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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다떠는 옌 May 25. 2023

본질을 잃어가는 사람들

우리는 단순할 필요가 있다.


따분한 화요일 오후 3시, 복수전공으로 공부하고 있는 경영학과 전공 시간이었다. 학생들과 대충 인사를 마치신 교수님께서는 질문을 던지셨다. "조직문화의 '다양성'이 무엇입니까?". 조직 내에서 다양성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이냐 물으셨다. 학생들이 하나 둘 손을 들곤 했다. 앞 줄에 앉은 학생부터 차례로 답변하기 시작했다.


첫 번째 학생은 다양성이란 다양한 업무 환경 및 조건이라 답했다. 즉, 임직원들이 다양한 환경에서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복지나 경영관리에 힘쓰는 것. 이에 교수님께서는 "다양한 환경은 어떤 환경을 말하는 건가?"라며 재차 물으셨고. 학생은 이전보다 더 큰 제스처와 함께 열렬히 설명을 덧붙였다. 그다음 두 번째 학생은 다양한 연령대와 다양한 팀이 함께 잘 어우르는 조직이 다양성이 높은 조직이라 답했다. 그도 교수님의 꼬리 질문을 피해 가지 못했다. 그리고 세 번째 학생은 다양성이 보존된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이해관계자들의 다양한 의견을 듣는 조직으로 발전되어야 한다고 답했다. 교수님께서는 "갑자기 이해관계자?"라며 헛웃음을 치시는 듯했다. 아무래도 그녀는 이 수업에 푹 빠진 듯하다. 답변도 수업에 맞춰할 수밖에 없는 걸 보니.


교수님께서는 답답하셨는지, "여러분이 정말 공부를 많이 했나 보네요. 단순하게 생각하세요. '다양성' 그 본질 자체로"라고 말씀하셨다. 그제야 다른 한 학생이 다양성이란 차별하지 않는 것이라고 답했다. 그제야 작은 미소를 지으시는 교수님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강의는 시작됐다.


우리는 모르고 있지 않았다. '다양성'을 지키려면 차별하지 않아야 한다는 사실을. '다양성'이란 말 그대로 다양한 것들을 존재 그대로 냅둬야 한다는걸. '다양성'은 다양한 성질이라는걸. 우리는 알고 있다.


단순히 환경이 '강의실'이고 '강의 시간'이라는 타이밍에 '교수님'께서 질문하셨다는 이유로. '기업', '조직문화' 등 경영학적 용어가 함께 언급되었다는 이유로. 미사여구가 범벅된 거창한 말들을 내뱉는다. 마치 지금까지 배워왔던 지식을 뽐내 듯이. 공부량을 과시하듯이. 하지만, 정답은 아주 본질적이었던 것. 나 또한 처음 생각한 답에 계속 살을 붙이며 답변을 준비하느라 시간이 지체되어 발표를 시도조차 하지 못했다.


꼭 정답은 본질에 있는데. 왜 저 멀리까지 보려는 욕심으로 그 본질을 놓치는 걸까.

본질은 꾸미려 드는 오지랖부터 멈추는 습관을 들여야겠네.



이번 강의 참 알찼다.




이곳에 글을 쓰게 된 것도. 처음엔 일상 속에서 우연히 발견한 감정과 문득 떠오른 생각을 풀어내고 싶어서였다. 일주일에 한두 번은 가볍고 즐겁게 내 감정과 생각을 풀어내던 비밀정원이었는데. 브런치스토리 작가가 되고 정원을 남들에게 보여주자니 욕심이 생긴 걸까. 있어 보이는 제목과 조금이라도 지적이게 보이려는 내용, 그리고 그것을 꾸미는 휘황찰란 한 단어들을 나열하려 애쓰고 있는 내 모습과 마주했다. 당연하게도(?) 예전 글들보다 반응이 낮다. 역시 본질은 변하면 안 돼. 그래서 내 글의 본래 성격을 다시 되찾아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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