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브런치북 빈 시간 09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ooAh Jun 11. 2020

여름날의 마스크.. 쓴 날들.


밤세서 흡연 & 드라마 보다가 아침에 아버지가 전화 벨소리가 안울린다고 고쳐달라고 전화가 옴..


아버지 보살펴 주시는 간병인 아주머니 역시 전맹이라 '벨소리가 안울려요' 볼륨 설정을 못 만져서 그거 하나때문에 아버지 집을 방문.. 그냥 놔두면 혼자서 대리점 가서 사용할줄도 모르는 최신 스마트폰에 바가지 요금제 옴팍 쓰고 오실것이 뻔한지라 망가진것이 아니란것을  납득 시켜 드려야만 한다. 


외출한 김에 금촌 시내에 나가 몇년만에 시계 밧데리 교체하고 버거킹의 신메뉴 '붉은 대게 와퍼' 세트를 먹어본다. 미국인들의 비만 주범인 패스트푸드의 장점(?), 버거킹이여 나에겐 꼭 필요한 '살' 을 주소서다..


* 버거킹 와퍼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햄버거지만 버거킹의 최대 실수는 KFC 파파이스가 현존하는데 겁없이 킨 버거에 손을 댔다는 점이다. (버거킹 치킨은 거저줘도 안 먹는다.)


일반인에 비해 양은 대략 절반 정도가 나에게 딱 맞는다는것을 와퍼를 통해 확인 받는다. 콜라도 절반만.  와퍼도 절반만.. 3분의1 어린아이 먹는양 정도..위장이 없어 단지  양이 적을뿐.. 적게 먹는것이 꼭 장애는 아니다.



수제 도너츠 가게를 들러 5세트 사서 1박스는 아버지 1박스는 아줌마.. 내거 3박스..


세상이 달라졌다. 코로나 사태로 여름날 땡볕 임에도 마스크들을 쓰고 선그라스 까지 얼굴을 전부 가리고 다니는지라 해골 몸매로도 안 쪽팔리게 길거리를 다닐수가 있다. 레옹이다.


몇년만에 (5년?) 차보는 손목시계는 끝까지 조여매도 렁 거리는데 무거운 알바 패션시계 낡은 가죽 줄을 갈라고 하니 주문해 맞춰야 된다며 6만원 부르길래 차라리 패션 시계를 새로 사는게 나아서 포기, 비교적 가벼운 정장용 시계를 밧데리만 교체해 착용 하기로 한다. 어차피 당분간 외출할 일도 별로 없을테니.. 


의자에서만 생활하다 보니 어깨뼈가 굽었다. 하루20분씩 굽은 어깨 목뼈 교정을 위한 교정기를 착용한다.


아버지 사시는 집은 쓰러져 가는 창고같은데 앞집 옆집 주변 집들은 전원주택 답게 참 이쁘게들 잘 지어놨다.


새소리가 들리는 시골 아버지 집에 들러 간단하게 미션을 완수하고 잠시 아버지와 담소 나누고 집으로 복귀.. 예전 같았음 오늘같은 날은 옥상에서 가족끼리 바베큐 소주 파티를 즐겼을텐데.. 이제 모일 가족도 없고 부모님 돌아가시면 형제끼리도 모일 기회가 없어질듯 하다.


비록, 자식 생일 알지도 못하고 단 한번 챙겨받지 못했지만 중년이 돼면 부모님은 그저 무사히 계시는것 만으로도 더 이상 바랄게 없다. 혼자 방치해두면 노인들은 쉽게 돌아 가신다. 내가 시골을 다시 안 내려가는 이유도 몇년전 내가 사고나서 죽으려 할때 부모님 두분이 같이 줄초상 날뻔한 악몽 때문이다. 결국 배 가른 상태에서 부모님 요양원과 병원 뒤치닥 거리 하느라 정작 나는 죽지도 못했던 끔찍한 시간들이 아직도 생생하다.


 여러개 수제담배중 취향 맞는것 찾느라 밤세서 쉬지않고 테스팅 흡연을 했더니 가슴이 뻑뻑하다. 술처럼 건강 생각해서 좀 피다 끊던지 할 생각..


확실히 깨닫는것 한가지, 커피와 술, 담배등 기호품은 대부분 비쌀수록 맛이 좋다란 점이다. 모를땐 여건이 허락하는 수준에서 최대한 좋은것을 사도록 하는것이 후회하지 않을 확률이 높다. 가격도 저렴하면서 맛도 괜찮은것을 고르는 안목을 가지려면 많은 경험과 시행착오를 거쳐야 한다. 



담배는 잎도 중요하지만 튜브 종이 종류에 따라서도 맛이 천차만별로 갈라진다는것을 확인했다. 재료는 보통 대량구매를 해야 하는지라 잘못 선택한 결과는 엄청난 양의 취향에 맞지않는 담배를 끌어안고 몇달간 처치곤란, 피워대야 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취미로 삼기엔 리스크가 만만치 않다.내가 종이 선택을 잘못해 -낭패- 그거 당한것 같다. 지금의 나처럼 시간이 남아도는것이 아니라면 그냥 시중에 판매되는 검증된 완제품 흡연하면서 흡연세좀 내고 애국자 하는게 낫다. 


별것도 아닌 하루 일과지만 현재의 나에게는 하나하나 상당히 의미있는 행동들이다. 불편함 없이 외출이 가능하다는것, 외식도 무리하지 않는선에서 가능하고 며칠 밤세고 줄 담배를 펴대도 활동하기에 몸에 크게 무리가 없다는점.. '부활' 하리라는 나의 말대로 나의 텅빈 몸이 일반 생활 하는것에 있어 다시금 '에너자이저' 화 되어가는 신호다.


여건만 맞으면 여행도 가능할것 같기도 하다. 단지, 코로 나오는 사태로 인해 어딜가도 썩 재미지는 일이 없고 유령처럼 사람들 사이를 돌아 다녀도 마스크로 인해 썩 어색하지 않다는.. 사람들 사이에 있어도 혼자라는 편안함을 서로 방해받지 않게된 작년엔 상상도 못했던 처음 맞아보는 이상한 여름..  마스크를 보호장비 삼아 텅빈 육체가 티나지 않게 조심조심 그 안으로 들어가 본다.


Mark Knopfler - The Long Road:

https://youtu.be/zqHdzatTBhA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