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ooAh Aug 12. 2020

편하고 이상하지 않은 나만의  '스타일'

남같지 않아도 이상하지 않다면 괜찮아.


40대 말에서 암으로 쓰러진후 갑자기 50중반으로 뛰어 넘어 온지라 반 시체처럼 지내면서 사라진 5년간의  공백을 어떻게 메꿔야할지 잘 모르겠다. 체형이 완전 바뀌었고 몸안 내장 구조도 완전히 달라졌다.  오빠에서 아저씨로.. 아버님으로 사회적 호칭이 갑자기 바뀐것이 아직 이상하고 낮설다. 7순을 바라보는 고모도 요즘들어 듣는 '어르신' 이란 호칭이 상당히 불편하다고 한다. 나이에 대한 마음의 준비들이 안돼서 그렇다. 나는 40대 노총각 아저씨 인줄 알다가 어이없이 한방 맞은 느낌이다.


매트릭스 영화에서 아무리 거칠게 싸워대도 절대 벗겨지지 않는 네오 스타일 안경 장만하고.. 가발도 써보고 벙거지도 써보고.. 달라진 쭈굴텅 해골모습의 나에게 맞는 스타일을 찾아 보려고 이것저것 시도해본다. 20몇년전 친구가 직접 만들어준 은닭 목걸이가 불현듯 생각나 찾아내서 다시 걸어봤다 .목걸이와 시계를 차니 썰렁한 해골보다는 사람같아 보여 좀 낫다. 


그나마 요즘은 마스크와 안경으로 얼굴을 다 가리고 신경 안써도 되니 헐렁한 치마바지가 별 부담이 없는데 예전처럼 사람들 만나고 하려면 솔직히 아직은 옷차림에서 답이 안 나온다. 추리닝 차림 환자 코스프레로 몇년을 버텼는데 사회활동을 하려면 계속 추리닝만 입을수없다..


고모들이 와서 아버지 모시고  아버지 집 근처 산골짜기 매운탕집 왔다. 우리 안왔으면 하루종일 빈 가게 였을듯..


이미 스탠다드 체형은  물건너 갔고 몇년 시도해본 결과 50킬로를 숙명으로 받아 들여야 하는것 같다. 내가 바뀌지 않을땐 세상 인식바뀌길 랄수 밖에다. 중년 남성들도 50킬로가 많아지면 그때는 스탠다드 규격이 바뀌고 나같은 (허리 26-27 사이즈) 체형에 맞는 중년 남성옷들도 만들어 낼거다. 뭐든 정상과 비정상의 기준은 다수결 이니까. (지금은 젊은애들 옷과 여성옷들 밖에는 맞는 사이즈가 없는데 그렇다고 중년 아저씨가 걸 그룹 옷을 입을수는 없겠지..)


이것저것 시도 하다보면 가장 편하면서 다른 사람들 보기에도 어색하지 않은 차림이 자연스례 내 스타일이 된다. 시행착오를 감수 하면서 그 포인트를 찾아 내는것이 관건이다. 시행착오를 줄이고 싶어도 물론 시간과 '돈' 이다. 백화점 가서 최신제품들 하나하나 다 입어보면 답은 나오겠지만....  그럴 처지는 아니기에.. 땡처리 옷들 중에서 맞는것이 있는지 골라본다. 취향 따지기엔 선택폭이 참 좁다.


아무리 기성 스타일에선 맞는 옷 찾기가 힘들더라도 정장 스타일 하나로 버티는 사람들 심리처럼 무조건 하나 스타일만 맞으면 그냥 그걸로 버티면 된다. 나머지는 죄다 내다 버릴일만 남는다.


6.900원 중국산 샌들 (정가 택은 8만원 붙어있네)  내 취향은 아니지만 몇번만 신고 버려도 아쉽지 않다.


고대 로마의 토가 복장처럼 커다란 천을 그냥 두루고 다니는 유행은 안 오려나.. 토가 스타일은 모든 체형이 가려져서 옷에 대한 사회적 고민이 사라진다. 우리나라 상투틀때 탈모 문제로 고민하는 남성이 없었듯.. 요즘은 그렇게 입고 상투틀면 참 이상해 보일거고 가족들도 나 저 사람 몰라.. 할거다.


부처님의 가장 큰 위대한 업적이 그것같다... 남성들 탈모의 고민을 원천 제거하는 Mirror 해법을 제시 했고 수많은 제자들이 따라서 Mirror 기법을 사용해 탈모의 고민으로 부터 해방 되었다... 우열로 반을 나누자면 열반에 속한다고 봐야.. 


내가 스님처럼 보이는것은  부처님의 Mirror 해법이 편해서고 치마 바지를 입게 된것도 마찬가지 편해서다. 시골 아줌마들이  몸빼바지 한번 입기 시작하면 벗어날수 없는 이유.. 역시 편해서다. 집에서 수면바지 한번 입기 시작하면 다른 바지 갑갑해 못입듯 치마바지도 그렇다.


유행이란 집단의식은 따를땐 편리하고 조금이라도 벗어나면 참 불편하다. 벗어날땐 그저 이상하지 않는 선에서 살짝 한 발자국만 앞서가면 우루루 따라들 오지만 너무 앞서가면 왕따가 된다.


아직은...편하긴 한데 중년 남자가 아줌마옷 입은듯 남보기 뭔가 좀 어색하고 언 발란스 하다. 얼굴만 최대한 가리면 괜찮은데..


기존의 스탠다드를 따르는것이 더 어색하고 이상할때.. 달리 스타일에 대한 선택권이 없다면 자신만의 스타일찾아야 한다.. 편하면서 남보기 이상 하지만 않으면 된다. 그것이 자신을 표현하 Fashion '스타일' 이 된다. 


숨쉬는 공기와 같이 잃고 나서야만 알게되는 평범함의 편안함.. 기성 사이즈가 맞는 스탠다드 체형을 가진 90%는 선택권이 풍성한 스스로의 체형에 그저 감사하라. 내장이 없는 텅빈 중년 해골 체형에 맞는 스타일,  나는 답을 찾을것이다..늘 그랬듯이.


Bara Vi - The Real Group:

https://youtu.be/Qjuzr2fhfJ8

매거진의 이전글 가장 쉽고 어려운 "에고 장난감" 내려놓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