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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Ah Dec 01. 2017

미드와 함께 집에서 맞는 항암2차..

독극물을 맞으며 즐기는 2박3일 휴식..


2차 항암은 의사의 권유에 따라 집에서 2박3일 맞는걸로 하기로 했다. 일단 한번 해보고 입원해 맞는것과 집에서 맞는것 어떤방식이 편한지 향후 선택하면 된다.


의사가 집에서 항암제를 맞아보라고 하는 가장 큰 이유는 내가 맞는 항암제가 일반적인 치료가 아니라 생명연장 차원의 치료인지라 언제 끝날지 횟수 기약이 없다는점 때문이다. 최장 일년 생명연장을 목표로 그냥 죽기전까지 쭈욱 맞을거라고 한다. 언젠가 내성으로 항암제가 듣지않는날이 항암 끝나는 날이고 그 다음 코스는 호스피스 병동으로 가서 죽음을 기다리는게 일반코스다.


아직까지 사람들은 아무리 설명해대도 내가 일반적인 치료를 목적으로 병원을 다니고 항암을 맞는걸로 착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미 내장이 터져서 위장 비장췌장 전부 한덩어리로 암이랑 곤죽이 된 상태인지라 몽땅 잘라낼수밖에 없지만 장기를 다 드러내고 살기 바라는 자체가 도박성이 크다. 설령 살아도 식물인간 수준의 장애인의 삶이 될것이기에 의사들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터진부분을 임시로 덮어놓고 배를 갈라논채 항암제로 시간끌기 하는중이란걸 누누히 이야기해도 사람들은 내말을 이해하지 않는것 같다. 쉽게 말해서 지난번 사고로 이미 장이 터졌을때 죽었다고 보고 지금은 의료기술의 발달로 덤으로 숨만 잠시 연장해 쉬고있는 상태란걸 생각하면 된다.


내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일반 환자들의 치유 경우를 나에게 강요하면 나에겐 피곤만 가중될뿐이다. 의사들이 먹는것 가리지말고 환자가 담배피는걸 말리지 않는건 이미 할수있는 치료는 끝났다고 공인하는거다. 나에겐 얼마를 더 고통속에 숨쉬고 버티나 보다는 남은시간 자유가 중요하고 행복이 더 소중하다는걸 이해하면 된다.



호치키스만 제거하면 테이프도 제거하고 피부가 좀 숨을 쉬려나 했는데 왠걸.. 항암도시락 까지 몸에 고정시키려니  가슴배 앞판 전체가 테이프로 도배질이 되고 마약패치 붙일 자리내기도 쉽지가 않다. 두달째 물을 못접하고 있다. 외출하려면 허리에 두룬띠만 4개가 된다. 온몸이 덕지덕지 ㅜ.. 이것저것 장착하고 온몸을 무장한 느낌이라 침대에 누워 편하게 잠을 잔다는게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미드를 보면서 릴렉스 체어에 누워 이틀에 한두시간 토막잠을 잤다.


항암도 몇번하면 끝난다 라는 기대감을 주면 힘들어도 버티기가 좀 수월할텐데 앞으로 계속 기약없이 맞는다라고 하니 한숨이 나온다. 일단 자질구레한 항암보조제랑 빨리 들어가는 약물 4-5봉지는 병원에서 맞고 메인은 농축액으로 도시락을 싸주게 된다. 물병같은 기구에 압력을 걸어 포트에 꽂고 가방을 허리에 매준다. 2박3일동안 알아서 들어가게 되는데 투입이 끝나면 바늘빼러 다시한번 병원을 방문해야 한다. 밤에는 응급실로 가면 되는데 응급실 추가비용이 발생한다.


손발끝이 짜리하게 저리면서 마비 현상이 이번에 맞는 항암 부작용 메인이다. 아이폰 자판 두둘기기가 잘 안된다.ㅋ  지나봐야 어느정도 견딜만 한지 알텐데 아직은 현재 진행형인지라.. 1차는 다 맞고 한 삼일 고생했는데 이번엔 어떨지.. 보통 예방차원으로 맞는 분들의 4배분량을 맞는것 같은데 투약도 뒤로 갈수록 몸이 힘들어진다. 그 시간동안 영화와 미드를 보기로 한다.잠도 제대로 못자고 추천받은 미드 ‘왕좌의 게임’ 미드를 보고있는중인데 미드에 빠지면 2박3일은 후딱 지나게 된다.


독극물을 투입하며 즐기는 휴식이라... 매시간 몸이 약물에 조금씩 잠식돼가는 느낌을 보면서 오호 신기하군 그러고 있다. 항암제가 개발된 처음 원래 목적이 전쟁시 화학무기로 살생을 목적으로 개발된 약물이다. 부작용으로 암세포도 죽는걸 발견하고 암치료제로 용도를 바꾼 경우라 온갖 면역세포가 같이 죽어나가는 부작용은 필수로 온다. 결국 암세포와 면역세포 둘다 죽여서 먼저 재생되는 쪽이 승자가 되는 치킨게임이 항암 치료이다. 약물이 투입될시 몸의 반응에 두려움이 생기면 더 힘들어진다. 몸살한번 앓는다란 가벼운 마음을 가지면 충분히 면역세포가 먼저 회복될수 있다. 나야 뭐 이판사판 인지라 이까짓 독극물좀 들어온다고 쫄거나 할일은 없다. 미드나 보면서 2박3일 간만에 청소도 좀 미루고 주점부리 하면서 쉬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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