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의 약속대로 마지막 주도 빠짐없이 글을 썼다.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매일 10문장씩 영어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속해야 하는 상황에서 딱히 대안이 없어 열심히 한 것도 있었다. 아주 작은 실천이라 생각했는데 매일 한 시간씩 영어 10문장을 써 내려간 결과는 기대 이상의 효과를 낳았다.
매주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3주간 총 180 문장을 썼다. 매번 10개를 딱 맞춰 썼으니 의심의 여지가 없다. 3주간 180 문장을 쓴 결과, 회화 연습에 치여 잊고 있던 기초 문법을 다질 수 있었다. 문법과 회화 공부를 병행하니 영어 문장을 듣거나 볼 때마다 그 문장을 하나하나 뜯어먹는 기분이었다. 영어적 사고가 더 활발해진 느낌이랄까. 엄청난 발전이다.
의미 전달이 안 되는 문장도 줄었다. 이번 주에 쓴 문장들 중 한 문장을 제외하고는 전과 같은 피드백을 받지 않았다. 사전도 당연히 거의 찾아보지 않았고 그간 써온 문장들과 첨삭 내용, 수정한 내용을 모은 42장 분량의 피피티 파일도 완성했다.
어디 찾아가기, 거주 카드 만들기 등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일을 제외하고 덴마크에서 스스로 이룬 첫 성취다.
놀라운 건 위로도 받았다는 점이다. 매일 하나의 주제를 정하고 열심히 글을 썼다. 주제가 떠오르지 않는 날에는 그날 떠오른 생각을 적어 내렸다. 주제가 떠오르지 않았다는 건 그날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는 얘기와 같기에, 그날의 10문장은 지금 내가 잘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는 하소연이 주를 이뤘다. 하소연을 영어로 쓰려니 보통 어려운 게 아니었지만 그래도 썼다. 매일 써야 했고 뭐든 써야 기분도 풀리니까. 내 글을 읽고 선생님은 공감과 위로의 댓글을 남기셨다. 이 활동으로 따뜻한 위로를 받을 줄이야. 위로를 받는다는 것도 놀라웠지만 더 놀라웠던 건 나의 영어로 된 하소연을 누군가 이해했다는 사실이었다.
글이 쓰고 싶어 졌다. 한글로. 지난주에 마지막 후기를 쓸 때 새로운 시작에 대한 내용도 언급되길 바란다고 썼었다. 결론은 글쓰기다. 매일 영어로 글쓰기를 하며 모국어 글쓰기를 향한 갈증을 느꼈다. 한국어로 쓰면 더 잘 표현할 수 있는데, 사실 이건 영어로 표현 못하는 건데 하면서 말이다. 영어로 생각을 풀어내기가 여간 힘든 게 아니었다 보다. 또 제대로 된 성취를 이뤄본 게 글쓰기였기에, 성취감을 맛보니 곧바로 글이 쓰고 싶어 졌다. 비록 기대했던 것과 달리, 워킹과 홀리데이(워킹을 해서 번 돈으로 떠나는 홀리데이)가 없는 워킹홀리데이를 하고 있지만 지금 처한 상황도 내가 계획한 1년 안에 포함된 것이니 다부지게 기록하려 한다. 이 1년을 통째로 포기하지 않는 이상 어떠한 위기가 와도 1년을 살아내야 한다. 당연한 사실을 외면하고 왜 손 놓을 핑계만 찾고 있었을까. 계속 쓰자, 열심히 최선을 다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