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외식은 한 달 전, 포장해 먹은 스시였다. 덴마크에 첫 코로나 19 확진자가 발생한 지 일주일 정도 됐을 즈음이었다. 약간의 두려움을 안고 포장 주문하러 시내에 나갔다가 거리에 사람들이 발 디딜 틈 없이 바글바글한 것을 보고 경보하듯 집에 돌아와 손을 빡빡 씻고 마음 편히 먹었다.
덴마크에 온 후로, 그러니까 두 달 동안 몇 번의 외식을 제외하곤(한 손에 꼽을 정도) 매끼 요리를 해 먹었다. 마트에서 산 재료와 아시안 마켓과 한국에서 공수해 온 양념장들로 말이다. 냉동식품도 몇 번 사 먹었지만 외식보다 사 먹은 횟수가 적다. 그래서였을까. 그저께 두 달 만에 KFC에서 치킨을 사 먹곤 급체를 했다.
덴마크에 온 지 일주일 정도 됐을 때, 집 근처에(사타구니가 아파오기 전까지인 왕복 50분 거리 이내를 집 근처로 정의하고 있다) KFC가 있는 걸 발견하고 매장에서 치킨을 시켜 먹었었다. 그 이후로 너무 검소하게 살기도 했고 치킨이 너무 먹고 싶어 FLEX 할 때가 됐다며, 같이 사는 사람과 KFC 치킨을 주문했다. 배달이 불가능해(가능해도 배달비가 주문 금액과 별 차이 안 나기 때문에 배달비 FLEX는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자전거로 픽업해 왔다.
같이 사는 사람이 치킨을 픽업해 오는 동안 맥주를 세팅했다. 치킨, 맥주 그리고 예능까지 세팅한 최적의 환경에서 우리는 발골 쇼를 시작했다. 먹방 유튜버에 빙의한 듯 핫윙 24개를 그 자리에서 해치웠다. 먹을 때도 행복했고 먹고 나서도 행복했는데 체했다. 행복하게 먹고 체한 적은 없었는데. 오늘 엄마랑 영상 통화하면서 말했더니 원래 집밥만 먹던 사람이 바깥 음식을 먹으면 체하는 거란다. 집밥만 먹게 하려는 엄마의 계략인 줄로만 알았는데 사실이었다.
어제 하루 종일 죽만 먹다가 오늘 같이 사는 사람이 끓여준 소고기 뭇국을 먹는데 그렇게 소중할 수가 없었다. 집밥은 맛있는 데다 소중하기까지 한 것이었다. 왜 그저께의 나는 이 소중함을 모르고 실수를 저질렀을까. 실실 쪼개며 열심히 뼈를 발골하던 그저께의 내가 한심하기 짝이 없다. 봉쇄령이 풀리면 외식을 즐기는 횟수가 잦아지겠지만 몸이 적응하기까진 시간이 꽤 걸릴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