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에도 자격이 있을까?(3)

- 불통의 아이콘 Ep3. 삐뚤어진 권력욕 -

by 예민아씨

권력-욕(權力欲)

「명사」 권력을 잡으려는 욕심


삐뚤다

「형용사」 바르지 아니하고 한쪽으로 기울어지거나 쏠려 있다. ‘비뚤다’보다 센 느낌을 준다.


* 출처 :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이곳은 유독 '보안' 명목으로 자료 공유를 제한해, 말단에 있는 팀원들은 회사의 주요 이슈를 팀장이 얘기하기 전까지 모르는 경우가 허다하다. 심지어 연봉과 관련된 중요 사항_예를 들어, 연봉 동결 공지_메일도 팀장에게만 발송하는 등 최소한의 알 권리에 대한 개념이 없다.

때문에, '팀장복'있는 팀원만이 회사가 돌아가는 상황을 알고 그에 맞춰 일할 수 있으며, 그 외 대부분은 팀장복있는 동료에게 건네 듣거나, 우물 안 개구리/경주마같이 좁은 시야로 일하게 된다.


이곳에 입사 후 2년 6개월 동안 3명(곧 4명)의 팀장님과 6명의 상무님을 거쳤고, 이 중 불통 팀장만큼 알 권리를 묵살하는 상사를 본 적 없다. 처음에는 보안 때문이라 생각했지만, 지금껏 겪은 일들로 볼 때 삐뚤어진 권력욕에 지나지 않다는 걸, 몇 가지 사례로 정리해 본다.


[Ep3. 보안의 탈을 쓴 삐뚠 권력욕]


불통 팀장의 업무는 '회의체 자료 취합' 단 하나다. 회의체 '운영'으로 그럴듯하게 포장하지만, 아젠다 수립이나 자료 작성/수정 없이 말 그대로 '취합'만 하며, 회의 후 간단한 임원 리뷰와 함께 회의 자료를 공유하는 것까지가 그의 업무다.

'보안상' 모든 사람이 알 필요가 없다는 그의 지론에 따라, 이 회의자료를 각 팀별로 팀장과 선임 팀원 딱 2명에게만 공유하고 있었고, 우리팀도 예외는 아니었다. 하지만, 우리 팀은 업무 성격 상 각 사업부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파악하고 있어야 했기에 이전 팀장님들은 전체 팀원에 자료를 공유했었다. 이처럼 업무를 하는 데에 필요하므로 나는 한날 팀장님께 회의자료 공유를 요청했고, 불편한 기색을 내비치긴 했으나 '알겠다'며 이후부터 팀원 전체에 공유 메일링을 해주었는데...


얼마 전, 나의 팀 이동이 논의될 때였다. 아직 공식 발령이 나기도 전부터 (그의 팀원으로 업무 보고를 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나를 회의자료 메일 명단에서 제외했다. 메일 수신자를 이렇게 꼼꼼하게 관리했단 말인가! 무엇보다 무슨 일이든 '엉덩이 밑에 깔고 앉기'가 일쑤인 그가 이렇게 재빠를 수 있었구나! 놀람도 잠시. 이동한 팀 업무 성격 상 전보다 더 회사 안팎의 이슈 점검이 필요했고 팀장이 공석이기 때문에 회의자료를 직접 공유받아야만 하는 상황이어서, 팀 이동 후 불통 팀장에게 찾아가 공손하게 회의자료 공유를 부탁드렸고 그는 웃으며 '알겠다' 응답했다. 그리고 그다음 날이 회의 자료 공유일였는데..


공손함과 웃음이 오고 갔던 대화가 무색하게, 나는 회의자료를 공유받지 못했다. 내가 리스트에 없던 순간부터 다정한 나의 후배가 메일을 전달해주었는데, 이번에도 수신자에 내가 없음을 확인하고 메일을 FW해주어 알게 된 것이다. 후배는 앞으로 자기가 전달해줄테니 불통 팀장에게 더 말하지 말라 했지만, 앞으로 계속 부탁하기 미안하고 필요한 일이니 한 번 더 그에게 얘기해 보기로 했다. '혹시 까먹었을 수도 있다는' 한줄기 희망으로, '회의 자료 공유 및 향후 수신자 리스트 추가' 요청 메일링을 했고 별 다른 멘트 없이 그는 회의 자료 공유 메일을 전달했다.

하.. 수신자 리스트에서 빠지는 건 한 순간인데 거기 들어가기가 이렇게 어려운 일인가. 더럽고 치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던 그때 후배가 들려준 또 하나의 얘기가 떠오르며, 이건 보안이 아닌 권력욕임이 명확해졌다.


임원 주재 전체 회의는 여러 부서의 아젠다를 다루고, 워낙 회의 전 수정이 많아 취합자에 최종 자료를 요청하는 일이 종종있다. 며칠 전 A팀 한 분이 이러한 맥락에서 본인 부서의 최종 자료를 요청했는데, 불통 팀장이 "그게 왜 필요하냐!"라고 말하며 공유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건 보안이라기엔 너무 과했기에, 요청한 A팀뿐만 아니라 그 일을 알게 된 모두가 그의 삐뚤어진 권력욕을 실감한 순간였다.


불통 팀장과의 매일매일이 어이없음의 연속이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실망했던 순간이 있다. 어쩌다 팀원들이 모여있던 자리에서 그가 했던 말은 이곳에서의 앞날에 일말의 기대감도 사라지게 했으며, There is no hope를 속으로 되뇌어야 했다.


"위에서 떨어지기 전에 스스로 안건을 찾아봐. 내가 회사 돌아가는 거 알라고 회의 자료를 공유해 주고 있잖아. 그걸 보고 뭘 했으면 좋겠다는 안건을 먼저 생각해서, 나한테 갖고 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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