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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Ah Feb 10. 2019

Back to the Memory..

기억은 계속 이어지고..


구정 연휴 기간 멀리서 친구도 찾아오고 식구들도 모이고.. 내가 2년전 당연히 죽을거라 여겼던 가족들과 주변 지인들 모두  아직 내가 멀쩡히 살아있다는 사실이 잘 믿기지 않는듯..


큰 조카가 이번에 대학에 들어간다. " 삼촌 길어봤자 앞으로 3개월 밖에 못산다고 그때 병원에 계실때 아버지가 그랬는데 신기해요. 장기가 없는데 어떻게 살아요?"


눈치없는 아들의 말에 형은 멎적어서 고개를 돌리고  2년전 나를 포함  줄초상 치룰줄 알았던 부모님 두분다 내가 집으로 복귀후 요양원에서 돌아오셔서 다시 멀쩡하게 일상생활 하는걸 보면서 속았다는듯 형이  한마디 한다.


 " 야,내가 보니까  우리 식구중에 일찍 죽을 사람 아무도 없어.. "


내가 당연히 죽을줄 알고 있었던 친구와 후배들이 요 근래 연락을 해온다. 보통은 하나만 잘라도 죽네사네 하는데 내가 내장 무더기로  다 잘라내고도 평상시와 다름없이 여유롭게 대화 하는것이 상상했던 병자 이미지와 달라서 어이가 없나보다.


 "형은 보통 사람은 아니야.."


이해가 안간다는 표정들. 나도 그랬지만  정보가 너무나 없어서 당연히 내장을 다 잘라내고도 사람이 멀쩡히 살아간다는걸 어디서도 들어본적이 없어서다.


비장이 없으면 피를 못걸러 보통 피부가 검어진다고 하는데 나는 예외인가 보다. 친구가 이번에 찾아와서 아웃도어 등산장비 모두 넘겨주는데 친구가 나를보고 얼굴색이 아주 좋아 보인다고 한다. 마약과 소화제도 끊어 약먹는것 일체없고 비장 췌장의 역활을 다른 방식으로 내몸이 해결하는듯 전체적으로 몸의 정화 시스템이 다시 작동하고 있다. 일반론을 적용하면 말이 안된다. 나는 당신들과 다르다.. 이렇게 말할수 밖에 없다.



나를 정말 좋아하고 따르던 동생중에 예전 내 여친 남동생과 그 친구들이 있다. 당연히 처남 매형 사이가 될줄 알고 나 유럽에 있을때를 제외하고 20대를 같이 고스톱 치면서 매일 술먹고 뒹굴고 놀았지만 남녀 사이란건 알다가도 모를일 이다. 서로 상처만 남기고 헤어진지 20년이 지나고 이제 50 이 넘었는데 그 동생이 보고 싶다고 다시 연락이 온다. 예전 여친이 이번에 나를 찾아온 내 친구를 자기 집으로 초청해 술자리를 하는중 이라고 ..


비록, 여친과는 헤어졌지만 같은 대학 동기들이라 나 신경쓸까봐  말은 안해도 서로 연락하고 지낸다. 그러다 보니  다리건너 서로 소식들을 알게되고 .. 그 오랜세월이 지나고 내가 이 지경까지 됐는데도 헤어진 여친 식구들이  나 보고싶다고 찾는거 보면 의리들은  있다. 그 동안은 누나가 반대해서 못찾아왔는데 죽을지 모르니까 허락한듯 하다.


같이 모여 이전처럼 그리운 술자리들을 하는데 나는 낄수가 없는 처지.. 이미 헤어진 남녀 사이 주변의  2차관계 란것도 그렇고 내몸도 그렇고.. 헤어진 사이에 이런 초라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은 내 심정도 이해해 주겠지.. 시체처럼 달라진 모습을 보이면 그나마 남은 추억도  박살날거야 아마.. (과거는 그냥 놔두면 추억이 되고 현실과 마주칠땐 때로는 악몽이 되기도 한다... )


꽃처럼 싱싱한 20대를 지나 어느새  흰수염만 가득한 쭈굴 해골 노인이 되았구나..


긴시간 통화 하다 보니 30년전의 기억들이 다시 이어지고 그 중간이 통째로 사라진듯 바로 어제일들만 같다. 같이 어울리고 놀던 동생들중 죽었다는 친구들도 있고 다들 나이먹고 많이들 변했는데 나만 여전히 정신상태가  그대로 인것 같다.


생각해보니 허리 28 사이즈가 나 20살때 몸매다. (지금은 25인치 여자바지가 허리에 맞는다.ㅜ.) 몸 형태는 20살로 돌아갔는데 흰머리 흰수염에 주름살.. 얼굴만 늙었군..  몸매에 어울리는 얼굴로 다시 복구하는 시간이 필요할듯..


그리운 스무살 시절을 공유했던 친구들 동생들, 모습은 달라졌어도 각자의 추억이라는 시간은  계속 흘러가고 이어져 간다..


Di Più - Tosca

https://youtu.be/O85asz3RWg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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