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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Ah Dec 13. 2017

잠못드는 나의 밤은 낮보다 아름답다...

마음이 가난하지 않게 하소서...


요즘들어 밤에 자는날보다 날밤을 홀딱 깨어있는 날이 월등히 많다. 보통은 삼일에 네시간 정도 의자에서 기절하듯 잠든게 취침의 전부가 되기도 하고 이번엔 불면 기록을 달성했다.. 지난주 금날부터 다음주 화날밤까지 안잤으니..그 안에 사경을 좀 해메는 일이 있어서 응급실 실려갔다 오느라 신경이 곤두서 있어서 그랬다..


지난주 마약패치와 항암제가 만나 울렁거림을 극대화 시키는듯 멀쩡히 있다 갑자기 구토끼를 느껴 화장실로 달려가 극강 오버이트를 해댄다.. 기껏 먹은 점심은 물론 아침식사 까지 그대로 뱉어낸다..


소화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는걸로 보아 몸이 며칠 계속 잠을 못자니 소화 기능들이 정지상태가 되버린듯 하다. 이럴때 먹으라고 그렇게 약을 한보따리 처방해 준건가 보다. 구토와 동시에 엄청난 양의 설사가 계속 이어지는데 몸에서 수분이 급속도로 빠져 나가기 시작했다..



구토 설사와 더불어 잠을 못자는대신 크리스마스 트리 세우고 밤새 집안 구석구석 밀린때들을 벗겨내는 작업을 거의 삼일동안 하다가 몸살이 나는 바람에 탈진이 와서 몸 기능이 손가락 하나 까닥할수 없는 지경이 됐다.


결국, 119 에 실려서 응급실로 갈수밖에 없었는데. 내가 119 부를때는 실제 죽음을 맞이할만한 상황이란 말이다. 탈진이 될시 생각에 몸이 전혀 따라주지 않는다는걸 아주 잘 경험했다. 응급실 실려갈때도 보호자가 따라올수 없는 상황인지라 혼자 퇴원 상황까지 고려해 입을 옷 준비을 해야 하는 바람에  119불러야 겠다고 생각하고는 8시간 정도를 늧춰야 했다. 옷 입어야 한다고 맘먹고 행동에 옮기는데 걸린 시간이다.


금날부터 일요일 까지 굶다가 응급실에 실려가 몸무게를 재는데 몇달동안 기를써서 채워논 약간의 몸무게가 수분과 함께 순식간에 빠져나가 5킬로가 빠졌다..45킬로가 나간다.ㅜ  드디어 완전히 미이라에 근접한 수준이다..


수액을 빵빵하게 맞다보니 조금 기력이 돌아와 새벽에 옷을 입고 내발로 걸어서 퇴원해 택시를 타고 집에 왔다..의사가 자꾸 이것저것 검사를 해대려는 바람에 병원에서도 쉴수가 없어서다. CT 를 찍어보자는 말에 조만간 또 항암 결과 CT 를 찍어야 하기 때문에 NO 거부했다. 올해 CT를 남용해 내몸에 쐬이는 방사선 양이 한도를 너무 초과했다..



잠을 안자는 대신 밤새 릴렉스 의자에 기대 조명을 갖추고 라디오 클래식 음악방송을 들으며 비몽사몽 시간을 갖게 되는데 잠깐동안의 통제 불가능한 생각들이 뭉태기로 꿈처럼 떠다니는걸 보게된다. 깨어서 주변인식을 하면서 동시에 꿈도 꿀수 있다는걸 알았다.. 며칠 정도는 충분히 수면을 대체할만 하다.


몸은 반 미이라가 됐지만 인간에 대해 떠다니는 많은 생각을 접했던 날들이다. 문득 생각해보니 막내이모가 항암치료 받다가 미이라가 돼서 돌아가신 상황이 지금의 내 상황과 똑같이 겹치는걸 깨달았다.. 식사를 못해 엑셀런트 아이스크림으로 연명하셨다던데 내가 딱 바치오 아이스크림을 먹으면서 그러고 있다..


이모님은 그러다 결국 너무 힘들어 항암치료를 포기하셨는데 나 역시도 이게 한계야.. 더이상 항암제 맞는거 포기를 생각하고 있다. 갈때까진 가보기로 했으니 내일 3차 항암은 일단 병원 가봐야 알겠다..


육체와 별개로 존재하는 나 자신의 의식을 인지하는 날들이다...그러다보면 지금의 내 몸상태를 까먹을때도 있다. 몸은 늙어도 마음은 청춘이라는 말처럼 의식의 자유를 만끽하다 현실을 직시해보면 낮설음을 느끼게 된다.



그 사람의 본질은 어려울때 가장 잘 드러나게 된다.. 나는 돈이 많고 적음을 떠나 스스로 인간으로서의 명예와 자존심을 가진 인간을 좋아한다. 스스로 명예를 존중하지 않는 사람은 돈이 아무리 많아도 의식이 나약하다. 약속을 지키는 사람이 좋고 허풍치는걸 좋아하지 않고 금전앞에 비굴한 모습을 보이는 인간을 좋아하지 않는다. 병원비가 필요한 내 사정을 알면서도 얼마되지 않는 금액을 빌려가 몇달째 안갚아 나를 스트래스 받게 만드는 지인을 보면서 돈앞에 쉽게 타협하고 자존심과 명예따윈 내던지는 나약한 인간의식을 돌아보게 된다.


독촉하는걸 싫어해서 한달에 두세번 전화해서 안부 물으면서 말하니 상황을 정확히 설명해도 급한 우선순위가 아니라고 생각하고 약속을 자꾸 어기는듯 싶다.. 아픈것도 그렇고 돈도 그렇고 난리치면서 급한티를 안내면 다들 내가 거짓말을 한다고 생각하는건지..


50년을 살면서 내가 보아온 인간 대부분이 그러했다.. 돈앞에서 쉽게 믿음을 배신하는 허약한 의식, 몸이 조금만 아파도 무너지는 나약한 의식.. 정말로 허망하고 어린애같이 나약한 존재가 일반적 인간임을 보게된다. 내가 그러고 있을수는 없잖아..?  


몸은 나약해도 의식은 그렇게 나약하지 않다..돈이 없어도 남에게 손가락질 받지 않고 쓸데없는 동정 받지도 말자는게 나의 생각이다. 대중의식에 기대어 말도 안되는 거짓 기사와 소문등에 휘둘리지 않고 실체를 정확하게 볼수 있을때 인간은 비로서 조금이나마 원숭이 티를 벗고 성숙하게 된다..


주변의 모든것이 클리어 해지면 죽음이 그렇게 요란을 떨만큼 큰 사건이 아님을 깨닫게 된다. 며칠만에 잠을 잤더니 아주 아주 상쾌한 굿모닝이다. 나른한 클래식 음악방송과 커피.. 따뜻한 히터앞에서 마음이 존재 자체의 풍요로움으로 꽉찼다. 죽음이 어디쯤 와있는지는 몰라도 오늘은 나른하고 평화로운 평범한 하루가 시작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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