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삶속으로....
20대 같이 백수로 뒹굴던 전여친 남동생과 그 친구들이 주말에 나를 보겠다고 이 촌구석까지 우루루 몰려왓다..
머리숱들도 횅해지고 두명은 풍체들이 내 두배 가까이 변했다. 다들 생활에 여유가 보이지만 동생들 한테 술값을 내게 하기 싫어서 백수인 내가 저녁을 사마 했다.. 허세가 아니라 마음이다.
그냥 친구 사이라면 보통은 대기업 다니고 연봉 일억 버는 가장 여유있는 친구가 술값을 계산 하겠지만 형 동생 사이는 그렇지가 않다.어릴때 동생들은 내가 이 모양이 돼도 여전히 나를 형대접 해주니까.. 나 역시 형 노릇을 해야 맘이 편하다. 얼마를 벌건 동생은 동생이니까.. 인연이 바뀌진 않는다. 동생들이 아무리 잘 나가도 형 입장에서는 뭐든지 받는건 부담스럽고 주는것이 편하다.. 다들 그런 내맘을 잘 아는듯. 비싼술은 못 사주지만 고기집에서 소주 정도는 내가 산다.
"얘들 전부 형 팬들 이예요..형이 인생을 헛산건 아니란거 알겠죠?"
술도 잘 못먹는데 매달 찾아 오겠다고 고마운 말들을 해댄다. 전부 내 팬이라는 동생들을 보내고 나서 삶이 흘러가는 모양을 느껴본다.. 겉으로 이어지는 인연의 뒷 자락에 오래전 헤어진 옛 연인이 있다..누나가 외국에서 사업 하느라 국내에 없을때 눈치봐서 찾아 오는듯.. 남여가 헤어지면 친구들도 편이 갈리게 되는게 보통인데 내 30년 지기 대학 친구도 자주 전 여친집에 초청받아 술자리를 갖는듯 하다. 자기들 끼리도 친구니까.. 말릴 권한이 없다. 이래저래 내 소식은 다 알게되고 지금 내 처지와 몰골을 숨기고 싶어도 숨겨지지 않는다..
이 모양이 된걸 알아도 먼곳에서 일부러 찾아주는 옛 인연들이 고맙기도 하고 옛 남친으로서 잘 나가주지 못해 미안하고 부끄럽기도 하고.. 사람과 사람이 만나 어우러지는 삶이란 드라마 속에 내가 다시 들어와 있음을 .. 입술만 축이는 소주 한잔으로도 느낄수 있다..
Raul Di Blasio - Uno (con Julio Iglesia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