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시히 Apr 06. 2020

매일 영어 10문장 쓰기(3)

나와의 약속대로 마지막 주도 빠짐없이 글을 썼다.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매일 10문장씩 영어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속해야 하는 상황에서 딱히 대안이 없어 열심히 한 것도 있었다. 아주 작은 실천이라 생각했는데 매일 한 시간씩 영어 10문장을 써 내려간 결과는 기대 이상의 효과를 낳았다.


매주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3주간 총 180 문장을 썼다. 매번 10개를 딱 맞춰 썼으니 의심의 여지가 없다. 3주간 180 문장을 쓴 결과, 회화 연습에 치여 잊고 있던 기초 문법을 다질 수 있었다. 문법과 회화 공부를 병행하니 영어 문장을 듣거나 볼 때마다 그 문장을 하나하나 뜯어먹는 기분이었다. 영어적 사고가 더 활발해진 느낌이랄까. 엄청난 발전이다.


의미 전달이 안 되는 문장도 줄었다. 이번 주에 쓴 문장들 중 한 문장을 제외하고는 전과 같은 피드백을 받지 않았다. 사전도 당연히 거의 찾아보지 않았고 그간 써온 문장들과 첨삭 내용, 수정한 내용을 모은 42장 분량의 피피티 파일도 완성했다.


어디 찾아가기, 거주 카드 만들기 등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일을 제외하고 덴마크에서 스스로 이룬 첫 성취다.


놀라운 건 위로도 받았다는 점이다. 매일 하나의 주제를 정하고 열심히 글을 썼다. 주제가 떠오르지 않는 날에는 그날 떠오른 생각을 적어 내렸다. 주제가 떠오르지 않았다는 건 그날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는 얘기와 같기에, 그날의 10문장은 지금 내가 잘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는 하소연이 주를 이뤘다. 하소연을 영어로 쓰려니 보통 어려운 게 아니었지만 그래도 썼다. 매일 써야 했고 뭐든 써야 기분도 풀리니까. 내 글을 읽고 선생님은 공감과 위로의 댓글을 남기셨다. 이 활동으로 따뜻한 위로를 받을 줄이야. 위로를 받는다는 것도 놀라웠지만 더 놀라웠던 건 나의 영어로 된 하소연을 누군가 이해했다는 사실이었다.


글이 쓰고 싶어 졌다. 한글로. 지난주에 마지막 후기를 쓸 때 새로운 시작에 대한 내용도 언급되길 바란다고 썼었다. 결론은 글쓰기다. 매일 영어로 글쓰기를 하며 모국어 글쓰기를 향한 갈증을 느꼈다. 한국어로 쓰면 더 잘 표현할 수 있는데, 사실 이건 영어로 표현 못하는 건데 하면서 말이다. 영어로 생각을 풀어내기가 여간 힘든 게 아니었다 보다. 또 제대로 된 성취를 이뤄본 게 글쓰기였기에, 성취감을 맛보니 곧바로 글이 쓰고 싶어 졌다. 비록 기대했던 것과 달리, 워킹과 홀리데이(워킹을 해서 번 돈으로 떠나는 홀리데이)가 없는 워킹홀리데이를 하고 있지만 지금 처한 상황도 내가 계획한 1년 안에 포함된 것이니 다부지게 기록하려 한다. 이 1년을 통째로 포기하지 않는 이상 어떠한 위기가 와도 1년을 살아내야 한다. 당연한 사실을 외면하고 왜 손 놓을 핑계만 찾고 있었을까. 계속 쓰자, 열심히 최선을 다해서.

작가의 이전글 매일 영어 10문장 쓰기(2)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