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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Ah May 10. 2018

수술 두달후 나홀로 홍대산책 영화관람

환상적인 날씨의 봄날 나들이


수술한지 딱 두달째다. 수술한후 흔히 발생한다는 장패색 증상으로 응급실행과 일주일간의 입원이 있었고 그 후론 조심조심 방안에서 얌전히 반눞 상태로 원피스 애니만 보면서 주로 지냈다. 한달 지나고 외래 보면서 항암할 상태가 도저히 안돼서 한달후로 미뤘는데 또 그날, 수술한지 딱 두달째 또 외래 봐야하는 그날이 왔지만 가지를 못했다. 밤새 만화보다 늦잠 잔것도 이유고 두달이 지났지만 아직도 항암할 컨디션이 도저히 불가하다고 판단해서다.


날씨가 너무 좋은데다 어제는 조금 움직일만 해서 미뤄왔던 태블릿 보호필름 부착하고 전자담배 부품사고 간만에 이것저것 일도볼겸 바람쐬러 홍대로 나왔다. 젊음의 거리답게 우리 세대는 거의 사라지고 새로운 세대들이 거리를 차지했다..골목골목 추억만.. 사람들도 그렇지만 가게들도 싹 물갈이 됐다..



태블릿이 삼성 갤럭시 프로 12.2라서 삼성 프라자에서 당연히 해줄줄 알았는데 보호필름 부착 서비스는 하지 않는다고 한다. 대부분의 일반 핸드폰 매장에서는 망칠까봐 겁나서 못해주겠다고 하는데 이해가 간다. 대부분 망치면 필름값을 물어야 한다고 거절하는데 한 용자가 자기가 태블릿은 처음이지만 도전해 보겠다고 해서 고맙게 서비스 받았다. 돈도 안받겠다고 해서 고맙다 생각했는데 홍대에 보호필름 부착 전문점이 꽤 많다는걸 서비스 받고난후 뒤늦게 알았다.



가장 아쉬운건 온갖 맛있는 음식천국인 거리를 쏘다니면서도 내가 음식을 먹을 위장이 없다는 사실에 한숨만 나오게 된다. 요즘 젊은 세대들은 우리 세대랑 많이 차이가 난다. 이것저것 홍대 유흥 물가가 우리 젊을때 20년전 보다 훨씬 싸다.. 수입맥주 값도 20년전 보다 훨씬싸고 저가고퀄의 수제맥주 점도 있다.. 홍대서 낮술먹던 시절이 그립다..


비쌀수록 장사가 잘됐던 시대는 겉멋에 휘둘리던 우리세대였고 요즘 젊은 세대는 실속을 더 중요시 한다는걸 홍대 지나다니면서 확실히 느끼게 된다. 먹고 싶은것 천지인데 먹을 위장은 없고 큰맘먹고 이것저것 집어넣은 계란빵 (2500) 하나 조심스례 사먹었다..탈나지 않기만 바라며... 기껏해야 군것질 하나에 모험을 걸어야 하는 소박한 삶을 받아들여야 한다.



원피스 피규어... 예전 같았음 지금처럼 몰입하는 컨텐츠라면 닥치는대로 쓸어담았을 테지만 지금은 아니다.. 장식할 공간도 없는데다가 취미생활 할만큼 몸이 따라주지도 않는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날씨가 좋아 그냥 들어오기 싫어 꼭 봐야겠다고 맘먹고 있던 어벤져스 인피티니 워 를 보고 들어가기로 했다. 날씨가 워낙 살인적으로 좋은지라 어두컴컴한 극장은 텅텅 빌수밖에 없겠다. 나같아도 몸만 정상이면 이런날씨엔 극장 안온다. 퍼스트 클럽관에 나홀로 편히 누워서 영화를 봤다. 내가 안왔으면 사람없이 상영될뻔 했다. 퍼스트 클럽관은 몇천원 더 비싼대신 푹신한 리클라이너 쇼파인지라 장시간 상영에도 큰 부담이 없다.



집에 와서는 지금 새벽인데 역시 리클라이너 의자에 앉아서 원피스 애니메이션을 날밤세워 보고 있는중이다.. 작년엔 마약패치 붙이고 운전하는것도 부담 스러웠는데 지금은 너무나 자연스럽다..진통제를 안먹고 마약을 안 붙이면 반대로 몸살난것처럼 몸이 아파서 잠도 못이루게 된다.


아직 정상적으로 활동하기엔 무리가 많이 따른다.. 이 좋은 봄날 할수있는게 고작 산책, 영화관람 독서 쇼핑 정도다.. 먹는 즐거움이 사라진 여행은 그냥 고생이라서 그다지 땡기지가 않는다. 사람들과 어울리는 파티 같은것도 음주와 음식 나눠먹기 같은 먹는 즐거움이 반 이상 된다. 음식을 마음대로 못먹으면 홀로 놀수밖에 없다.. 몸에 심어논 포트 관리를 해야하기 때문에 항암은 거부해도 매달 병원을 안갈수가 없다. 아직까진 진통제와 마약패치도 필요해서 다시 병원 예약을 새로 해야한다.  여행도 가고싶고 하지만 커피나 마시면서 남들 노는거 구경하는 유럽 노인네들 모드로 지내야 한다..그렇게 환상적인 봄날을 나홀로 조용히 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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