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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Ah Dec 29. 2017

[ 창작 동화 ]두꺼비 왕자와 몸보신..

항암 주사 맞으며 몸보신하며 늘어지기..


옛날 옛적인지 현대인지 미래인지 잘 모르는 때에 두꺼비 왕자가 살았어요. 두꺼비한테 시대가 무슨 상관있겟어요 두꺼비인데..


두꺼비는 파리 모기등을 잡아먹고 살지만 이 두꺼비 왕자는 파리모기 잡아먹는게 싫었어요. 당신이 한번 파리모기 잡아서 먹어보세요 그럼 왜인지 알게될거예요..본인이 싫은건 두꺼비 왕자도 싫어해요.


두꺼비 왕자는 우둘투둘한 피부가 맘에들지 않아요. 그래서 긁어서 피딱지 만들고 딱지때고 하다가 이상한 연고를 바르고 점점 돌기가 사라지고 매끈한 피부가 됐데요..그래서 두꺼비 왕자가 아니게 됐답니다. 왜냐고요? 매끈한 피부가진 두꺼비?  왕국없고 신하없고 혼자인데 왕자는 개뿔 왕도되고 혼자니까 맘대로 호칭은 붙이기 나름이예요.. 그래서 두꺼비 왕자는 자신을 사람이라고 호칭을 바꾸기로 했어요..



사람이 가장 멋있고 보람있고 위대하고 폼나게 죽는 방법은 우주에서 둠스데이 괴물이 지구를 멸망시키려 할때 수퍼 초능력을 가지고 지구를 구하기위해 싸우다 성공하고 죽는 방법이 있어요. 크립톤 이라는 행성에서 태어나는게 우선조건이라 사람은 이미 글렀어요. 크립톤 행성에서 태어나지 않은 아버지와 핏줄을 원망해야 해요.


또 하나 방법은 행성이 지구와 충돌하려고 다가올때 자폭으로 행성을 파괴하고 지구를 구하는 거예요. 이건 일단 지구를 대표하는 우주 조종사가 돼고 행성이 지구를 향해 박치기하러 오기만 기다려야 해요. 쉬울거 같진 않은 확율인지라 사람은 안 그러기로 했어요.


사람은 할수있는게 별로 없어서 사람을 그만두기로 했데요. 원하는걸 할수 있는게 아무것도 없음을 알게된 사람은 어쩔수 없이 신이 되기로 했어요. 신이 되니까 아무것도 할 필요가 없어졌어요.. 뭐야 똑같잖아... 두꺼비 왕자는 두꺼비나 사람이나 신이나 전부 하나라는걸 알아챘어요.. 그냥 존재만 해도 신이라는 전체그림속에 완벽한 신인거예요. 세상이라는 그림을 바라보면 그렇게 돼요..



그래서 두꺼비 왕자는 그렇게 혼자서도 행복하게 오래오래 살았답니다. 증거 있냐고 물으신다면 동화에 증거가 무슨 소용있나요. 해피엔딩이면 장땡이죠. 백설공주를 키스해서 살린 왕자가 변태에 비열한 성격일수도 있지만 누구도 그런걸 따지진 않아요. 따지면 그게 변태고 이상한 사람이죠. 어쨋든 그렇게 아주아주 재미난 두꺼비 왕자 이야기는 그렇게 무조건 해피엔딩.. -끝


* 연고 바르기전 (좌( 바르고 하루 경과후 (우)

항암제 피부 부작용으로 두꺼비맨이 된후 의사가 처방해준 연고 효과 정말 좋다. 하루만에 가라앉으면서 딱지들이 점처럼 나타나면서 점점 정상으로 되어간다. 두꺼비맨 슈퍼히어로 한다고 쫄쫄이 안입어도 되겠다.. 내복 쫄쫄이 밖에 없었는데..


삼일간 잠안자고 버티다 어제 항암 맞고 집에와서도 계속 항암제를 맞고 음악듣고 놀다가 새벽5시쯤 잠들어 8시쯤 깼다. 더 잘까 하다가 커피가 땡겨서 일어나 개운한 하루 일과 시작한다. 4일동안 마약패치 부치고 항암제 맞으면서 3시간 잔셈이다. 몇시간 이상 자야 된다는 상식같은건 상관없다. 멀쩡하다.


택배가 문밖에 물건 나뒀다는 메세지에 올거 다왔는데? 뭐지 해서 나가보니 커다란 아이스박스다. 처음엔 다른집 올게 온건가 했다가 보니까 주소도 맞고 공개된 이름도 두자리 맞는거보니 내물건이 맞는데.. 전북 어디서 보내온건데 아..!!


이틀전 집에 빵이랑 쥬스 이삿짐처럼 엄청난 보따리들 들고 찾아왔던 친구에게 언제한번 몸보신 하러 삼계탕 먹으러 나가야 되는데 했더니 자기가 맛있게 먹은 유황먹여 야생에서 키우는 닭 보내주마 했던게 생각났다. 그냥 지나가는 말로 받아 들였는데 진짜 바로 주문해 보내준거다. 세상에나.. 역시 손이 크다.8마리나 된다..


내 철칙중 하나가 냉면 삼계탕은 소문난 전문집이 아니면 절대 쳐다보지 않는다. 집에서 만드는 백숙 삼계탕도 손도 대지 않아서 엄마혼자 만들어 먹곤 하면서 나에게 인스턴트만 좋아한다고 누명을 씌우곤 하는데 제대로만 만들면 집에서 만들어 먹는게 낫지 인스턴트를 좋아서 먹는 사람이 어딨겠는가..


아침에 도우미 아주머니가 호박죽을 만들어 왓는데 제대로 된 호박죽이라 맛있게 먹으려는데 엄마가 얘는 호박죽을 싫어한다고 해서 정말 억울했다. 원래 호박죽은 찹쌀가루를 넣고 끓여야 부드럽고 제대로 된 맛이 나는데 엄마는 갈기 귀찮다고 그냥 찹쌀을 넣어서 호박죽에 밥말아먹는것처럼 만들어 드신다. 비쥬얼도 그렇고 호박죽에 밥알이 씹히는 그걸 누가 맛있다고 먹겠는가 말이다. 그래서 어쩔수없이 인스턴트 호박죽을 시켜먹곤 하는데 너무달고 내 입맛엔 절대 아님에도 집에서 만든건 안먹고 인스턴트만 좋아서 먹는다고 누명을 쓰고있다. 삼계탕과 백숙도 마찬가지.. 파 마늘 썰기가 귀찮다고 그냥 먹으라고 하고 자잘한 부분에서 성의가 없으면 나가서 사먹는 맛보다 못하니 안먹는거다..



어쨋든, 항암중에는 몸보신이 첫째 해야할일이다. 보내온 유황닭을 일단 시식해 보려고 엄마가 백숙으로 삶는데 냄새부터 국물부터 진짜 맛있다. 집에서 만든 백숙을 국물까지 맛있게 먹은건 이번이 처음인거 같다. 그만큼 고기의 질이 맛을 좌우한다..엄마랑 둘이서 맛있다를 연발하며 뚝딱 국물까지 다 먹었다. 집에서 만든 백숙을 엄마랑 둘이 같이 먹는건 처음있는 일이다. 대마씨 햄프씨드도 보냈다고 하는데..정말 고마우이..


내가 먹었던 가장 맛있던 닭은 산에다 야생방생으로 키우던 닭인데 주인이 요리하는동안 손님에게 빈 달걀 박스를 주면 산에 올라가 바위틈 수풀 사이에서 방금 나온 달걀들을 보물찾기 하듯 찾아내 서비스로 담아가게 해놨었다. 산에서 벌레 잡아먹으며 뛰놀던 닭들은 진짜 육질도 딴딴하고 냄새 안나고 맛있다. 상류 로열층을 상대로 백사나 지네 같은 비싼먹이를 주면서 야생 방생해서 키우는 닭들은 한마리당 50만원도 호가한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그게 나 사업할 당시 십년도 더된 이야기 이니 지금은 풍토가 어떻게 변했는지 모르겠다.


항암중에 내몸 챙겨주는 가족이 없는대신 비싼 정관장 홍삼 주문해 다린것에 귀한 굼뱅이 다린즙 야채즙등에 유황닭까지.. 내돈주고는 비싸서 절대 못사먹는 몸보신 음식이 주변 지인들의 선물로 풍성하다. 진짜 감사한 일이고 먹을때마다 고맙다는 생각을 한다. 주말에 신정 연휴까지 겹쳐 도우미 아주머니도 며칠 안오시는데 항암 기간중 몸보신은 문제 없을듯 하다. 감사합니다.


집에서 편안하게 주사맞으며 팔자 늘어지게 영화보고 음악듣고 몸보신까지 해가며 빈둥대보니 입원해 항암 주사 맞는것과는 비할바가 아니다. 시술할땐 끔찍했지만 캐모포트의 덕을 톡톡히 보고있다.. 투약이 중반을 지나가고 있는중인데 아직까진 별 무리없다. 약이 다 들어가 바늘을 뽑아야 하는 내일이 문제인데 그간의 경험으로 보자면 독극물인 항암약물이 몸안에 만땅 채워지면 손가락 하나 까닥하기 힘들만큼 몸이 무겁고 탈진상태가 된다. 토요일만 아니면 동네 가까운 병원에서 뽑아도 되지만 토요일은 대부분의 병원이 오전만 하므로 암센터를 가는수밖에 없다. 지난번엔 정말 힘들었는데 내일은 어떨지.. 내일일은 내일가서 걱정하고 오늘은 배부르게 닭 먹었고 원없이 음악듣고 영화보면서 늘어져 본다.이 순간 만큼은 부족한게 없다.. 감사하고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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