밍기뉴(Mingginyu)&알레프(ALEPH) -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밍기뉴(Mingginyu)라는 인디 가수의 음악을 사랑하게 됐다. 그녀의 첫 앨범부터 최근 곡 <그럼에도 불구하고>까지 모두 들어보았다. 대부분의 곡이 비슷하게도 느긋하고 나른하며 촉촉한 멜로디를 갖추고 있다. 개미가 속삭이듯 간지럽고 잔잔한 아티스트 특유의 목소리와 그 옆에서 소심하고 깊게 울려 퍼지는 통기타의 소박한 음색, 그리고 '나'와 '타인', '삶'에 대한 애착을 담담하게 담아낸듯한 가사까지. 삼합(三合)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작품이다.
노래를 처음 접할 땐 멜로디에 꽂히고, 노래가 귀에 익숙해지고 나면 곡 정보를 검색해 두 눈과 귀로 다시 한번 곡을 곱씹어 보는 편이다. 느긋하면서 나른하고 촉촉한 멜로디를 선호하고, 작곡한 사람의 삶이 궁금해지는 가사를 좋아한다. 이 아티스트의 노래가 딱 그렇다. 따뜻한 오후, 창가에 앉아 그리 두껍지 않은 책을 가벼이 읽고 있는데 갑자기 창문 밖으로 쏟아지는 빗줄기를 바라보는 것 같다. 빗소리는 좋아하지만, 맞기는 싫은 그 느낌. 멀리서 보고 듣는 건 좋아하지만 빗물에 아우러져 축축해지는 건 싫은 그 느낌. 지나간 과거의 서사를 떠올리게 해주는 그런 곡이다. 그래서 가끔 이 아티스트의 노래를 틀어 놓고 사색의 시간을 즐기곤 한다. 캐모마일차(tea) 하나 우려 놓고. 멍하니 빈 공기를 보며. 지나간 과거에 대한 생각에 잠기고 나면, 빗물을 맞을 땐 힘들었어도 쫄딱 젖어버린 내 모습을 보면 헛웃음이 나듯 지금의 나를 보곤 희미한 미소를 짓고 있다.
한 번 꽂힌 노래는 반복해서 듣는 편이다. 질리도록 들어도 괜찮다. 시간이 조금만 지나도 다시 그 노래를 찾게 되니까. 어제 들었을 때랑 지금 들었을 때랑 내일 들었을 때랑 모두 다르거든. 책도, 영화도, 드라마도, 노래도 처음 접했을 때랑 시간이 지나고 접했을 때가 이렇게나 다른데. 지나간 상황과 시간, 사람은 또 얼마나 다르게 느껴질까. 궁금하다. 그래서 생각해 본다.
사색의 마무리가 미소이기에 다행이다. 아팠던 상처도 지나고 보면 추억이라고 생각하는 편이라 미화시키는 게 그리 억울하진 않더라. 당시 아팠던 상황과 감정을 생생하게 인지해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것도 방법이겠지만, 그때를 다시 생각하지 않고 털어버리는 방법도 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다시 새롭게 꺼내보고 싶다. 아물어지고 주변의 살점과 같아져서 남들은 있었던 사실조차 까먹을 때, 그것에 대해 정확히 알고 있는 유일한 사람은 나 자신뿐이니까. 내가 잊지 않는 한 내 삶의 일부로 영원히 남게 되는 것. 그러니 이왕 남는 거 꼴보기 싫게 남기진 말자. 다행이다. 뒤 한 번 돌아보지 않는 사람이 아니라서. 지나온 길을 돌아보며 앞을 나아갈 줄 아는 나라서 참 다행이다.
연필을 쥐고 있는 사람은 결국 나 자신이기에. 내 방식대로 멈추지 않고 써 내려가다 보면 해피엔딩이 될 거라 믿는다. 작고 소소한 미소 하나를 위해 지나간 아픔을 계속 꺼내보는 이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그러는 이유입니다.
돌고 돌아 제자리에 남겨지게 되더라도
나를 아는 모두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지
그대여 사랑하길 멈추지 마요
가시덤불 위 힘들어도 지금까지 받은 사랑 적어 보여도
그대는 될 거예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야하는 길이 있지
만약이란 두려움을 걷어내는 과정 속에
그대여 사랑하길 겁내지 마요
가시덤불 위 힘들어도 지금까지 받은 사랑 적어 보여도
그대는 될 거예요
사랑을 해야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대만의 방식으로 뜨겁고 차갑게
끝까지 실수 한대도 기억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하길 멈추지 마요
가시덤불 위 힘들어도 지금까지 받은 사랑 적어본다면
그대는 될 거예요
사랑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