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앞의 이익보다 '의'를 중시해야..
사업을 접고 이것저것 잡일 하면서 야인 생활 하던 시절.. 과거 잘 나갔던 광고회사 운영하던 선배가 새로운 대박 프로젝트가 있다고 연락이 왔다. 자신이 총괄 프로듀서 맡길 사람을 여기저기 알아보니 다들 나를 '무조건 최고' 라고 추천했다는것.. 팀장도 같이 일하고 나서는 왜 다들 그랬는지 알겠다고..경탄을 금치 않았다.나와 일했던 사람들, 내밑에서 일했던 사람들은 내가 어떤 경우에도 최고 라는것을 안다. 대학 선배라 놀고 있던차 기꺼이 돕겠다 하고 가봤다.
광고하던 선배라 아이템은 정말 좋았다. 중국의 고전 악기를 이용해 현대음악을 선보이며 세계를 누비는 중국 여성12악방 그룹 처럼 우리도 국악기를 이용한 여성 오케스트라 그룹과 그것과 더불어 화려한 한국 무용을 접목해 세계에 내놓는 한국만의 거대한 쑈를 만들어 보자란 발상..
내가 처음 갔을땐 규모 자체가 워낙 큰데다 국악계 가장 실세들이 감독들로 포진돼 있어 한달 유지비만도 장난이 아닌데 그 많은 인원이 아무것도 못한채 강남에 사무실만 내놓고 시간만 낭비하고 있었다. 원인을 살펴보니 작가부터 문제다. 기존의 판소리 국악틀에서 해보려 하다보니 스토리도 막히고 짜내도 기존의 국악쇼처럼 재미없고 그걸로 계속 회의하고 고쳐봤자 시간만 낭비하고 제작비 금액은 계속 날라간다.
내가 제일 먼저 한일은 작가를 자른일이다. 내가 자른게 아니라 그냥 회의 보다 답답해서 내가 하룻밤 사무실에서 밤세며 유투브를 뒤져 샘플과 시나리오 기획서를 직접 작성해 다음날 내보이니 다들 허걱..대만족.. 몇달을 많은 사람들이 모여 고민하던 문제가 하루만에 너무 쉽게 풀리니 다들 어안이 벙벙..국악의 한계인 늘어지는 컨셉 자체를 근본적으로 박진감 넘치는 기획으로 새로 짰다. 기존에 계약된 작가는 자동적으로 그냥 퇴출. 사업에서 뭐든지 대안 없는 비평은 시간낭비일 뿐이다. 문제를 비평 하려면 확실한 대안을 제시해야 그것이 일사천리로 먹힌다. 인맥으로 작가를 끌어왓던 감독들도 눈으로 그 수준 차이가 확실하니 할말이 없게된다.
후배들이 곡 만들때도 작사를 못해 고민할때면 내가 나서서 십분만에 쓱쓱.. 돈주고 맡긴것보다 나으니 다들 수긍한다. 내가 만든 곡들 가사들은 전부 녹음 30분전에 스튜디오 안에서 막판에 쓴것들이다. 녹음전에 스튜디오에서 바로 가사 쓰는건 나의 전매특허로 나야 30분 힘 안들여 끄적이고 가사비 책정된거 수백만원 버는셈이니 공짜돈 생긴 느낌.. 하지만 보스가 혼자서 다해 버리면 그룹은 성장할수 없다. 마감을 어기기 전까진 밑에서 할수있는 만큼 하게 해야 전체가 성장한다.
내 의도대로 박진감 넘치는 현대 비트에 국악 악기와 무용쇼가 결합된 판타스틱한 작품이 곧 탄생될듯 정체된 프로젝트에 갑자기 전부 활기가 넘쳤다. 두달간 정말 열심히 꼼꼼히 기획을 짜고 오디션으로 단원을 모아 프리젠테이션을 마치고 작품연습에 들어갔다. 그러나, 문제는 항상 그래왔는데 뭔가 대박조짐이 보이고 될것 같으면 정신없이 여기저기서 파고들기가 시작된다. 특히나, 내가 그런 쇼분야에 초짜라는 약점을 물고 늘어지며 나름 유명한 작품들을 프로듀서 했다는 또 다른 후배가 프로듀서로 합류해 나를 밀어내려고 사사건건 물고 늘어졌다, 자신이 총괄로 나서면 자기 고향의 투자금을 받아 올수도 있다는 미끼까지 내 던지면서.
국악계 거물들 이라는 감독들의 텃세를 장악 하는일도 장난 아니었다. 국악바닥은 프로듀서가 감독들을 모시고 일을 하는 시스템이다. 많은 신경전 속에서도 다들 획기적인 쇼라는것엔 공감해 투자 진행도 원활하게 이뤄질것 처럼 진행됐다.일이 진행될수록 다들 대박 환상에 젖어 자리다툼이 치열해지고 견제도 심해진다. 이름 좀 있다는 그 후배 프로듀서는 제작자인 선배에게 달라붙어 감언이설로 내 총괄 자리를 계속 탐내면서 총괄인 나를 무시하고 계속 나와 불화를 일으켰다.
이럴때는 나를 믿고 힘을 실어줄 유일한 사람은 나를 끌어들인 제작자인 선배밖에 없는데 이 선배도 주변의 흔들기에 갈등하는 모습이 역력하다.어느쪽이 이익인가 머리를 굴린다. 이미 작품 형태는 나왔고 초창기 도와달라고 약속할때와 상황이 달라지니 마음이 변해진거다. 그런 상황을 한자성어로 '토사구팽' 이라고 한다. 눈치빠른 나는 그것 하나만 보고 이미 텃다는걸 감지했다.
투자결정이 이뤄지기 하루전.. 나는 이미 그 선배가 나를 배신하리란걸 미리 알고 스스로 그만뒀다. 나와 처음에 한 약속을 지키기만 했어도..투자가 이뤄지고 난 후는 정말 되돌릴수 없을테니 그 부담을 줄여주자란 의도. 억울하게 잘리느니 내발로 나가는것이 모양새도 낫다. 역시 그만 두겠다고 해도 잡지 않는다. 자기 고향의 투자금을 받아오겠다는 후배의 명성과 자금 유혹을 떨쳐버릴수 없던 것인데.. 사실은 나는 그 프로젝트가 내가 나감으로 인해 무너질것을 미리 알았고 그 부담을 지지 않기 위해 빠져 나온거다. 다들 대박꿈에 들떠 있었지만 나는 그 프로젝트가 무산되는걸 그 전날 꿈에서 봤기 때문에..
수십명이 몇달간 공들인 프로젝트가 무너지면 그 피해는 어마어마 하다. 자기 수석 제자들 수십명 끌어들여 몇달간 훈련시킨 감독들도 그렇고 그 많은 인원 데리고 연습하려면 단원들은 열정페이로 때워도 한달에 최소 기본 유지비만 5천만원 이상 소요되고 정상적으로 하려면 3억정도 되는데 그동안 들어간 금액도 그렇고.. 결국, 내가 나가자 마자 예상과는 달리 급격히 몰락해 투자도 실패하고..결국 그 선배는 화병인지 몇년후 위암으로 죽었다는 연락을 받았다. 처음 도와달라 했을때 잘나가던 광고회사 말아먹고 자기는 이번일 안되면 죽을거라고 마지막 승부수라고 도와달라 해서 참여했던 것인데.. 안타까운 일이다.
내가 기둥을 세우고 기획한 프로젝트에서 나는 팽 당하고 다른 임자가 나서서 현재 장기적으로 우리나라 공연계를 대표하는 황금알 낳는 상품이 됐다. 워낙 많은 사람들이 얽혀있어서 그대로 사장되지는 않을거라 생각했다. 제자들을 끌어들인 국악계 감독들에겐 치명적 이기 때문에 칼을뽑고 그냥 무산 시킬수는 없었을테고... 단지, 그 선배가 그 프로젝트의 임자가 아니었을뿐..
뭐든지 새로운 분야에 뛰어들때 밑바닥이 아닌 총괄을 맡게되면 기존의 텃세를 지닌 기득권과의 마찰은 피할수 없다.처음 앨범제작 프로듀서를 맡을때도 그랬고 무슨 일이던지 초짜 라는 약점을 쥐고 흔드는 기득권은 항상 있다. 큰 돈이 오가는 프로젝트는 그야말로 온갖 잡스런 꾼들이 몰려들어 아귀다툼의 절정을 이룬다. 그 험난한 비지니스 전쟁에서 나는 항상 승리했고 나를 아는 사람들은 나를 무조건 최고 라고 주저없이 말한다. 내가 원하는건 항상 최고여야 만족하는 사람이니까..
그 선배가 끝까지 주변의 유혹에 흔들리지 않고 나와 처음 했던 약속을 지켰더라면.. 나는 분명 그 프로젝트도 성공 시켰을것이고 그 선배는 대박 꿈을 이뤘을수도 있다. 눈앞의 이익으로 인해 약속을 저버리고 '의로움' 을 내던지는 보스는 결코 성공하지 못한다. 간신만 남고 유능한 참모는 나처럼 스스로 떠날것이기 때문에. 큰일을 이루는데 있어서 무엇이 보스에게 가장 중요한지 확실하게 깨닫게된 값진 경험이다. '의로움'이란 이익에 우선해 옳고 그름을 가리고 지킬수 있는것을 말하며 보스의 제1 수칙과도 같다.
Ennio Morricone - La Califfa - The Lady Calip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