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임은 팀장이 아닙니다

- 선임과 팀장의 경계에 대해 -

by 예민아씨

우리나라 기업 인사 시스템에 존재하는 오래된 문제점 중 하나는 직위 체계가 너무 많고 복잡하다는 것입니다. 대리, 과장, 차장, 부장... 거기다 이사, 상무, 전무, 부사장, 사장, 부회장, 회장... 이런 체계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직급과 직책이 혼재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앞으로 이런 체계는 단순화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예전에는 부장이 실제 부서의 장으로서 존재할 수 있었습니다. 과(科)가 있었던 시절에는 과장이 있는 것이 이상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오늘날의 조직에는 과장이나 부장이 아니라 과장급의, 부장급의 연륜이 되었다는 것 외에는 의미가 없습니다.

조직 구성원들의 입장에서도 이런 체계가 존재하는 한 과장 승진이 안 됐다는 이유로, 부장급 대우를 못 받는다는 이유로 불만을 품게 됩니다. 그러다 보니 불만을 달래준다고 밥을 먹네, 술을 먹네 하는 쓸데없는 일들이 벌어지는 것입니다. 이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요?

저는 이런 체제를 간단히 '실무급'과 '임원급'으로 나누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실무급 안에서 직위는 두세 등급으로 나누고 직책에 맞게 능력 있는 인재를 임명하면 됩니다. 책임과 권한에 맞게 직책은 부여하되 임원급이 아닌 사원들은 주니어 사원과 시니어 사원 정도로 나누면 충분할 것입니다. 임원급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직위는 단순하게, 그러나 직책은 필요에 맞게 정하면 됩니다.


- 권오현, 「초격차, 리더의 질문」 中 -




[Ep1. 팀장을 건너뛰고 상부 지시가 내려올 때]

* A의 입장

팀장이 제 역할을 안 하니, 상무님이 팀장에게 시킬 일을 선임인 나에게 지시하는데 팀원에게 이를 분배하는 과정에서 입장이 난처하다.

** B의 입장

팀장이 제 역할을 안 하니, 상무님의 개별 업무 지시가 많다. 팀장에게 상무님 지시사항과 과정을 보고하지만 관심이 없어 상무님께 직보고하는 경우가 잦아졌으며, 각자 상무님이 지시한 사항을 진행하느라 서로 진행되는 업무가 공유되지 않는다.


[Ep2. 유관부서에서 'KPI와 연계된 업무 요청'이 개별 메일로 들어올 때]

* A의 입장

팀원들에게 이 업무를 하고 싶은 사람이 있는지 물어본다.

** B의 입장

팀장님이 업무 배분을 하실 수 있도록 팀장님 앞으로 다시 메일을 달라고 유관부서에 요청한다. 기존 담당업무와 연계된 경우, 먼저 팀장님께 해당 내용을 말씀드리고 담당하여 진행하겠다고 보고드린다.



위 내용은 전 팀의 선임(A)과 나(B)의 입장 차이를 2가지 케이스에서 풀어본 것으로, 선임(A)의 입장은 얼마 전 퇴사한 팀원과의 만남에서 건너들어 알게되었다. 나는 이러한 입장 차이가 개인 성향에서 비롯된 것도 있으나, 근본은 이 회사의 '정도를 지나친', 과한 '선임 문화'에서 기인한다 생각되었다.

※ 참고로 선임(A)과 나는 몇 개월 정도의 경력 차이로, 직급이 다른 점에서 선임이었을 뿐 업무 진행에 있어서는 독립된 관계였다.


어느 회사에나 '선임'과 '후임'은 존재한다. '시니어/주니어'로도 표현되는 '선-후임' 구분은, 같은 팀원이라도 연차와 직급이 높다면 그만큼의 경험과 능력을 기대할 수 있고, 이에 맞춰 업무가 배분된다는 점에서 조직원이 기대하는 '공정성'을 충족할 수 있다. 또한, '사수-부사수' 관계 형성으로 후임이 실무를 배우는 데에 선임이 의무를 진다는 점에서 '주니어의 실무 역량과 시니어의 책임감 제고'라는 순기능을 한다.


그러나, 이는 선임이 '팀원'으로 행동할 때 얘기로, 선을 넘어 팀장 대행'처럼' 월권되는 순간, '공정과 형평에 어긋남'과 동시에 '팀워크 와해'로 이어질 수 있다. 이곳의 '선임 문화'가 정도를 지나쳐 과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바로 같은 팀원임에도 선임이라는 이유로 팀장 대행과 다름없는 역할을 부여하기 때문인데, 이는 선임에게도 부담스러울 뿐만 아니라, 같은 선상에서 인사고과를 받는 '팀원 간 업무지시'라는 기이한 현상이 발생한다. 예를 들어, 위 입장 차이에서 살펴보면, 모든 팀원이 상무님에게 개별 업무 지시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선임(A)은 이를 본인이 수행할 과제가 아닌 팀원에게 나눠야 할 업무로 생각했고, 인사고과와 연계된 업무에 있어서도 '하고 싶은 사람 손드세요'를 하니.. 이게 무슨 코미디인가.


정도를 지나친 선임 문화는 사실상 '팀장이 편하려고' 하는 것에 불과하다. 본인이 해야 할 일을 팀 내 최고 선임에게 일임함으로써 떠넘기는 것인데, 이야말로 팀워크와 조직 성과를 중요시하는 팀장이라면 절대 하지 않을 일이다. 정상적인 곳에서 겪은 팀장님들은 난이도와 경중, 각각의 역량에 맞춰 업무를 배분했고, 절대 선임에게 팀장이 해야 할 일을 넘기지 않으며, 인사고과가 연계된 KPI 항목 설정과 평가의 공정함에 최선을 다했다.


임원급도 아닌 실무급의 팀장이 고작 5명의 팀원도 본인 스스로 관리하지 못한다면, 그건 팀장으로서의 자격을 다시 생각해봐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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