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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빈 시간 0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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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Ah Jun 20. 2020

'죽음'이 두려움을 따라 다니다.


요즘 넷플에서 '슬기로운 의사생활' 이라는 드라마를 가끔씩 찔끔찔끔 보다보니 어느새 다 봐 버렸다. 아무런 사건이 없는 그저 평범한 병원 의사들의 일상을 죽 반복 나열하는 드라마 인데 왜 넷플 인기 차트 1위 인 나로선 미스테리다. 의사들이 환자 담하고 수술하고 밥먹고 밴드하고.. 응답하라 1988 처럼 끝날때 까지 별다른 사건은 일어나지 않는다.


이 드라마 에서 매번 나오는 장면, 죽을병 이라고 하면 가족들은 세상 다 끝난듯 절망하고 수술이 무사히 끝났다고 하면 눈물어린 감사를 의사에게 표현한다. 살았다는 것에 대해 기쁨을 표현 하는건데 매번 병원가서 죽는다는 소리 들어왔던 내 경우엔 드라마 에서 처럼 간절히 기도해주는 보호자 가족들이 없어서 그랬는지 4번에 걸친 수술(1번은 시술) 때마다 매번 - 죽어도 무방-  싸인은 했지만 무덤덤 했던것 같다.


남들이나 의사들이 나에게 죽음을 아무리 말해도 내가 쫄지 않고 시간이 몇년 흐르니 죽음이 친근한 친구처럼 느껴지게 된다. 만약 내일 당장 죽는다고 한다면 짜증나서  '젠장, 고생만 직사리 하고 결국 죽는구나'  한숨쉬고 담배나 한대 필것 같다. 처음 암 선고를 받고 살날이 몇개월 안 남았다고 통보 받은날도 담배한대 빨면서 하늘 한번 쳐다보고 웃고 말았다.


https://brunch.co.kr/@yemaya/354


통사고로 장이 터지는 사고이후, 죽어가 순간에도 응급수술 끝나고도 마찬가지다. 살고 죽는것에 대한 걱정보다는 당장 아픈거 증나고 담배피고 싶고 기록들 보면 알수있듯, 죽음을 앞두고 있을때나 죽어가던 순간이나 지금이나 내 생각 마음 상태는 별반 다르지 않다. 한마디로 죽고 사는것에 큰 동요가 없다. 내 소관이 아니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뜻대로 되는것이 아니다.



일반적으로 보기에 나에겐 보호자가 없어서 병원치료에서 애로사항이 많고 불안하고 서글프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내 안에는 나 자신에 대한 확고한 믿음이 있다. 그리고 나에겐 그 믿음이 보호자 역활을 한다. 괜히 난리치며 호들갑만 떠는 보호자 보다도 훨씬 위안이 된다.


운명은 그저 운에 휘둘리는 랜덤 같아 보여도 죽음은 영적인 관점에서 보면 결코 이유가 없지는 않다. 카르마나 프로그래밍이 있다면 죽음도 그에 따른 교훈이나 필요에 의한 과정일 뿐이다. 죽음앞에서 살아온것에 대해서 부끄럽지 않고 떳떳할수 있다면 이유없이 죽음이 찾아 오지는 않는다는것을 믿어야 한다.


자신이 통제할수 없는 부분에 대해 절대적 존재에게 완전한 내맡김을 하고 에고가 부담을 털어 내는 행위를 보통  '신앙' '믿음' 이라고도 하는데 영성을 추구하는 신앙인에게 있어서  죽음은 스스로의 신앙과 믿음을 시험해볼 기회이다.정말 신이 자신과 항상 함께 보호자로 존재한다고 믿는다면 두려움은 마음속에서 사라진다. 


얼마를 벌건간에 중년이 되면 삶이 다들 고달픈지 야심한 밤에 가끔씩 술취해 안부를 묻는 친구 동생들 술주정을 받아주는 경우가 잦다. 아침에 일보러 시내를 나가야 함에도 새벽까지 술주정을 들어 주기도 한다. 모두의 술주정 결론은 내가 위장,비장,췌장,대장 다 잘라내고 마지막엔 소장마저 잘라 이어 붙이고 아예 몸을 거의 텅 비워낸것을 아는지라 '제발 죽지만 마라' 이다. 나를 걱정해 주는 마음은 알겠는데 정작 당사자인 나로선 생뚱맞은 자신들의 걱정들을 받아줘야 하는거라 그런 술주정들이 달갑지가 않다.


술은 끊었지만 술자리에서 건배하고 혀끝으로 맛만보는 술맛은 여전히 달다.주말 여름밤 유흥가의 그리운 술 냄새를 맡으며 한잔 유혹을 뿌리치고 그저 귀가 해야하는 삶에도 적응이 필요하다.



얼마전 술 취하면 주변 시간대를 무한 루핑에 빠트리능력이 있는 동생이 찾아와 혀 꼬부라진 소리로 똑같은 이야기를 계속해 반복해 댄다.


"제발 형 죽지만 말라고.."


얼마전 내가 또 장을 잘라내는 수술한 이야기를 들어서 이번엔 진짜 죽는구나 했겠지만 같은 이야기가 토하나 틀리지 않고 4번쯤 반복되자 짜증이 나기 시작한다. 죽음에 대해 당사자인 나는 생각도 않고 아무런 감흥이 없는데 30분이면 다 끝날 이야기를 새벽까지 4시간 동안 반복해서 타임루핑을 돌리니 술 안취한 입장에선 환장할 노릇이다. 나중에 술깨고 질책하니 술먹고 시간을 무한 반복하는 능력은 '유전' 이란다. 같이 술취했다면 어? 진득한 데자부를 체험 하는거다.


에고에게 있어서 육체적 죽음은 자신의 통제를 벗어난 무지의 세계이기 때문에 붙잡고 고민한다고 답이 나오지 않는다. 즉 사고의 감정적 낭비일뿐이고 영화처럼 감성적인 충동이 멋지게 느껴지긴 하지만 이치적으로 현명 하지는 않은일이다.


나를 통해 사람들이 갖고있는 죽음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들을 바라본다. 나를 안쓰럽게 바라보는 사람들 대부분은 자신안의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나를 통해 표출하는 것이기 때문에 항상 내가 해주는 대답도 같다.


"어떤 무서운 질병도 100% 치사율은 흔치않다. 5%의 생존확률 이라면 누군가 5%는 살아 남는다고 보면 된다. 죽음을 떠올리고 두려워 할수록 유유상종 끌어당김의 법칙에 의해 생존확률은 점점 낮아진다. 반대로 양심앞에 떳떳하게 살아왔 자신안의 신성이 이유없이 자신의 죽음을 허용할리 없다는 확고한 믿음이 있다면 생존 확률은 점점 높아진다." 


양심과 신성앞에 두려울것이 없다면 한판 승부 해볼만하지 않은가.. 죽음은 두려움을 쫒아 다니는 녀석 이란것을 수년간 지켜보는 중이다. 사람은 누구나 언젠가는 죽는다. 죽음을 받아들이는 순간은 내가 결정할것이다. 죽음이 훨씬 이익이라는 판단이 섰을때다. 아직은 때가 아니라 생각한다. 어지럽힌 방을 다 못 치웠고 연로한 부모님 뒤치닥 거리 해줄 사람이 나밖엔 없다.


https://brunch.co.kr/@yemaya/753


내가 당장은 나의 죽음에 대해 관여할 부분이 없다는것을 알면 쓸데없는 고민할 일이 없다. 죽건말건 쌩까고 무심하면 죽음도 "얘는 재미없군.."  더 이상 위협을 멈추게 된다. 내가 텅비어 가고 내 마음안에 죽음이 없으면 몸도 따라서 죽음을 받아 들이지 않는다.


알라딘에서 주문한 책이 왔다. 재미있기를.  

요즘 코로나 사태로 가급적 외출을 삼가다보니 책을 자주 사보게 되는것 같다.얼마전 양애란 할머니 책을 주문했더니 팜플렛이 따라와서 그나마 재밌어 보이는 책 두권 주문했다. 두권  도서관에서 빌려 읽어보기는 했는데 당시엔 원숭이 장난 같아서 기억에 남는 부분이 하나도 없다. 다시한번 보면 좀 나을려나.. '티벳 사자의 서'는  1200년전에 씌여진 경전이라고 한다. 그나마 인간들 기록들중 죽음에 관한 썰로는 출간된지 백여년 동안 따라올 서적이 없는 죽음에 관해선 최고라 불리우는 불멸의 고전이라 하니.. 고전문학 읽는셈치고..


책 소개 광고 문구가


-죽음의 순간에 단 한번 듣는 것만으로도 영원한 해탈에 이른다는 티벳 최고의 경전-


이다. 캬! 내용은 둘째치고 광고 카피로 낚시질이 예술이다. 세계적인 초장기 베스트 셀러가 안 될수가 없겠다.


26세의 나이에 죽은 무명 음악가 페르골레시가 죽어가며  성모 어머니의 슬픔을 담은곡 '스타바트 마테르'. 감상하며 밤을 지샌다. 20대 젊은 나이에 죽어가면서  곡을 남기다니... 찬란한 비극적 슬픔이 왠지 아름답다.


Giovanni Battista Pergolesi "Stabat Mater"(1736):

https://youtu.be/xHQVtYzjLao

연주타임 43분, MP3 음원이 아닌 CD 나 LP로 소장하고 싶은 음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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