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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히 Apr 07. 2020

05 덴마크에 온 지 두 달, 국경 봉쇄가 연장됐다

지난 3월 8일, 덴마크에 온 지 한 달이 된 날 글을 썼다. 코로나 19로 악화된 상황에 처한 심경과 잘 이겨내리라는 다짐의 글이었다. 그로부터 한 달 후인 오늘, 불행하게도 달라진 내용이 없다. 허나 낙심하진 않는다. 기대도 안 했으니까. 상반기까지는 그저 내 마음을 잘 추스르는 걸 목표로 해서인지 큰 동요는 없다. 두 달 사이 받아들이는 연습이 잘 된 걸까.


2월 27일 덴마크에서 첫 확진자가 발생했다. 이후 확진자가 급격히 증가했고 3월 11일 총리 발표에 따라 국경 봉쇄, Lockdown이 시작됐다. 주 내용은 4월 13일까지 모든 공공기관과 교육시설이 문을 닫고 10명 이상의 모임이 금지되며 쇼핑몰과 레스토랑 카페 등의 상점도 모두 영업이 중단되는 것이었다. 내 일터가 될지도 모르니 예의 주시하기 위해 팔로우하고 있던 레스토랑과 카페에서 하나 둘 공지가 올라왔다. 그들은 배달과 포장 주문에 사활을 걸고 있었고, 이 상황이 종식돼더라도 그곳이 내 일터가 될 가능성은 거의 없겠구나를 직감했다. 19일부터 워킹홀리데이 비자 발급도 일시 중지됐는데 올 수 있는 상황도 아니고 와서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니 안타깝지만 받아들이는 것이 최선일 듯 싶다.


첫 확진자가 발생한 그날 나는 시내에 있었다. 처음으로 혼자 카페에 가서 여유롭게 브런치를 즐기고 도서관에서 노트북도 하고 집으로 돌아온 날이었다. 설마 하는 마음으로 '확진자가 발생했으니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나의 브런치'라며 인스타그램에 게시물을 올렸었는데 말이 씨가 됐다. 2월 7일 이후로 카페나 레스토랑에서 음식을 사 먹어본 적이 없다. 즉, 외식 한번 없이 두 달간 삼시 세 끼를 집에서 해결하고 있다는 것.


Lockdown 기한이 다음 주로 가까워져 이번 주쯤 새로운 소식이 있겠구나 예상하고 있었는데 어제 총리 발표가 났다.


출처 : How to Denmark 페이스북 페이지


요약하자면 유치원 및 보육원의 학교 수업이 재개되는 것 외에는 5월 10일까지 현 상태가 유지된다는 점. 단, 사회적 거리두기 등을 잘 실천해 안정화되면 부활절 연휴(4/13) 이후 점차 개방할 수 있다는 점을 덧붙였다고 한다. 주덴마크 대사관에서 받는 소식, 덴마크어로 된 기사를 영어로 번역한 것 그리고 한국 기사를 종합해 정보를 파악하고 있지만 실제 현지인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등 체감할 수 있는 정보를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다 보니 일상생활이 가능할 때까지 그저 계속 조심하려고 한다.


비록 야심 차게 발급받은 내 교통카드는 한 번도 써보지 못한 채 무용지물이 됐고, 나 홀로 브런치 즐기기는 처음이자 마지막이 됐으며, 나의 거주증은 신청한 지 두 달이 되어도 발급이 된 던지도 알 길이 없어졌지만 몸과 마음 모두 건강하게 의식주를 잘 해결하고 있음에 감사하다.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에 계속 사활을 거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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