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육체가 물리적인 행동의 제약을 받으면 스트래스로 날뛸테지만 그저 존재한다는 자체로 만족하는 경우, 행동도 단순해 지고 마음도 단순해 진다. 한마디로 자신의 의지로 불가능 한 일에 대해서 더이상 고민할 이유가 없기 때문에 그저 흐름에 ‘내맡김’이 그다지 어렵지 않다.
생활이 단순해지면 그에따른 주변도 단순한것이 좋다. 사용하지 않는 물건들을 붙잡고 있기 보다는 조금이라도 빈공간을 확보하는것이 더 낫다.
보통 남자들은 메카닉 적인 기기나 IT 기술 등에 관심이 많고 민감하다. 성인이 돼도 로보트를 좋아하는 경우가 많고 여유있을 경우는 자동차등에 관심을 쏟는다. IT 기기들은 최신동향에 민감해 새로운 기술이 나오면 무조건 줄서서 먼저 써보는 부류를 얼리버드 라고 하는데 예전의 나 역시 ‘얼리버드’ 족 이었을때가 있었다.
컴퓨터는 매킨토시 LC475를 시작으로 쿼드라, 파워맥에 G4까지 몇십년간 숨가쁘게 신형을 업그래이드 하느라 엄청난 금액을 지불했고 스마트폰이 나오기전 잠깐 나왔다 사라진 박스만한 백만원이 넘는 PDA 폰이란 물건도 들고 다녀봤고 CD 가 대세가 되기전 MD로 녹음 시스템을 장만하고 MD워크맨 까지 들고 다녔다..
CD가 아닌 MD 시스템에 돈을 투자한건 순전히 판단 착오다. 당시는 CD 가 사장되고 MD가 대세가 될거라고 나름 판단했지만 대중들이 선택한 결과는 반대였다. 컴퓨터도 매킨토시가 PC 시장의 대세라고 판단했지만 결국은 후져서 도저히 쓸수가 없을것 같던 DOS에 그림입힌 윈도우가 세상을 정복했다.
크기도 크고 알맹이가 고스란히 드러나 불안한 CD가 MD를 제치고 대세가 된 이유는 오직 한가지 가격이 싸다는 이유 하나이다. CD 도 그렇고 매킨토시가 아무리 우수해도 십분의 일도 안되는 가격으로 들이미는 도스와 윈도우 IBM 에는 당해낼수가 없었다. 게다가 맥소프트 프로그램은 몇백만원이 기본인데 윈도우는 대부분 불법복제로 공짜...
언제나 대중은 제품의 우수성 보다는 불안을 감수하고라도 가격이라는 합리적인 쪽으로 기운다는것을 디지털 문화에서 잘 경험했다. MD 가 사장되면서 모아놨던 MD 소프트 음반등도 모조리 쓰래기가 됐다.
항상 최신을 추구하다보면 이런 시행착오와 낭비는 어쩔수 없는 부분이다. 블루레이가 나오면서 진짜 쓸모없어진 비싼 LD에 돈을 안쓴것을 그나마 위안 삼는다고 할까. 한두번 속은게 아니라서 조금만 지켜보고 사던지 말던지 했더니 바로 블루레이 나오면서 사장돼 버렸다.
모든 디지털 방식들이 표준이 뭐가될지를 놓고 공룡들이 다투던 시기여서 기기를 하나사도 눈치껏 줄을 잘서야 했던 시기였다.
나의 경우 요즘은 완전히 반대가 됐다.. 난생 처음으로 업그래이드가 아닌 다운 그래이드 쪽으로 계속 환경을 바꿔 나가는 중이다. 생활이 단순할수록 복잡한 기능을 가진 전자제품이나 컴퓨터가 도리어 더 불편하기 때문인데 그저 오는전화 받고 통화만 돼면 되는 노인들에게 최신의 스마트폰 보다 폴더폰이 훨씬 더 유용하고 편한것과 마찬가지 이다.
컴퓨터로 특별한 작업을 하는것도 없고 그저 영화나 가끔 보는것 밖에 사용하지를 않기에 불필요한 기능을 모두 제거한 손바닥만한 미니PC 로 컴퓨터를 교체했다. DVD 롬은 외장으로 DVD 타이틀 볼 경우만 연결하고 파일열때만 잠깐 쓰는 마우스는 미니카 피규어로 거의 장식용이라 할수있다.
쓸일없는 키보드도 없애버리고 가끔 필요할땐 버추얼 소프트 키보드를 쓴다. 대신 책모양으로 된 8TB 스탠드형 외장하드에 수천편의 애니와 영화를 가득 담아놓았다. 용도가 영화감상인지라 컴퓨터보다 외장하드가 더 크다. 모니터 대신 그냥 TV에 연결해서 영화 보는 용도로만 사용중. 용량은 적어도 SSD방식으로 영화파일 팍팍 돌아가고 8G 램이라 포토샾 정도는 충분히 작업이 가능하다. 운영 시스템도 요즘 대세인 윈도우10이 아닌 가벼운 윈도우7 스타터킷 이다..
끽해야 문서나 타자치는 용도만 필요한 노트북은 14인치가 불편해 10인치 넷북으로 바꾸고 메인 노트북은 고이 접어서 가방안에 보관해 둔다..
핸드폰은 아이폰6S 를 계속 사용하기로 하고 요금할인을 받기로 했다.. X를 써보고 싶긴 하지만 지금으로도 딱히 불편한 부분이 없기 때문이다. 기껏해야 인터넷 뒤지고 브런치에 글쓰고 클래시옵클랜 가끔 토닥이는 정도만 쓰니까.. G2는 256msd 를 장착해 블루투스 스피커로 mp3 와 라디오 방송 듣는 용도로 아주 잘 사용중이다.(G2 중고본체를 2만원 줬는데 메모리카드는 5만원 들었다.) 그저 음악듣고 방송듣고 이정도에는 G2시스템도 기능이 남아돈다고 할수있다..
뭔가 큰 스튜디오 기능을 요구하는 작업을 다시 할 기회가 올까.. 그렇게 되기전까지는 딱히 업그래이드 할 이유가 없다. 요즘은 그런사람 찾아보기 힘들지만 예전에 MTB 열풍이 불때 가장 촌스럽고 손가락질 받는 모습이 한강변에 다운힐 MTB를 끌고나와 2천만 짜리라고 서로 자랑하는 노인네들 이었다.
MTB 는 1킬로 줄이는데 백만원씩 지불해야 하는 물건이다.. 보통 샥 하나에 비싼건 수백만원도 하는데 뒷샥은 전문 다운힐을 할 경우에만 사용되고 일상적 운동이나 산타는데는 전혀 무용지물일뿐 아니라 도리어 거추장 스러운 짐이 되고 만다.
수백만원 어치의 불필요한 짐을 장착한 자전거를 자랑해봣자 진짜 자전거 타는 사람들에겐 비웃음만 당할뿐이다..이런 분들은 흠집이나 자빠링이 겁나서 MTB로 산에 가지도 못한다. 자빠링 한번에 기스 하나당 백만원씩 중고가격이 차감되는데 대부분 프레임에 보호필림 붙이고 기스 날까봐 조심조심 강변만 다닌다.
중고시장에 그런 물건들만 쏟아져 나올때가 있었다.대부분의 고가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도 이와 다르지 않다. 최신 기기와 성능도 자기 자신이 그것으로 무엇을 하는가에 따라 불필요한 비싼 짐이 될수 있다.
불필요한 것들을 다운 그래이드로 치워 버리고 가볍게 세팅해 놓고 타블렛으로 보던 만화책은 아날로그 종이 만화책으로 회귀했다..역시나 아날로그 책은 그 부피면에서 많은 불편함을 초래하지만 아무때나 손만 뻗어서 펼쳐보면 되는 단순함이 있다. 타블렛 전원 연결해 부팅하고 뷰어 프로그램 연결하는 과정들을 안해도 된다..
타블렛도 8인치로 교체를 고려중인데 만화책 보는 용도로 구입한 10인치는 시행 착오 였다고 볼수있다. 한손에 들기가 불편해 장시간 들고 봐야하는 만화책 리더기로는 적합치 않다. 10인치는 딱 문서 작성용으로 적합하고 12인치 타블렛은 그림 그리는 용도로 적합하다.. 뭐든지 수업료를 지불하고 시행착오를 겪어야 불필요한 기능없이 자신에게 딱 맞는 시스템을 알게된다.
잉크방식의 전자책 리더기는 그래픽 위주인 만화책을 보는데는 성능상 적합치 않다고 생각한다. 전자책 리더기 사려던 생각을 만화책 보면서 당분간 접는다.. 리더기는 글자로 된 책을 읽는데 재미를 붙일때 사는걸로.. 형태가 없는 전자책도 가격은 만만치 않지만 보관할 서재가 아쉬운 관계로 아마도 나 역시 책을 많이 사게 된다면 전자책쪽으로 가지 않을까..싶다. 그때는 타블렛 버리고 크레마 전자책 리더기를 구입할 생각이다.
어쨋든 만화책 한보따리 방안에 쌓아놓는 사태가 원피스 전집 모으다 이미 벌어졌고 당분간은 아날로그 만화책 보는 즐거움을 누리기로 한다..
소장하다 싫증나면 모조리 내다 버려야 될테지만 당분간은 옛날 생각하면서 아날로그 재미를 누려보기로 한다. 아날로그 서재를 누릴 공간이 아쉽다.. 결국은 불필요한 것들을 버려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공간이 아쉬워서 인듯.. 당분간 쓰지않는 물건들은 어쩔수 없이 버려야 하는것이 공간의 여유없이 살아야 하는 서민들의 생활이라고 할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