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예민 Sep 18. 2024

실수에 관한 고찰

잠에 들기 전, 이불을 꽉 움켜쥐게 되는 

'대체 왜 그랬을까? 시간을 돌릴 수만 있다면...'


일주일에 적게는 한번, 많게는 서너 번쯤 꼭 그런 실수를 하고 만다. 인간이란 본래 불완전의 존재이기에 완벽까지 바라지도 않았지만, 나조차 용납하기 어려운 모자란 실수는 감각세포 사이사이 새겨진다. 다시 생각해 보아도 온몸에 털이 바짝 곤두설 만큼. 이쯤 되면 실수는 통증의 영역이다. 감각적으로 얼마나 아픈지 겪어본 사람들은 안다.


가슴이 아리기도 하고, 머리가 지끈거리기도 한다. 엎질러진 실수는 감성과 이성의 영역을 넘나 든다. 신과의 거래를 통해 이를 주워 담을 수 있다면 얼마까지 돈을 지불할 의향이 있는지, 정성적인 무언가를 정량적인 수치로 계산하고자 하는 내 모습까지 발견하게 된다. 정상적인 사고회로마저 무너지게 되었을 때, 내가 얼마나 나약한지를 그제야 인정하게 된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 우린 모두 불완전한 존재이기에 인생 전반에 걸쳐 수많은 실수를 하며 산다. 내 인식의 한계는 나로 국한되어 있기에. 나에게는 온전히 나의 실수가 더 돋보이지만 타인은 내가 오늘 한 실수에 대해 기억조차 못할 가능성이 크다. 되려 내가 알아채지조차 못한 본인들의 실수에 대해서만 생각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마치 지금 내 모습처럼 말이다.


다행스러운 점을 굳이 하나 꼽자면, 같은 실수가 반복되어선 안되지만 처음 한 실수는 용서가 된다. 우린 모두 첫 인생을 살고 있기에. 누구나 처음 할 수 있는 실수에 대해서는 조금 뻔뻔해질 필요도 있다. 나 역시 '남에게 관대해도 나 자신에게만큼은 관대해지지 말자'라는 주의지만 이 정도의 나에 대한 온정도 남겨놓지 않는다면 차가운 세상 속 어떻게 남을 따듯하게 덥혀줄 수 있겠는가. 대신 타인에게 조금은 미안한 마음을 가지면서 말이다. 


여기서 제일 부끄러울 이야기는 본인이 실수를 저질렀음에도 불구하고 실수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것이 부끄러울 일이다. 내가 만약 누군가에게 실수를 했고, 그로 인해 적어도 자신에 대한 부끄러움을 가슴 한편에 지니고 산다면 그 자체로도 충분히 인간답다고 할 수 있다. 본인의 실수를 알아채지 못하는 인생들도 우리 도처엔 무수히 널렸기에.


그렇기에 잠에 들기 전, 내가 이불을 꽈-악 움켜쥐게 되는 그런 순간이 온다면 '적어도 나는 부끄러움을 느낄 줄 아는 사람이구나'하며 스스로를 위안 삼으라. 후회할수록 나만 괴롭고, 엎질러진 물은 주워 담을 수 없기에. 예상컨대 아마 내 윗집 아랫집을 포함하여 잠에 들기 전 똑같이 이불을 꽉 쥐고 있을 이웃들이 몇 명 있을 것이다. 


그래도 무엇보다 우리네 인생에서 희망적인 사실 중 하나. 실수는 되돌릴 순 없지만, 만회할 순 있다. 생각보다 기회는 자주 오며 인생은 길다. 같은 실수만 반복지 말자.


작가의 이전글 어렵다, 인생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