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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Ah Aug 27. 2018

의사들이 말한 “일년이라도 더..” 의 마감시간.

시한부 인생의 종착 시간..


2018년 가을. 작년의 생사를 오가는 가을이 정말 있었던가.. 창자를 꺼내논 상태로도 6개월 지내봤고 작년 가을에 사고를 당한후 항암 시작하면서 일년이라도 더 살아보라는 시한부 인생을 선고 받은 기억이 있는지라 시간이 지날수록 심정이 착잡하지 않을수 없다..


일년이란 시간이 정말 빠르다.. 매년 가을이 오면 2017 가을 일들이 떠올라 트라우마로 남게될지도 모르겠다... 의사가 말했다고 해서 내가 순진하게 다 믿고 맥없이 그냥 죽거나 하지는 않는다.  우리 엄마 같은 노인네들이야 의사가 그렇게 말하면 진짠줄 알고 쫄아서 작년같은 대형 사고도 저질르지만. 나는 그렇지는 않다 . 그냥 무시다..


무시하는 이유는 단순하다..아직 죽을 마음의 준비가 안됐다. 만화책 보느라 까먹었다고 해야 하나.. 의사가 죽는다고 했다고 그걸 그대로 아무 저항없이 따르는 미친놈이 세상에 어디있겠는가 말이다. 삶은 본능에 의거한다. 가장 간단한 자살방법은 그냥 숨을 멈추면 되지만 그렇게 하도록 본능이 놔두질 않는다.


근래는 잠을 안자는 이상한 형태의 삶의 시간들을 보내고 있는데 잠이 들어도 그것을 인지못하는 경우도 자주 겪는다. 며칠을 안자는지도 모르겠고 나도 모르는사이 잠깐씩 잔것 같은데 의식은 계속 깨어있는 상태이고 그렇다.


잠든 상태지만 의식이 깨어있다는 것을 인지하는건 24시간 듣고있는 클래식 라디오 방송때문이고 나도 모르는새 잠들었다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되는것은 현실에서 일어날수 없는 상황이기에 사실은 꿈을 꾸고 있었음을 뒤늦게 알게되는 경우이다. 나도 모르는새 이틀에 한두시간 자고 깨어나는걸 내가 모르고 있는 경우도 생긴다.



라디오 에서 나오는 음악을 들으며 자려고 의자에 앉아있는데 왼쪽옆에 형이 누워있고 오른쪽엔 동생이 누워 자려고 누워있다. 나는 아무 생각없이 동생에게 손장난을 치면서 자는걸 방해하고 형은 내 등뒤로 손을 집어넣어 내가 잠드는걸 방해한다..


사실은 형제들이 옆에 누워 있다는것 자체가 현실에선 불가능한 이미 꿈속이란 말인데 라디오 음악이 계속 이어지고 또렷하게 듣고 있어서 당시는 꿈속임을 인지하지 못한다. 의심도 하지 않은채 계속 자려고 눈을 감고 있다가 깨어있는 꿈속에서 또 꿈을 꾸기 시작한다..


사실은 의식이 깨어있는 루시드 드림 속에 이미 들어와 있지만 나는 꿈속이란걸 인지 못하고 내가 잠을 자려고 누워 있다고 착각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이런 상태에서 사람들은 가위에 눌린다.)


루시드 드림 상태에서 의식이 육체에서 튀어나와 유체이탈로 밤하늘 비행을 시작하는데 라디오 방송은 눈치도 없이 한밤중에 쾅쾅 거리는 오케스트라 음악을 내보낸다.. 한밤중 명연주 명음반 코너는 진짜 가끔 내 취향이 아니란말야.. 세상의 모든음악을 차라리 다시듣기로 할걸..귀에 거슬려서 잠깐 깨어나 라디오를 끌까 생각하다가 하늘을 나는 기분이 너무 생생하고 좋아서 그러다간 아예 의식이 깨어날까봐 다음곡으로 넘어갈때까지 그냥 꾹 참는다.


라디오 음악을 계속 또렷히 듣고 있으므로 당연히 의식은 깨어있지만 나는 꿈속에 이미 들어와 있다.... 진짜 현실에서 유체이탈 하는것이 아닌 유체이탈 하면서 자고있는 그게 바로 꿈속이야.. 유체이탈 하는 루시드 꿈을 꾸고 있었던 거다.


이런 경우는 두번에 걸쳐 깨어나야 진짜 현실로 돌아온다. 예전엔 한번만 깨어나서 신기하다고 꿈 얘기하며 상담 받고 있는데 그것도 꿈이었던 경험이 있다..



이런 상태는 자고 있는걸까 깨어 있는걸까.. 나도 뭐라 정의 내리기가 힘들다. 잠든것도 아니고 깨어있는것도 아니라고 말할수 밖에.. 삼일정도 잠안자고 의자에서 만화책만 보다보면 꿈속에서 또 꿈을꾸는 이런 상태에 저절로 놓이게 되 버린다..


꿈을 꾸는데 의식은 또렷히 깨어있으니 꿈과 현실이 섞여 버린다고 해야 하겠지. 이미 꿈속에 들어와 있다는걸 빨리 알아채기만 해도 즐거운 꿈을 만들텐데.. 언제나 지나고 나서야 그것이 꿈속이었음을 인지하게 되니 영화 인셉션의 팽이를 나도 하나 장만 하던지 해야.. 꿈속이라는 것을 확실하게 인지 시킬만한 장치가 있으면 꿈일까 현실일까 고민하는 불필요한 시간 낭비를 안해도 되는데 인셉션의 팽이를 아직 게을러서 장만을 못했다..


아직 마약패치는 완전히 끊지 못한 상태고 비장이 없는 관계로 혈액에 산소 공급이 잘 안되는지 온몸이 붓는 느낌에손가락 마디마디 뻐끈 거리고 이제 장기없이 어떤 형태로 살아야 하는지가 조금씩 윤곽이 드러나는것 같다.


몸이 점점 좋아질수도 있고 장기가 없는 관계로 피를 거르지 못하는것이 누적돼서 점점 힘들어 질수도 있다. 이건 의사한테 좀 물어봐야 할듯..마약도 보험이 되는데 소화제는 보험이 안돼서 소화제만 한달에 십만원 어치를 먹는다..위장이 없으므로 죽을때까지 소화제는 기본으로 달고 살 각오를 해야 한다.


작년 겨울에 의사가 최장 일년에서 일년반 생명 연장을 목표로 항암을 한다고 했는데 더이상 항암은 안하는걸로 ... 이번에 병원가면 몸에 심은 캐모포트를 아예 제거할 생각이다.생살을 또 찢어야 겠지만 다시 심어야 하는 일이 없기를 바랄뿐..


일년이 다가오면서 가을이 깊어질수록  스테이터블...  어떤 모습으로 정착 될지.. 혼란은 줄어들고 앞으로 어떻게 무엇을 하며 살아야 하는지 윤곽이 점점 손에 잡히는 기분이 든다.. 글쎄.. 두고보면 알겠지..


지금은 마치 향후 진로에 대한 판결을 기다리며 대기실에서 만화책 보면서 아무생각없이 탱자탱자 대기하는 기분이 든다..대기실에서 만화책 즐기는 시간이 얼마나 더 이어질지는.. 장담은 안하면서 감으로만 짐작.. 결국은 ‘결심’ 이라고 하는 마음의 문제라는걸 아니까..


Couperin: Trois Leçons de Ténèbres

https://youtu.be/MJynbF_KJz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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