들에게 처방되며 패치로 된 제품이 가장 많이 쓰인다.


 작년에 처음부터 50 용량을 처방받은 환자가 죽는 의료사고가 국내에서 발생해 의사가 처벌받기도 했는데 통증 상태에 따라 용량을 신중하게 고려해 붙여야 부작용의 위험을 최소화 할수 있다. 미국은 펜타닐 진통제 부작용과 중독으로 죽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현재 허용기준이 너무 약하다고 크게 사회문제화 돼고있다.


나의 경우는 50 쓰다가 현재는 25와12 두개 37로 줄여서 붙이고 있는데 며칠째 계속 잠을 하루 한두시간 밖에 못잔데다 커피를 연속 마시니 오늘은 특히나 부작용이 심했다.. 시간에 쫒겨 시골 거처 정리하러 내려왔는데 어질어질.. 몽롱한 느낌에 고속도로를 조심조심 80-100 속도로만 달렸다.. 그러다보니 집에서 아침먹고 출발해 휴게소마다 들러서 쉬어가느라 저녁 깜깜해져서 간신히 도착..


영광에 들어서니 밤이 됐는데 2차선 시골도로를 4차선으로 착각해 역주행 하다 마주오던 차와 박치기 할뻔한 위기도 겪었다.. 어쨌든 몽롱한 상태에서도 정신 차릴려고 이 악물고 운전해 무사히 도착했으니 다행이다. 장거리 운전을 해야 할시는 통증을 감수하고서라도 용량을 줄이는게 날것같다..



조금 운전하고 어지러워서 휴게소를 들르고 하다보니 마치 휴게소 탐방처럼 됐는데 가사 도우미 아주머니가 싸주신 특제 샌드위치 도시락을 먹고 유부우동도 먹고 휴게소마다 이것저것 주점부리 하면서 하루를 고속도로 위에서 다 보냈다.


죽음을 앞둔 지금 상황에서 내가 왜 그렇게 몸에도 안좋은 과자, 아이스크림 담배등을 과도하게 피고 먹는지 남들은 이해못할수도 있는데 나에겐 지금 아주 짧으나마 작은 기쁨을 주는 달콤함과 즐거움이 절실히 필요하다.. 물론, 안 먹고 안피고 버티면 살수있다고 한다면야 먹고싶어도 인내를 가지고 참겠지만 현재로선 그럴 이유가 전혀 없다.. 조금이나마 엔돌핀을 돌게 만드는 기분전환이 절실히 필요 하다고 하겠다.


한번이라도 마음이 포근해지고 작게나마 행복을 느낄수 있다면.. 현재로선 그것이 나를 위하는 일이다.. 몸에 좋다고 먹기싫은 약제들을 억지로 먹으며 정신적인 고문을 참는 경우가 일반적인 환자들이 행하는 노력인데 그것은 인내뒤에 오는 완치라는 희망이 있을때만 의미가 있다..  가만히 있어도 고문을 당하는것 같은 상황에서 먹는걸로 정신적인 고문까지 가하면 지금의 내 상황에선 진짜 빨랑 죽고싶다는 생각밖에는 안날것 같다..


달콤 새콤.. 그 작은 즐거움이 지금 나에게 얼마나 절실하고 소중한 것인지 삶에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한다.. 나를 행복하게 만들라.. 현재에 아주 작은 기쁨과 행복감이라도 느낄수 있다면 그것보다 소중한 것은 없다.. 달콤한 아이스크림이 현재로선 나에게 행복감을 주는 유일한 수단이기에 나는 매일같이 아이스크림을 먹는다.. 다른게 나를 기쁘고 즐겁게 만들수만 있다면 나는 기꺼이 그것을 할것이다.. 그래서 잠을 못자는 대신 만화책을 밤새 열중해 본다. ㅎ 3X3 Eyes 40권 거의 다 봐간다... 달콤하고 부드러운 아이스크림이 주는 작은 행복을 누리는것.. 나는 나 자신에게 기꺼이 허용한다.


내일은 하루종일 쓰래기 내다버리고 거처를 청소해 깨끗하게 빈방으로 만들어야 한다.. 남들은 짐정리와 청소를 남에게 부탁하라고 하는데 남의 방 일년간 빌려 썼으면 내가 쓰던 짐들은 내가 버리고 청소하는게 도리인듯 하다.. 내몸 아프다고 남에게 민폐 끼치면서 부탁하는것 보다 맘이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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