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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Ah Nov 19. 2017

항암 1차 마치고 ...잠못들어 청소하고..

정말 죽을지도 몰라...


항암이란거 진짜 만만히 볼게 아니란걸 해보니 알겠다. 보통 수술하고 난후 예방차원에 하는 항암은 당일치기 한번 맞는거라 그다지 큰 부담은 없다고 하는데 나처럼 생명연장을 목표로 2박 3일 꼬박 맞는 항암은 마지막 세봉다리 째가 고비다.


왜 큰 새우깡 봉지만한 항암제를 세봉다리 투입하는지 이유를 알겠다..네봉다리 들어가면 사람이 죽는다..


마지막 세봉다리 중간쯤 까지는 그럭저럭 마약패치랑 버무러지면서 견딜만 하다.. 저것만 다 맞으면 퇴원이라는 조바심도 생긴다..그때쯤 닥터가 방문해 컨디션이 어떤지를 묻는다. 


평화롭게 책을 보던 중이라 그럭저럭 별탈없이 맞을만 하다고 엄살을 못부리는 내 성격상 무심하게 말했더니 -오호라 견딜만 하나보네.-  생각한듯 미소를 짓는다. 그리고 시작하기 전에는 처음에만 입원해 포트심고 3박4일 입원하고 두번째 부터는 당일코스로 간다고 해놓고는 계획이 수정된다. 


2차도 계속 입원해서 2박3일 줄창 맞는단다... 한마디로 견딜수 있는 한계치 까지 밀어부쳐 보자는 얘기인데... 의사가 가고나자 마자 나머지 분량맞는게 장난아니게 힘이들기 시작한다. 몸이 감당할수 있는 한계치에 근접했다는 신호가 온다.



몸의 면역 세포들을 같이 파괴하는지라 피흘리면 지혈이 안되니 양치도 가글로 하고 날건 절대 먹어선 안되기에 야채랑 김치도 익혀먹으라 하고 2차 하기전 피검사 해서 백혈구가 모자라면 항암을 중지한다고 하는데 감기에도 치명적인 AIDS 환자랑 비슷한 상태로 접어든다.. 내장이 다 녹는듯한 통증은 물론이고 검은설사 피똥을 싼다..


장안의 좋은 면역세포들도 다 죽어나가서 구토 울렁거림과 변비와 설사가 교대로 온다고 증상마다 약을 엄청나게 처방해준다.. 입맛이 없을거라며 날것 찬것만 빼고 아무거나 닥치는대로 먹을수 있는걸 먹으란다.. 라면도 좋고 불량식품도 상관없단다. 무조건 먹으란다.


일주일 지날때가 가장 고비라고 하며 조금 회복기에 접어들면 그때 또한번 2박3일 2차 들어가게 된다.. 살만하면 죽이고 죽을거 같음 중지하고 암이 먼저죽나 내가 먼저죽나 치킨게임 양상이다. 진짜로 조금만 더 집어넣으면 내가 죽는구나 실감 했다..



죽을둥 살둥 택시타고 집에 오자마자 골골대기 시작하는데 그런 와중에도 잠을 못자니 더 환장 하겠다.. 내가 시골에 있는동안 일년간 집안 청소를 안한데다 내 짐까지 온통 널부러진 전쟁터 모양새인 집안청소를 잠이 안오는 관계로 밤에 조금씩 조금씩 계속 하다보니 어느새 이틀동안 거의 정리가 다 됐다..


 화장실 청소까지 댄톨로 소독까지 싹 마치고 엄청난 분량의 쓰래기를 내다 버리니 이제 좀 음악을 틀어도 요양하는 분위기가 난다.. 이틀동안 잠을 한잠도 못자서 신경이 곤두서 있는데 다행히 계속 주점부리 먹으면서 움직이니까 컨디션이 조금씩 좋아진다.. 정말 죽겠구나 골골대다 그까짓 독극물좀 맞았다고 내가 죽으리 또 조금씩 거만해 지기 시작한다.. 배만 안 갈라놨어도 그럭저럭 뒹굴며 버틸만 할텐데...


입원 3일째 되는날 내 브런치 글들을 읽고 용기를 얻었다고 이름도 모르고 병실도 모른채 병문안 와주신 고마운 분이 계신다. 담배피러 나갔다 만나서 빵집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처음 만난 분앞에서 브런치를 통해 내 이야기를 알고 있는지라 주절주절 서럽다고 징징 신세타령을 했다..ㅋ 쪽팔린것도 이제는 중요하지 않을만큼 내가 막바지 몰렸나 보다..


어쨌든 너무나 고마운 방문이고 맛있는거 사먹으라고 이 나이에 처음 보는 분에게 용돈까지 받았다.. 브런치에 기록을 남기면서 나를 직접 방문한 두번째 분이다. 그동안 처음 독자라며 찾아왔던 사람이 보험 사기를 목적으로 찾아와 충격먹은 트라우마가 있어서 모르는 사람은 무조건 피하자 라는 생각이었는데 진심으로 순수하게 도와주고 싶어하시고 응원해주는 분을 만나게 돼서 무척이나 감사하다고 전하고 싶다.


내 브런치로 인해 용기를 얻고 큰 도움을 받았다고 감사해 하시는데 내 기록이 심적으로 상황을 이겨내는데 도움이 됐다면 나로서도 보람되고 기쁜일이다.. 고작해야 내가 사회적으로 할수있는 일이 - 그냥 살기 -내 일상 기록을 남기는것 밖에는 없었는데 뭔가 의미가 주어진다면 나로선 정말 기분이 좋다.



각자가 생각하는 고난의 강도는 개인적인 기준에 따른것인지라 사람은 원래 자기보다 더 어려운 사람을 보면 비교를 통해 용기를 얻고 희망을 얻기가 쉽다. 물론 지금의 내 상황역시 나에겐 좀 짜증은 나지만 그렇다고 죽음이란게 나에겐 감당못할 만큼 억울하거나 슬픈 상황은 아닌지라 무던히 지나갈수 있지만 일반적으로는 2기나 3기 선고만 받아도 좌절하는 경우도 있고 수술을 마친후 예방차원의 당일치기 항암도 두려워 하는 사람도 있을수 있다.


내 입장에선 수술을 할수있는것도 그렇고 의사가 완치 희망을 주는것도 그렇고 포트를 심을때 살을 쭉쭉 찢는 그 더러운 느낌을 안 갖는것만도 부럽고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대부분의 암환자들의 고민들이 당사자 입장에선 죽네사네 해도 내 입장에선 상당수 엄살로 느껴지는건 어쩔수 없다..


그런데 이번에 정말로 내가 진심으로 안쓰럽고 안타까운 심정을 갖게된 대장암 환자를 두명이나 보았다.. 남자 한명 여자한명.. 둘다 갓 스무살이나 되었을까... 너무 어려서 어찌된 일인가 물었더니... 가족의 유전에 의해 대장절제 수술을 미리 받은 환자들이다.. 스무살때쯤 수술로 대장을 미리 절제하지 않으면 거의 100 프로 대장암이 발생해 40대에 죽게되는 ‘린치 증후군’ 이란 병이 있다는걸 이번에 알았다.. 두명다 그 희박한 확율의 유전적 환자들이다.. 자신의 자식들에게 그런 유전자를 물려준 부모와 아무죄없는 당사자 둘다 마음고생이 얼마나 클지는...


청소도 대충 마쳤고 주일이 시작되는 내일부터는 슬라이드 제출하러 병원 다니고 이것저것 부모님 일들과 내 신상정리로 처리할 일들이 또 생기기 시작한다.. 아무래도 식사를 너무 못하시는 어머니 모시고 병원을 또 다녀야 할듯도 싶다.. 제대로 움직일수 있을지는 아직 모르지만 어쨋든 오늘밤은 좀 잠들수 있기를...  


이틀동안 청소하면서 간간히 보던 일본 코믹 만화책 엘리트 양키 사부로 48권 거의 다 봐간다.. 장을 갈라놔 피가 계속 흐르는 와중인지라 무리를 하거나 웃으면 안되는데.. 또 봐도 역시나 ㅋㅋㅋ 배가 땡기는 웃음을 참을수가 없다.. 만화책 다보면 TV드라마로 나온걸 또 한번 볼 예정이다.. 그동안은 집안이 쓰래기장으로 발디딜틈이 없어서 영화고 드라마고 아무것도 안잡혔는데 정리가 좀 되니까 즐기고 싶은 맘이 생긴다.. 항암 후유증이 가라앉으면 극장으로 달려가 저스티스 리그를 우선으로 보리라 찍어두고 있다..


일단, 오늘은 잠잘수 있기를 믿어본다.. 그렇게 몸을 혹사하고 이틀간 잠을 못잤음에도 오늘밤도 또 못잔다면 신경쇠약에 스트래스로 화가날것 같다.. 불면증으로 졸립지도 않은 증상 역시 뭔가 약물에 의한 부작용인듯 하다.. 마약패치 부작용 아니면 항암제 부작용 둘중 하나던지 두개 다던지..


어쨋든 잠을 못자면 사람은 화가나고 짜증이 나고 스트래스를 받게된다. 의사가 절대 안된다는 담배에 의지 안할수가 없다.. 항암 맞는 와중에도 흡연은 했지만 몸은 괴롭고 잠못드는 스트래스를 위로할 달리 방법이 없다.. 다음주가 최대 고비라니 부딫쳐 볼수밖에..


일주일은 일단 좀 죽어가고 살아나려 할때되면 2차 독극물 주입이 반복된다.. 그것이 누적이 돼면 결국 힘들어 중간에 포기하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얼마나 힘든지는 안가본지라 일단 가봐야 알겠다..오늘은 제발 잠이나 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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