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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빈 시간 1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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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Ah Aug 04. 2020

내 피는 소중하단 말이야..

5차 CT 촬영


시간이 정말 빠르다. 일년에 두번씩 하는 정기검사중 어느새 5차 CT 촬영..  앞으로 5남았다. 나같은 경우 10번을 'Clean'으로 채우면 공식적으로 ' 완치' 암 환자란 딱지를 완전히 때게돼서 암 보험도 (메뉴얼 상으로는)가입이 가능해진다.


*CT 촬영 횟수와는 상관없이 수술 5년이 지나서 재발이 안되면 완치 판정이 난다. 나처럼 재발 고 위험군이 아닌 경우는 검사를 몇년에 한번 정도해도 된다.



조영제와 부작용 방지 약물 주사하면서 간호사가 묻는다.


 " CT 촬영 해보셨죠? "


라는 질문에 힘없이 "네.... 무지 많이요.." 생각해 보니

5년동안 한 30번 정도 했나? 어차피 죽을사람이라 생각했는지 한달에 두세번씩 하던 시절도 있었으니까. 그간 몸안에 쌓인 방사능 피폭량이 엄청날거다.


무사히 CT 촬영을 마친후 정기 피검사 채혈을 하기위해 채혈 공장으로 향한다.


여태껏은 주사기로 쭉 한번에 뽑으면 끝이었는데 이번엔 다르다. 내가 자리에 앉자 세팅부터 다시 하더니 이름묻고 철컥철컥.. 호치키스 찍는 소리가 끝이없다. 뭐하나 돌아보니 기계같은 주사가 자동으로 조그만 캡슐안에 내 피를 나눠서 계속 뽑고 있는거다. 수량이 다스는 족히 될 분량이다. 내가 깜짝 놀라서..


"왜 이렇게 많이 뽑는건가요?"


"그러게 말이예요. 저는 처방전 대로 하는건데 검사할게 엄청 많나봐요."


조그만 캡슐관에 공장에서 물건 찍어내듯 1초마다 철컥철컥 계속 내 피를 잘게 담아서 스티커 붙이고 에 담는 작업을 하면서 간호사도 영문을 몰라한다. (캡슐 수량은 많은데 일반 검사 주사 하나 분량을 10개(?)정도로 잘게 나눈다고 보면 된다.)


https://brunch.co.kr/@yemaya/869


그래 검사 많이해서 많이들 발전들 하소서.. 샘플로 내 피가 인류 의학 발전에 조금 이나마 일조 한다면야 피같은 피지만 아낌없이 주련다. 조금씩 나눠서 많이 뽑는거 보면 원하는 곳이 그만큼 많다는 얘기겠지. 


암이 몸속에서 터져서 퍼졌던 말기 재발 고 위험군 환자에 가망 없다는 진단도 했는데 검사에선 계속 깨끗하다고 나오니까 뭔가 있나 할거다. 그냥 살아있는 피(Blood) 가 원래 그런거지 뭘..



오늘 같이 장마철 우중충한 날에 가족 연인 잡고 암센터에 나들이 오면 빼놓을수 있는 즐거움이 바로 메뉴가 랜덤으로 나오는 직원 식당 식사다. 한식과 양식 두 가지중 하나 고르면 되는데 오늘은  치킨 가스다. (배식 시간 정해져 있고 입원 환자는 이용불가다.)


코로나 영향으로 식탁을 6등분 해서 투명 칸막이로 막아놧다. 앞으로는 공공장소에서는 식사도 이런식이 일반화 될것 같다. 


다음주 CT 검사 결과를 가지고 3명의 의사 선생님을 만난다. 이번에는 검사 결과가 어찌 나올지.. 결과가 뭐가 돼던 내가 영향받을 일은 없다. 열번 무사히 채운다고 그 이후에 다시 암이 안 생긴다는 보장은 없는것처럼 운명이 하는일에 일일히 신경 안 쓰는것이 정답이다. 운명에 휘둘려 이리저리 고민하는 원숭이짓은 더 이상 안하기로 했으니까 다.


죽을 명이라면 죽는것이 옳은것이고 살아야 한다면 살게 하는것이 도리다. 죽음이 나에겐 더 이상 협박이나 부담이 아닌지라 생각하기 귀찮아서 매달리지 않으니 삶과 죽음이 이미 내 손을 떠났다. 흥미없는 화두를 다시 줏어 올 이유가 현재로선 없다.


*검사 결과는 번에도 아무런 처방 할것이 없는 완벽한 'Clean' 이다. 의사 선생님 말로는 5년 완치 이런것은 1기,2기,3기 이야기고 나같이 4기 이후로는 년차가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한다. 이미 퍼졌던 상태에선 10년이 지나도 안심할수 없어서 계속 검사를 해야 한다고.. (죽을때 까지??)


" 수술한 이후에 항암 안하셨죠 ?"

"네. 항암 받다간 죽을거 같아서요."

"...."


죽을때까지 항암 받아야 한다고 했지만, 어쨌든 사진과 수치는 의사 선생님도 이상하다 표정지을 정도로  이번에도 모든것이 깨끗.. 위장 없는 사람들이 정기적으로 맞는다는 단백질, 철분 주사도 필요 없을 정도로 혈액 수치도 완벽. 그렇게 나왔다.


Love is Just a Dream - Sumi Jo:

https://youtu.be/odsZbdSo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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