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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Ah Jun 04. 2019

음악의 무경계 지대, 크로마존(Chromazone)

음과양 안과 밖을 하나로..


음악의 역사를 보면 인간 의식의 확장과 발전이 어떤 경로로 내려왔는지를 단편적으로 알수가 있다. 요한 세바스찬 바흐 이전 사람들은 화성에 대해 3성 이상의 음들이 동시에  들려 오는것을 거부했다. 대부분 모든 민속 음악들은 5음 음계를 썼고 그 이외 음들은 모두 '틀린' 음이 된다.


바흐가 화성학을 정립한 이후 코드 라는 개념으로 3성까지를 인간들은  맞는 '음' 으로  규정하고 12음계를 사용해왔다. 이 12음계는 조성과 모드에 따라 맞는음과 틀린음이 확실하게 구분이 된다. 모든 클래식 음악가들은 이 구분을 확실히 하고 연주자들은 틀리지 않기 위해 평생을 연습한다. 틀리면 바로 불협화음이 되기 때문이다.


시대가 변함에 따라 이 완고한 틀에 흑인들의 원초적 소리에 대한 외침으로 클래식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방식의 자유로운 음악 방식이 탄생된다. 리듬도 다르고 화성도 다르고 라인도 다르다. 4성화음이 기본으로 사용되기 시작하고 라인에는 온갖 자유로운 음들이 얼핏보면 무절제하게 마구 사용된다. 바로 현대 음악의 기둥이 돼 버린 재즈(Jazz) 이다. 지금 현대의 재즈는 흑인들의 음악이 아닌 백인들의 학구열과 다양한 음악들의 접목에 의해 이론화 돼고 고도로 발전한 순수 현대 음악의 집합체 이다.


현대 모든 프로 재즈 음악가들은 코드에 맞는 인 사이드와 코드 밖 아웃 사이드 음들을 자유롭게 구사한다. 학생들과 아마추어 들은 이 경계선을 무너 뜨리기 위해 피나는 스케일 연습을 한다. 절묘하게 인 아웃을 넘나드는 프로 연주자들의 라인에 음악인들은 찬사를 보내고 열광을 한다.


일반인 들에게는 음악이 아닌 어려운 '소리'이기 때문에 정통 재즈씬은 대부분 음악학도 들의 지지와 같은 뮤지션들의 호응과 지원 바탕위에 발전해 나가고 있다. 어차피 정통 재즈는 상업성을 따지지 않으므로 케니지와 같은 대중성 있는 상업 음악과 구분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재즈에는 요령이나 운이 성공과 출세를 좌우하지 않는다. 오로지 실력으로 평가받고 실력이 따르지 않으면 흉내나 사기로는 한발자국도 낄수 없는 치열한 실전의 순수예술 세계인 것이다. 한명의 천재가 새롭게 등장하기 전까진 여간해선 세대교체가 잘 일어나지 않는다.



인사이드와 아웃 사이드를 넘나드는 것을 넘어 아예 하나로 뭉개버리는 음악도 현대음악에서는 쉽게 찾아볼수 있다. 클래식 작곡 분야에서도 현대음악가들의 시도를 볼수있고 아예 12음계 자체를 벗어나 보려는 전위적인 아티스트 들도 생겨났다. 대부분이 이런 전위적인 시도(피아노를 때린다던지 문지르는등.. )는 1회성 퍼포먼스로 행위예술일뿐 음악의 장르로서 인정 받지는 못한다. (엄숙하고 조용한 음악회장에서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는것이 얼마나  인내이고 고문인지는 당해봐야 안다.온 몸을 꼬집으며 참아야 한다.)


현대 음악의 큰 줄기로 화성이 아닌 모드를 위주로 하는 음악이 현대 재즈계의 흐름인데 12음계를 하나씩 일컫는 용어가 반음계 크로마틱 이다. 거의 모든 악기들이 크로마틱 음계 기준에 맞춰 제작된다. 모든 모드 음악들의 경계를 없애고 코드 안과 밖을 공평하게 구분없이 사용하는 시도로 재즈 기타리스트 마이크 스턴과 섹소포니스트 밥 버그의 '크로마존' (Chromazone) 은 현대 재즈 모드음악을 배우려는 학생들 사이에 30년이 넘게 교과서로 샘플이 되는 곡이다.


마이크 스턴(Mike Stern.1953)은 깔끔하고 정형화된 플레이로 팻 매트니나 존 스코필드 와는 달리 많은 학생들에게 "열심히 연습하면 나도 저렇게 될수있을것...도 같다."  라는 희망고문과 허황된 꿈을 심어주는 교과서 적인 모범 아티스트 이다. 연습 벌레에 와이프도 기타리스트로 부부가 기타만 치면서 사는..


마이크 스턴은 자로잰듯 정교하게 쌓아 올리는 프래이즈와 피아노와 같은 기계적인 플레이가 특징이다. 플레이 스타일이 노력만으로 그 자리에 오른 인물처럼 보이지만 재즈씬은 수십만명중 한두명만이 정상에 서게되고 그것은 궁극적으로 노력의 차원이 아니란것을 대부분 공부 하면서 깨닫게 된다.


마이크스턴 팻 매트니, 존 스코필드 이런 초일류 아티스트들은 20대때 이미 자신만의 언어로 정상에 오르지만 일반 뮤지션은 죽을때까지 노력해도 그들 추종하는 키드 수준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왼만한 천재는 명함도 못 내밀만큼 층이 두텁다.


https://youtu.be/hSUT6APXKgY


마이크 스턴과 짝을 이뤄 다니던 밥 버그 (Bob Berg.1951) 는 내가 아주 광적으로 좋아하는 섹소포니스트 였고 실제 학교에 워크샾으로 방문 했을때 카페에서 옆에 끼어서 공연전에 맥주를 마시는걸 (용기가 없어 말은 못 걸고)지켜 보기도 했다. 그리고 얼마후 교통사고로 요절해서 마이크 스턴은 다른 밥을 파트너로 선택 했는데 광기서린 밥 버그의 독창적 음색을 따라올 섹서포니스트는 찾기 어렵다. 그런 독창적 음색을 지닌 아티스트는 재즈계에서도 한손에 꼽을 정도다. 그렇게 드문것을 보면 색소폰 이라는 악기를 잘 몰라도 그런 비명같은 사운드는 섹소폰 이라는 악기의 한계를 뛰어 넘는 자들만이 낼수있는 초 음색이란것을 알수있다.



밥 버그는 존 콜트래인 처럼 구도자 분위기를 풍기는 아티스트 였다. 처음 그를 바로 옆에서 봤을때 이 비쩍 마르고 남아도는 허리띠를 드러낸 이 초라한 청바지 아저씨가 세계적 정상에 올라있는 아티스트 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일반인들은 아티스트의 음색을 구분하기가 쉽지 않은데 정말 초일류 뮤지션들은 악기에서 자신만의 독특한 음색을 지니고 있다. 기타는 말할것도 없고 똑같은 피아노에서도 아티스트 마다 소리가 다르다. 가장 원초적 악기로 인간의 몸과 호흡으로 연결되는 관악기는 그대로 아티스트의 목소리가 된다. 밥 버그 특유의 절정 부분에서 튀어나오는 비명 지르고 쥐어짜는 듯한 음색을 아는 사람은 그가 어떤곡을 연주하던  '밥 버그' 임을 바로 안다. 어떤때는 절규와 통곡처럼 들린다.(내가 밥 버그를 가장 좋아하는 부분도 바로 그 특색 때문이다.)



수백장의 LP 와 CD 대부분 음반들을 모조리 나눠주고 없앴는데 밥 버그 CD 는 그대로 보관중이다. 재즈 매니아가 아니면 좋아할 사람도 없을테니까..


인사이드와 아웃사이드, 음과 양을 마음대로 드나드는 매력.. 그리고 종국에는 아예 하나로 만들어 버리는 크로마존,  인간의식 한계의 모든 경계선을 무너뜨리고 싶은 아티스트들의 치열한 정신세계를 맛볼수 있는 것이 바로 재즈 음악의 매력이다. 유투브와 인터넷의 혁명으로 방안에서 이런 세계 모든 정상급 아티스트들의 연주를 마음껏 볼수 있다는것이 정말 꿈만 같다.. 불과 몇십년전엔 말도 안통하는 외국에 나가 비디오 자료하나 구해오는것도 힘들었고 하나 구하면 보물중에 보물 이었는데.. 모든 경계선들이 하나 둘..  


개인적으로 나 홀로  20대 시절 추구했던 크로마존..한국 에서는 다들 " 너 뭐하는거야 ? 그런거 하면 밥 굶어"  아무도 안 알아주고  방식을 고수하며 살아 나가기엔 무모하고 그래서 결국은 돈의 유혹에 프로 재즈 뮤지션의 길을 포기 했지만 (순수 예술이 발전하려면 그들처럼 아티스트 생활에 대한 부분을 학교와 나라에서 지원해주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인맥과 돈으로 자리를 주고 받는 교수 제도도 바뀌어야 하고 대중 음악이 아닌 순수예술 분야에서 세계를 이끌어나갈 천재가 우리나라에서 나오려면 풍토가 먼저 되어야 한다.)


지금은 한국에도 실용 음악과가 생기고 재즈 매니아들이 생겨나 재즈 페스티벌이 조금씩 열리고 있다. 음악하면 무조건 클래식 아니면 대중음악만 인정하고 돈이 되지 않는 것들은 무조건 무가치 하게 여겼던  우리 사회도 조금씩 다양성을 인정하는 쪽으로 시대가 바뀌고 있다..


보통 인간은 나이를 먹을수록 에고를 강화하고 의식의 경계선을 고착화 시킨다. 그러나 세월이 흘러도 의식 자유로움에 대한 추구, 한계와 경계선 무너 트리기는 나에겐 여전히 매력적이다.  버는것에만 의식이 집중되고 고정돼 있는 에고 의식은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다. 돈은 얼마 없어도 순수예술이 무가치한 것이 아니란걸 모두가 인정하는 사회가 진정 선진국 아닐까 생각한다.


https://brunch.co.kr/@yemaya/38

Bob Berg - Chromazone

https://youtu.be/8slCIfGtQoc

오리지널 밥 버그의 크로마존, 30년전 이라 필림 상태가 그다지 좋지가 않다.

Pat Metheney & Ornette Coleman -Song X

https://youtu.be/d66Ytt2g7ns


70-80년대 재즈가 어디로 흘러갈지 알수 없을당시 프리재즈 열풍이 불고 새파란 청년 팻 매트니가 당시의 초거장 오넷컬맨과 시도한 SongX 역시 모든 라인의 경계선을 무너뜨리려는 시도로 재즈음악 역사에 남았다. 고등학생 때는 난해해서 그냥 경외감으로만 받아들였고 지금에서야 그들이 무엇을 추구했었고 위대한지를 새삼 깨닫는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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