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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Ah Oct 03. 2019

고통의 끝자락을 넘어서..


삶에 있어서 가장 힘든때가 지금 이라고 풀이죽은 친구와 통화한다. 우리나이때 죽을만큼 힘든건 딱 두가지,건강 아니면 경제 문제다.


"삶이 아무리 ㅈ 같아도 끝은 봐야지.. "


이미 보기로 작정하고 앉은 영화를 절반이상 봤는데 재미 없다고 극장을 그냥 나올순 없는법.. 마지막 반전 이란것도 있다 하니까.. 크래딧 자막이 올라갈때 까지 모든 영화는 끝난것이 아니다. 삶도 결코 끝을 보기전까지는 끝난것이 아니다.


인간들은 보통 세상을 자신이 처한 상황을 기준으로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 오로지 자기 자신의 안위 여부로 세상을 재단하는 것이 대부분 일반적인 인간들의 행태다. 자신이 처한 상황이 나아지면 세상이 살기 좋아진거고 자신이 처한 상황이 절망적이면 세상이 온통 그렇게 보이게 된다. 그런경우 대부분 승자가 돼면 꼰대가 되고 패자가 돼면 비굴해진다. 경제적 안정권에 든 중년들이 가난을 극도로 두려워 하는 이유도 그것을 알기 때문이다. 유년기 청년기 보다는 중년 말년이 편한게 낫다.


내장이 없는 나는 조류를 닮아간다. 조류는 소화기관이 짧은 대신 하늘을 날기라도 하지만 인간은 무엇이 될수 있을까.. 닭장속의 닭들이 자신들의 비참한 현실을 자각하는 순간은 도살장으로 끌려 나가는 그 짧은 순간이다. 모든 가축들이 도살장으로 끌려갈때 비로서 자신의 무력한 상황과 처지를 깨닫게 된다. 그 이전에 자신들의 처지를 깨닫는다면 그저 주는대로 모이만 먹고 자고 하지는 않을테고 우리를 부수던지 자살을 하던지 끌려가기 전에 인간들 우리에서 온갖 탈출 사고들을 저질렀을것이 분명하다. 항상 부르게 먹는대신 고기로 사육 당하며 날지 못하는 닭과 항상 배고파 먹이를 찾아 헤매야 하지만 가벼운 몸으로 자유롭게 하늘을 나는 새들과 나에게 선택 하라면 당연히 하늘을 나는 쪽이다.  


인간 역시 마찬가지다. 건강할때는 별다른 의식없이 삶이란 게임을 누리느라 정신이 팔린다. 그러나 나이들어 음과 육체의 고통이 끝없이 따라 다닐때 비로서 육체의 노예가 된 인간이란 무력한 존재에 대해 절감하게 된다. 스티브 잡스처럼 아무리 성공하고 위대한 인물이 되도 한순간 피고지는 꽃잎과 같이 노화와 병마 앞에서 고통받다 허무하게 사라질 운명임을 누구나 죽음 앞에서야 절감하게 된다. 그야말로 건강을 잃으면 다 잃는것이다.


174 키에 내장이 없는 46-48킬로 몸이란것은 이렇다. 해골 표본을 보는듯 하다.


2016년 여름, 거의 한달간 온갖 검사 다 받은후 시립 병원에서 암인데 자신들은 손 쓸수 없으니 마지막 코스로 가라고 등 떠밀려 쫒겨난날. 남들은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것 같다는둥 하는데 나의 경우는 '지금 장난하자는 거야?' 운명에 대해 기가막혀 담배한대 피면서 어이가 없어 헛웃음만 나왔다. 그 이후는 보다시피 기록에 남겨있는 그대로다.


소화기관 내장이 통째로 거의 전부 사라져버린 지금, 이제는 없이 사는 삶에 조금씩 익숙해 져서 식당들을 지나칠때마다 "이쁜 가게네.." 눈구경 하고 만다. 여행을 가서 저 식당이 맛있을까 없을까는 이제 나와 상관없는 이야기일 뿐이다. MTB 로 땀빼고 시원한 청량음료나 생맥주 벌컥벌컥 ㅋ 이맛이야! 이거 이제 못한다. 슬픈 이야기처럼 들리지만 미련 가질수록 더 슬플 뿐이다. 현재로선 이쁜 커피집만이 내가 누릴수 있는 유일한 사회적 요식 문화이다. 



식탐을 시도 하다 주기적으로 장이 멈추고 폐색이 찾아오면 그야말로 최소 일주일은 저승세계 지옥 관람을 하게된다. 어떤때는 스테이크를 먹어도 끄덕없지만 위가 없으면 장이 연동운동의 엔진을 잃고 어떤때는 스트래스나 물만 먹어도 충격으로 멈추는 경우가 있어서 예방 같은것 할 방법은 없다. 무엇을 먹느냐 보다는 몸 상태에 더 좌우가 된다. 며칠 잠안자고 센다던지 줄 담배를 무리하게 핀다던지,,


장이 멈춘것 같으면 원래는 짝도 못하므로 지체없이 119 불러서 응급실로 실려가야 하지만 나름 요령이 생겨 집에서 혼자 진통제를 무제한 퍼붓고 시체처럼 숨만쉬며 지낸다. 물만 먹어도 토하기 때문에 최소 삼일 이상은 금식이다. 병원에 실려가 시간마다 피뽑아대고 코에 호스 꼽아 변을 빼내는 그 고문을 며칠간 당할바에야 나의 경우는 그냥 에너지 다 소모하고 집에서 기절하다 죽어도 아쉬울게 없다. 코로 변을 뽑는  괴로움은 내시경 수면 안하고 이틀간 하고 잇다고 생각하면 된다. 한번 죽었다 깨어나면 5킬로는 살이 빠져있고 해골모습이 역력해서 다시 50킬로 나마  되기위해 노력한다.


죽음의 고통앞에서 진통제보다 더 고마운 물질은 없다. 그러나 처음 한두번이지 금새 몸이 적응해 진통제도 듣게되면 계속 종류를 바꿔가며 용량을 배수로 늘려가야 한다. 병원에 실려가면 치사량은 놔야 약효가 좀 먹히는데다  진통제가 마비를 더 심하게 만드므로 의사들이 사고방지를 위해 가급적 진통제는 조금만 주려하고 내 입장에선 더 달라고 의사 옷자락 붙잡고 내내 실강이를 벌여야 한다. 안 먹었으면 모를까, 먹으나 마나한 효과없는 진통제를 먹고 부작용만 겪는것이 억울하기 때문이다. 하루종일 진통제 더 달라고 애원하기 치사해서 병원 안가는 이유도 있다. 


통증이 멎고 몸이 정상 회복 되려면 진통제 약효가 빠져나가는 기간동안 또 다른 무력의 고통속에서 지내야만 한다. 마약패치야 바로 때면 그만이지만 이미 먹은 진통제는 몸안을 돌고돌아 전부 빠져 나갈때까지 많은 시간을 요구한다. 그야말로 몸안에 에너지원이 될만한 외부 음식이나 약물이 전혀 남지 않았을때 몸은 조금씩 회복이 된다. 약효가 떨어질때 이 뻐근한 무력감을 극복해가며 일부러 마약맞는 사람들 참 대단들 하다.  빠져나가는데 족히 삼일은 걸린다. 음식을 먹을수 있으니 그 짓도 하는거겠지만.. 


내장이 있는 사람들이야 뭔가 먹으면 기력을 찾고 회복 된다지만 나의 경우는 아니다. 그나마 남은 장이 연동운동을 안할때는 몸안에 아무것도 안 넣는것만이 살길이다. 물만 먹어도 토한다. 위가 없으므로 물도 그야말로 창자를 쥐어짜서 토하게 된다. 물을 마셨는데 침 쏟아지듯 역류 한다면 장이 멈춘것이다.


대부분 장폐색 증상이 오는듯 하면 응급실을 꼭 가야하는 이유가 장이 꼬였을 수도 있고 사망한 가수 신해철 처럼 장이 막히는 협착증일수도 있으며 치료기간 동안 (대략 일주일 정도)안 먹고 에너지원을 혈관으로 보충 받기 위해서 이다. 장이 풀릴려면 운동도 해야하기 때문에 에너지원이 없으면 대부분 불가능하다. 예전 지식이 없던 조상들은 무조건 먹어야 산다며 장이 멈춘채 다 풀리지도 않았는데 먹다가 급체로 돌연사 하는 경우도 많았을듯 하다.


 이상 인간의 몸으로 고통받기 끔찍하게 싫다. 고통이 끝날 희망이 사라진다면 죽음을 받아들이지 않을 도리가 없다. 나아질 희망이 없는 고통 앞에선 유일한 해방죽음이므로 돌연사 처럼 최대한 빠른 죽음은 그만큼 축복이다. 가망이 없는 사람이 밥먹다 국 떠먹을 시간도 없이 급하게 죽는다면 그만큼 고통을 최소로 배려한 빠른 죽음이라는 말이다. 파리채로 파리 잡는것처럼 순식간에 예기치 않은 죽음이 이뤄지면 자신이 죽은건지도 모를 경우도 충분히 가능하다. 꿈속에서 꿈인지 인지 못하는것과 마찬가지다.


온몸이 텅비어 탈진 되고 손가락 하나 까닥할수 없을 지경이 돼면 먹어야 유지되고 노화와 온갖 병마에 시달려야 하는 인간의 동물적인 몸이 정말 지긋지긋하게 느껴지게 된다. 고통에 눈물이 말라서 더 이상 흘릴 눈물조차 남지 않았을때.. 인간은 자신을 가둔 종의 매트릭스 탈출을 꿈꾸게 된다.



"병신이 육갑한다"


엄청난 비밀을 담고있는 말이다. 전 인류중 그 뜻을 아는 사람이 몇명이나 될지는 모르지만 과거 누군가 한 사람은 그 비밀을 알고 이런 말을 남겨서 구전으로 내려오게 만든것 같다.


아무리 운수가 좋아도 목 기운 넘기가 힘들거라는 누군가 한 예언도 있다. 주기적으로 생사를 오가는 내가 남걱정 하고 친구 어려움 토닥이고 있으니 진짜 내가 병신 육갑하고 있다. 그래도 나를보고 용기얻는 경우도 많다. 친구도 내 사정을 듣더니 자신과 비교할수 없음에 자신의 한탄을 멈춘다. 반면, 남이야 죽건 고통받건 자신의 작은 불편함이 더 크고 중요하다 느끼는 소시오패스 적인 인간들도 참 많다. 내가 어떤 상태냐도 상관없이 나를 전혀 배려하지 않고 자신에게 관심 가져 달라고 에너지 피딩에 열중하는 사람들은 가급적 안 만나고 싶어진다. 주로 사회성 모자란 영성계쪽 사람들 패턴이 그렇다.


정말로 마약성 진통제 없이는 단 한순간도 버틸수 없는 죽음에 대한 고통이 졸졸 따라다니지 않는다면 아무리 경제적 문제가 목을 조르고 사회적 압박이 가해져도  아직 무조건 살만 하다는 이야기 이다. 마약 진통제 범벅으로 주기적으로 숨 쉬고 살아 남아야 하는것에만 전념 하는 나같은 사람도 있으니까..  

 

창조주 하나님이 인간을 진짜로 얼마나 사랑하는지 나는 그것을 스스로에게 증명하고 싶다. 지나온 내 고통들이 전부 무의미 하다면 삶이란것이 납득이 가지 않는다. '도와달라 안할테니 방해만 하지말아 달라' 신에대한  나의 기도는  언제나 그것 이었음에도 특별한 잘못없이 사회적으로  항상 성공 문전에서 실패만을 안겨주더니 창자를 다 뜯어 내고 텅빈몸으로 만들어 무엇을 보여주려 하는건지.. 왜 운명이 나에게 이런 죽음의 육체적 고통을 몇년간 끝없이 반복 시키는건지는 끝까지 가보면 알리라..  


"알앗어 알았어.. 말로 하자고..앞으론 식탐 안할께." 약속을 하고 다짐을 하면 귀신이 잡고있던 장이 꾸구구구 소리내며 움직이기 시작한다..  피해갈수 없는 문제, 고통들, 몇년간 반복되는 죽음의 고통 앞에서 협상, 애원, 체념, ..내가 문제를 푸는만큼 하늘은 기필코 내게 최종 답을 주어야 한다. 나는 그 끝을 보리라..  


고통의 끝자락을 넘어 맞는 평화로운 아침.. 멋진 클래식을 들으며 커피와 새소리를 들을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삶은 충분히 아름답고 만족 스럽다. 해골만 남았어도 삶이 아직 끝난것이 아니라니까.. 아줌마 시켜  먹을거 만들어 냉장고에 쌓아 두는게 엄마의 유일한 즐거움이자 취미인건 알겠지만.. 식탐을 멈춰야만 내가 산다는건 점점 또렷해져 간다. 내가 무엇을 결정하려 한다면 그것 말고는 죽음외에 달리 선택권이 없는 유일한 길이기 때문이리라..


Marcelo Alvarez & Salvatore Licitra "Solo Amore" …

https://youtu.be/lpYywnQTcuQ

 "새는 알에서 나오기 위해 싸운다. 태어나려는 자는 자신의 세계를 깨트려야 한다." - 헤르만 헤세 [데미안]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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