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질을 잃어가는 사람들

우리는 단순할 필요가 있다.

by 수다떠는 옌


따분한 화요일 오후 3시, 복수전공으로 공부하고 있는 경영학과 전공 시간이었다. 학생들과 대충 인사를 마치신 교수님께서는 질문을 던지셨다. "조직문화의 '다양성'이 무엇입니까?". 조직 내에서 다양성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이냐 물으셨다. 학생들이 하나 둘 손을 들곤 했다. 앞 줄에 앉은 학생부터 차례로 답변하기 시작했다.


첫 번째 학생은 다양성이란 다양한 업무 환경 및 조건이라 답했다. 즉, 임직원들이 다양한 환경에서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복지나 경영관리에 힘쓰는 것. 이에 교수님께서는 "다양한 환경은 어떤 환경을 말하는 건가?"라며 재차 물으셨고. 학생은 이전보다 더 큰 제스처와 함께 열렬히 설명을 덧붙였다. 그다음 두 번째 학생은 다양한 연령대와 다양한 팀이 함께 잘 어우르는 조직이 다양성이 높은 조직이라 답했다. 그도 교수님의 꼬리 질문을 피해 가지 못했다. 그리고 세 번째 학생은 다양성이 보존된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이해관계자들의 다양한 의견을 듣는 조직으로 발전되어야 한다고 답했다. 교수님께서는 "갑자기 이해관계자?"라며 헛웃음을 치시는 듯했다. 아무래도 그녀는 이 수업에 푹 빠진 듯하다. 답변도 수업에 맞춰할 수밖에 없는 걸 보니.


교수님께서는 답답하셨는지, "여러분이 정말 공부를 많이 했나 보네요. 단순하게 생각하세요. '다양성' 그 본질 자체로"라고 말씀하셨다. 그제야 다른 한 학생이 다양성이란 차별하지 않는 것이라고 답했다. 그제야 작은 미소를 지으시는 교수님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강의는 시작됐다.


우리는 모르고 있지 않았다. '다양성'을 지키려면 차별하지 않아야 한다는 사실을. '다양성'이란 말 그대로 다양한 것들을 존재 그대로 냅둬야 한다는걸. '다양성'은 다양한 성질이라는걸. 우리는 알고 있다.


단순히 환경이 '강의실'이고 '강의 시간'이라는 타이밍에 '교수님'께서 질문하셨다는 이유로. '기업', '조직문화' 등 경영학적 용어가 함께 언급되었다는 이유로. 미사여구가 범벅된 거창한 말들을 내뱉는다. 마치 지금까지 배워왔던 지식을 뽐내 듯이. 공부량을 과시하듯이. 하지만, 정답은 아주 본질적이었던 것. 나 또한 처음 생각한 답에 계속 살을 붙이며 답변을 준비하느라 시간이 지체되어 발표를 시도조차 하지 못했다.


꼭 정답은 본질에 있는데. 왜 저 멀리까지 보려는 욕심으로 그 본질을 놓치는 걸까.

본질은 꾸미려 드는 오지랖부터 멈추는 습관을 들여야겠네.



이번 강의 참 알찼다.




이곳에 글을 쓰게 된 것도. 처음엔 일상 속에서 우연히 발견한 감정과 문득 떠오른 생각을 풀어내고 싶어서였다. 일주일에 한두 번은 가볍고 즐겁게 내 감정과 생각을 풀어내던 비밀정원이었는데. 브런치스토리 작가가 되고 정원을 남들에게 보여주자니 욕심이 생긴 걸까. 있어 보이는 제목과 조금이라도 지적이게 보이려는 내용, 그리고 그것을 꾸미는 휘황찰란 한 단어들을 나열하려 애쓰고 있는 내 모습과 마주했다. 당연하게도(?) 예전 글들보다 반응이 낮다. 역시 본질은 변하면 안 돼. 그래서 내 글의 본래 성격을 다시 되찾아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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