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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Ah Feb 16. 2018

삶에서 모짜르트 향기가 나는 이유는..

구정 새벽에 가장 먼저 눈을뜨고.


구정이 오늘이다. 비록 예전처럼 차례를 지내거나 식구들이 한자리에 모이거나 하지는 않지만 형 식구들과 복닥대는 하루가 될것이 확실하다. 원래는 몸이 좀 불편해도 아버지가 아침일찍 오셨을텐데 작년의 요양원 사건 이후로 아버지와 어머니의 화해가 이루어지지 않아 올해는 자식들이 따로 따로 부모님을 찾아뵙는 하루가 되는듯 하다.


쌀쌀한 구정 새벽에 커피와 모짜르트의 행복한 분위기가 떠오르는 이유는 단순하다. 내가 새벽부터 진한 흡연과 커피를 마시며 모짜르트의 음악을 듣고있기 때문이다. 베토벤의 분위기가 좋다면 베토벤을 틀면 된다. 바흐 분위기를 원하면 바흐를 들으면 되고.. 삶의 분위기를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만드는 일은 그렇게 단순하다.



요새는 잠을 잔다.. 될수 있는한 많이 잔다. 그동안 너무 안자서 긴장된 몸이 노록노록 풀어진다. 어느샌가 육체가 진통제로 인한 마약 중독이 된건 확실한듯 싶다. 말기암 환자의 경우는 나라에서 합법으로 마약 중독자가 되는것을 인정, 마약류를 허용하고 원하는 만큼 내어주기 때문에 스스로 양을 조절해야 하는데 용량이 느는것은 순식간 이지만 줄이는것은 그렇게 쉽게 되지 않는다.


수술 날짜가 잡혔다는 말에 2년 가까이 나를 보내기 위한 얼굴보기 행사를 가졌던 후배 녀석이 야 드디어 가는구나.가는건 기정사실이니 형 먹고싶은거 있냐 물어보고 수술전에 꼭 한번 보러 오겠다고 매일같이 전화 안부를 한다. 이미 몇달전 교통사고 났을때 내가 의식불명 일때도 병원에 와있던 후배는 전후 사정을 알기에 내가 육체적으로는 이미 살아있다고 말하기 좀 민망한 상태란걸 안다.


내장이 터져서 장기들이 암이랑 곤죽 상태로 거대한 덩어리를 형성하고 기능이 멈춘 상태에서 창자를 끄집어낸채 아무렇지도 않게 낄낄대면서 전화받는 나를 보고 참 불가사의 하고 대단한 사람이라고 경탄을 한다. 쓸데없는 참견과 현실성 없는 바램들을 강요하지 않아 대화가 편하다.


내 상황이 워낙 특수한지라 내 심정을 이해하고 대화가 편한 사람 찾기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이미 수술 중간에 배를 갈라 창자가 밖으로 나와있는 사람한테 수술 하지 말라는 사람도 있고 (어쩌라고?) 장기를 다 도려내도 수술하는게 다행이라고 살아도 장기없이 살아야 하는 내 심정을 모르니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대화해서 위로가 되는 경우가 극히 드물다.


내 관심은 수술하고 살아남는게 아닌데 살수있다며 나를 위로해주는 말들은 나에겐 에고들의 엉뚱한 소리로만 들린다. 더이상 대답하기도 지치기에 그냥 웃고 말아야지..별수없다. 사람들과 포인트와 관심사가 다르기에 내가 무슨말을 해도 각자 자기관점에서 받아들일뿐 이해 못한다는걸 일년에 걸쳐 반복 깨닫는다.


도움되는 말들을 들을수 없는 이유는 당연하다. 장기 없이 살아본적 있는 사람이 주위에 한명도 없다. 물론 나역시 현재 장기 절반이 곤죽이 돼서 기능을 거의 상실한지라 없이 산다는게 어떤것이란걸 대충 느낄수는 있지만 실제 뱃속을 텅빈채 살아본적이 없어서 어떻게 될지 어떻게 살아갈것인지 뭐라 할말이 없다. 실제 닥쳐봐야 결론을 내릴수 있고 정확한 말들을 할수 있기에 모르겠다가 현재로선 정답이다.


어떻게 될지 전혀 모르는 사람한테 살수있다고 아무리 떠들어도 그말에 어떤 조그만 위안의 힘도 들어있지 않다는걸 사람들이 좀 알아줘야 쓸데없는 말 주고받으며 에너지 뺏기질 않을텐데 지금 내 상황에서는 죽고 사는게 그리 큰 문제가 아니고 핵심도 아니다. 내가 모르겠다고 마무리라도 한다면 그게 지금으로선 정답이란걸 이해하기가 죽음을 겪어보지 않은 에고들에겐 참 힘드나 보다..



수술을 하고 죽을수도 있고 살수도 있다. 살아도 어떤 모습으로 어떤 마음으로 살게 되는지가 중요하다. 닥쳐보지 않았기에 나도 모르고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모르는 미래에 대고 이래라 저래라 살수있다 희망을 가져라 등등 괜히 심적으로 우왕좌왕 하는게 무슨 도움이 되는걸까..  금쪽같은 시간을 낭비하는 일이 될뿐 도움 될거 전혀 없음이다.


나는 닥치지 않은 미래를 미리 걱정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내 미래를 나도 모르기에 아무 생각 할수가 없고 할말이 없다. 살만하면 살것이고 이크 아닌가 보다 싶으면 죽을것이고 알아서 몸이 결론 내려줄 것이다.결과를 알게되기까지 얼마 남지 않은 소중한 시간은 최대한 가볍고 즐겁고 단순하게 보내는게 맞다.. 그래서 최대한 주변 정리를 하고 잠을 자고 다시 보고싶은 영화 드라마 찾아보고 먹고싶은거 있음 토하더라도 찾아먹고 그렇게 모짜르트의 낭만속에서 지내고 있는 중이다.  토하면 어때 먹어야지.. 에잉 다먹고 토하면 아깝지만 토하는게 두려워 안먹는것도 현명한 일은 아니다.


 

따져보면 지금 걱정할 일은 아무것도 없다.. 걱정 고민은 선택권이 있을때 조금이라도 이득되는 선택을 위해 하는것이고 지금은  되돌아갈 길도 우회할길도 없는 원웨이에 들어서 있다. 수술않고 버티기도 교통 사고나기전 이야기 이다. 이미 교통사고로 장파열된 사람한테 그냥 창자 드러내고 터진채 살다 죽어라가 조언이 될수 없음이다. 물론 결과론적으로 봤을때 수술하고 난 이후 고통속에서 돌아가신 외삼촌 이모님의 경우처럼 수술안하고 그냥 죽는게 더 나았던 경우가 내가 보아온 대부분 이었지만 누가 그런 정해진 미래를 정확하게 예측할수 있겠는가.


시간을 늘릴수 없다면 최대한 불필요한 걸리적 거림을 재거하고 단순하고 즐겁게 남은시간 알차게 보내는게 답이다. 누구도 알수없는 미래를 생각하면서 살것이다 죽을것이다 얼마남지 않은 시간 고민하며 보내는건 정말 허무하고 의미없는 일에 시간낭비 하는 짓이다. 주변에서도 나에게 제발 그런 바보같은 고민 놀이 해야한다고 나의 현실과 동떨어진 문제를 강요하면서 그러지들 말아줬음 좋겠다.내가 살고 죽는건 내가 알수없는 부분이라 내가 뭐라도 할수있는게 없어서 나의 관심사가 아니란것을 이해하기가 그렇게 힘든건가..  아침 다 밝았다.커피도 다 마셧고 모짜르트 음악도 끝났다. 식구들과 새해맞이 시작해야 겠다..


모두 새해 복 많이들 받으세요..


https://youtu.be/d7O7S45tBN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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