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태어나 살아가면서 대부분 자신이 처한 상황에 어려움을 겪게 되어있다. 어떤 상황에서 선택을 할수 있다는것은 갈등과 고민을 통해 자유의지를 시험하게 만든다. 자유의지는 선택권이 없을때 절망을 불러 일으키는데 이럴때 인간은 아예 자유의지를 포기함으로서 안정을 찾게되는 성질이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운명론' 이다.
태생적으로 계급이 정해지는 사회일수록 운명론이 지배하게 되는데 이것은 태생적 계급의 상하를 갈등없이 인정하게 만드는 역활을 함과 동시에 어떠한 착취를 해도 계층간 갈등없이 안정적인 지배체제를 도와주게 된다. 모든것은 인간의 영역이 아닌 신의뜻에 의해 정해진 것이라는 운명론을 사회적 신념으로 받아들인 대표적 나라가 바로 지구상에서 가장 크고 인구많은 나라중 하나인 '인도(India)' 이다.
인도는 철저한 태생으로 계층을 나누는 계급사회로 모든자신이 처한 상황은 전생에 자신이 행한 업보(Karma)에 의해 결정된것이기 때문에 불평을 하면 안된다는 힌두사상이 지배하고 있다.
인도의 어떤 계층을 들여다 보느냐에 따라 인도는 수십가지의 다른 모습을 보여주게 되는데 계층간 모습을 들여다 보면 그 차이가 도저히 같은 나라 국민들이라고 볼수가 없을 정도로 외모부터 계급간 완전히 다른 인종을 형성하고 있음을 알수있다. 언어도 지역마다 완전히 달라 공식적으로 20개가 넘는 언어가 사용되고 있으며 엄청나게 많은 하층계급이 소수의 상층계급과 완전히 별개의 사회를 구성하고 있지만, 이 운명론을 받아들인 탓에 불평에 의한 사회적 반란이나 혁명은 일어나지 않는다. 그들에게 중요한것은 현실이 아니라 '내세' 이기 때문이다. 즉, 자신도 다음생에는 좋은계층으로 태어나면 된다는 공정한 합의가 시스템을 대대로 지탱하게 만든다고 할수있다. 상류층은 전생에 그만큼 좋은일을 해서 태어난것으로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며 지배와 복종을 당연시한다.
자본주의 체제도 이런 사회적 합의 시스템에 의해 유지되는데 자신도 '부자가 돼면 된다' 라는 합의를 내세워 어떤 불합리한 착취가 이뤄져도 묵인하는 시스템을 만든다. 가난한것은 노력을 하지않아서 라는 근거를 댄다.
대부분 인도인들은 바꿀수없는 현실은 운명론으로 돌리고 현세는 다음생으로 가기위한 징검다리쯤으로 여기기 때문에 그냥 살아만 간다라고 생각하며 거의 전국민이 현실세계 관심보다는 가상의 세계인 자국의 영화감상에 열광한다.
인도인의 자국 영화 사랑은 아주 이례적으로 전세계를 지배하는 헐리웃 영화가 발붙이기 힘든 유일한 나라가 바로 인도이기도 하다. 특히 볼리우드 스타들은 인도인들에겐 신과같은 대접을 받는다. (볼리우드 스타가 되려면 남자는 가문이 가장 중요하고 여자는 가문은 물론이고 미인대회 출신들이 많으며 어릴때부터 자신들만의 세계에서 훈련을 통해 춤과 연기등 기량을 갖추기 때문에 일반인들이 영화계로 들어와 스타가 되는 경우는 거의 불가능하다.)
한해 헐리우드 보다 많은 편수가 제작되는 인도영화를 보면 기술 수준도 최상급이며 대부분이 낭만적인 분위기에 아름다운 배우들이 부유한 생활을 하고있는 모습이 전형적이다. 헐리웃처럼 장르로 구분되는 영화보다는 한 영화 안에 모든 장르가 전부 들어가는 3시간 가량의 긴 런닝타임을 가진 스타일을 선호하며 사랑의 순수함과 아름다움을 극대화 시키는 현실과 동떨어진 작품들이 쏟아져 나온다.
중간중간 뮤지컬 형식의 노래를 하는 맛샬라 (인도의 향료이름)형식이 인도영화의 가장 큰 특징이며 인도인들은 자신들의 현실과는 전혀 무관한 상류사회의 왕자와 공주들의 로맨틱한 사랑을 보면서 열광한다. (현실속 대부분 여인들은 부모가 정해준 사람에게 무조건 시집가야 하는 시스템으로 사랑이란것을 선택할 권한이 없으며 연애는 명예살인의 조건도 된다.) 가장 오래 상영되는 영화로 기네스에 올라있는 '용감한 자가 신부를 데려가리(1995)'(유럽여행에서 만난 연인이 집안의 반대를 이기고 사랑을 얻는내용)는 아직도 20년째 상영중이며 인도인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영화를 수십번 극장가서 반복해 본다.
지구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낭만적인 영화를 만들어 내는 인도지만, 실제 모습은 정반대 이며 인도의 현실을 담는 영화는 인도에선 금기 사항과도 같다. 그들이 보고싶은 것은 왕자와 공주의 이야기이지 자신들의 구질구질한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것은 현실에서는 접하고 바라볼수 없는 상류층을 동경하며 그들을 떠받들게 만드는 정서를 만들어 사회에 대한 불만을 없애주는 역활을 한다. 계층간 갈등을 택한 대신 상류층을 우러러 보고 동경하는 노예적 삶을 당연하게 여기는데 그것을 지탱하게 만드는 '운명론'의 힘을 알수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