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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Ah Apr 26. 2020

생명의 고통에 대하여


인간은 생존 본능에 역행해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하는 희귀한 생명체 이다. 상황이 절망적이다 판단해 우울증 등으로 자살을 택하기도 하지만 진짜로 간절하게 죽음을 원하는 경우는 육체적 고통의 한계에 이르렀을 때이다. 그리고 그 고통이 나아진다는 보장이 없을때.. 비로서 인간은 간절히 죽음을 원하게 되고 그럴때 죽음은 고통에서 해방될 유일한 구원이 된다.


2008년도 프랑스 영화 '마터스 천국을 보는눈'은  인간의 극한 고통과 죽음을 통해 구원과 천국을 다는 멘탈붕괴 반전 호러 영화로 당시 전세계 영화계에 큰 충격을 준 작품이다. 헐리웃에서 리메이크 됐다고 하는데 리메이크 작은 아직 못봤다. 한국에서도 영화제에서 감독을 초청해 관객들과 대화를 나눴던것으로 안다. 워낙 충격이 강해서 멘탈 약한분들은 관람 삼가는것이 좋다.



자신의 육체적 고통을 예술로 승화시킨 화가 '프리다 칼로' 의 자화상 그림에 깊은 공감을 하는 사람중 한명이 나다.


영화 '프리다' 한 장면


지금 내 느낌을 한마디로 표현 하라고 한다면 '처참'참혹 이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칼맞은 금속 느낌은 비슷한데 그냥 껍데기 칼맞아 베고 꼬매는것과 속안 내장을 칼질로 자르고 붙이고 하는 느낌은 완전히 다르다.


 "이런 느낌을  '처참' or '참혹' 이라고 하는군"


처음 한 두번은 살아나느라 생각할 경황이 없었는데 4년에 걸쳐 세번째 배를 갈라 내장을 칼로 휘젖고 보니 차분히 느껴볼 여유가 된다.


최선,최악이 겹치는 것은 '필연' 이다.


지금의 내 상황에 대해 내가 아무런 동요없이 덤덤할수 있는 것은 그것이 '최악' 으로만 운이 흘러간 필연 이었기 때문이다. 똑같은 확률에서도 운은 갈리워 지게 마련인데 연달아 최악으로만 선택된다면 그것은 피할수 없는 운이란 이야기가 된다.


나처럼 위장이 없는 경우, 운이 안 좋아 음식만 잘못 먹어도 장패색이 올수 있다. 똑같은 장패색 증상이 올 경우 무탈하게 일주일정도 치료하다 풀리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최악의 상황에 처하게 될 경우에만 배를 가르는 수술을 하게된다.배를 가른 상황에서도 가장 최악의 경우에만 장을 절제하는 수술을 하게된다.


내 상황을 사다리로 나눠보면 가장 안좋은 결과쪽으로만 내리 향했음을 알수있다.장패색이 안 올수도 있었다.. 풀릴수도 있었다. 배를 안 가를수도 있었고 잘라내지 않을수도 있었다. 그런데 결과는 모두 최악으로만 진행됐다.


운이 일방적으로 한쪽으로 몰리는 경우는 치뤄야할 뭔가가 그것에 있다는 말이다.그리고 그것에 대한 정답을 알아 내는것은 의 몫이다.



일반인들과 다른 내 뱃속이 궁금해 들여다 보고 싶은건 모든 의사들의 당연한 직업 의식이라 하겠다.  수많은 견습생들 앞에서 샘플로 뱃속이 공개 되는것도 의학발전을 위해 환자가 감수해야 하는것도 이해한다. 단지, 그런 이유로 수술이 행해졌다고는 절대 생각하지 않는다. 수술하기 직전에도 잘라낸다는 말은 듣지 못했기에 꼭 잘라 냈어야만 했는가.. 에 대한 아쉬움이 조금 남아 있을뿐이다. 장을 잘라내는가 아닌가 차이는 하늘과 땅만큼 크기 때문에 정상 회복 전까지는 서운함이 조금 남아 있을것 같다.


일반적으로 장 유착의 경우, 장이 지방 등에 달라붙게 되는데 나같은 경우는 지방이 없어서 피부나 뼈에 달라붙을수 있다고 한다. 그럼 또 배를 갈라 떼어내는 수술을 해야 한다고 한다. 그렇게 되는가 아닌가 역시 오로지 '운' 에 달렸다고 한다. 어떤 의사를 만나냐 하는것도 '운' 이라 할수 있다. 장유착 수술후 사망한 신해철의 경우는 최악의 의사를 만나서 억울한 생명까지 잃었다고 볼수있다.


4년동안 국립암센터에 연례행사처럼 주기적으로 입원과 수술을 하다보니 수많은 의사, 간호사들을 접하게 된다. 청소 아주머니 까지 안면이 생겨 안죽고 또 오셧네 인사한다.  대형 국립병원의 장점은 많지만 워낙 많은 의료 인원이 로테이션이 심한지라 단점도 많다. 의사 위주가 아닌 시스템으로 운영이 된다. 담당 의사가 주기적으로 바뀌고 실습생들과 외국 견습생들의 견습 대상이 되기도 한다. 시스템의 혜택을 받는만큼 자신도 연구에 샘플 기증 동의 하는것이 옳다고 본다.


아무리 중환자라도 2주간의 입원 기일을 넘기는 경우는 거의 없다. 수익 위주의 요양 병원이 아니기 때문인데 국립 암센터는 나같이 다른 병원에서 치료 거부한 말기 환자들을 마지막으로 받아주는 유일한 곳이고 치료 역량도 중환자 위주로 집중 돼어있다. 코드 블루 상황이 매일같이 벌어진다. (매일 사람은 죽어 나가는것 같은데 장례식장은 따로 없다.)  사람이 몰릴때는 전시처럼 대기실 의자에서 항암주사를 맞는 경우도 있다. 1기나 2기 수술은 전날 입원해 자르고 이틀정도면 바로 퇴원이다. 제대로 환자 대접 받고 싶고 치료 받아준다고 한다면  다른 병원이 대우는 낫다고 본다.


인간은 시스템에 적응하면 그 시스템 대로의 성향이 된다. 한국의 의료 시스템이 세계 최고임은 이번 코로나 사태로 이미 증명이 되었고 한국인들은 의료부분에 관해선 세계 어느나라 사람들 보다도 남부럽지 않은 최고 대접을 받는다.



4년에 걸쳐 느낀 바로는 적어도 암센터 간호사들은 대부분이 모두 나이팅게일의 봉사와 희생 정신을 가지고 있다. 사명감도 충만해 보인다. 모두가 친절하고 환자의 고통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모든 시스템이 안정적으로 자리 잡았다. 요즘 젊은 처자들 싸가지가 없어서 혀를 차기도 하는데 이곳 간호사들 보면 젊은층 전부 그런것은 아니란것을 알게된다.


한국의 마음 이쁜 처자들은 모두 간호사에 몰려 있다고 보이기도 하는데 시스템이 안정적이어서 그럴수 있다고 본다. 친절하지 않거나 봉사 정신이 없으면 견딜수 없는 시스템이 정착되면 그런 성향을 가진 사람들만 남게된다. 혼자 튀진 못하니까.. 육체 노동 강도역시 장난이 아닐진데 돈 준다고 아무나 할수있는 일은 절대 아니라고 본다.


매일같이 아픈 사람들 접하다보면 동점심과 건강한 자신에 대해 감사한 마음이 안들수가 없을것 같기도 하다. 어쨋든 환자들에게 그녀들은 유일하게 고통을 받아주고 덜어주는 천사와 같다. 의사들 경우는 수치상으로만 모든 환자를 대하기 때문에 환자의 고통에 공감을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환자의 고통을 받아주고 달래주는 사람은 간호사들 외엔 없다.



그렇게 애썻것만.. 다시 47 킬로 해골로 복귀된 처참한 몰골의 나를 본다. 장기간의 고통은 그 흔적을 온몸에 새겨 넣는다. 인상이 찡그러진것이 그대로 주름이 되고 고통에 찌그러진 표정은 얼굴뼈를 일그러 트린다. 허리도 장기간 구부정한 자세가 굳어지려 한다. 이거 다시 펴야하고 복구 하려면 역시나 시간외에는 답이 없음을 알게된다. 무엇이 될지는 시간이 말해 주리라.. 그 시간을 최대한 단축시키는 것만이 내가 퇴원하고 노력 해야할 부분이다. 


통증을 억제하고 나면 그 다음은 진통제 와의 싸움이다. 자주 하다보니 모든면에서 점점 능숙해져 간다. 고통과 통증 다스리는것엔 선수가 된거같다. 하나 남은 소장을 잘라 다시 이어 붙였듯, 정상 생활로 다시 이어붙이기.. 다시 RESET 타이밍이다.. 예상치 못하게 조금 아야 했지만 모든것이 다 잘 될것이다.  운명이 자꾸 나를 주저앉게 하는지 내가 막을수 있는 부분이 아니라면 난 상관 안해.. 다시 일어서 50킬로 향해 가자..선택권 없는 원웨이 잖아..


Luis Miguel - "El Día Que Me Quieras" (Video Ofic…:

https://youtu.be/xk0O35bcIF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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